[취재파일] 미래창조과학부?… 듣고도 '알쏭달쏭'

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작성 2013.01.16 17:11 수정 2013.01.18 09:30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미래창조과학부?… 듣고도 알쏭달쏭
박근혜 정부의 윤곽이 발표됐다. 가장 눈에 띄는 조직은 역시 미래창조과학부다. 이 부는 과학기술과 ICT(정보통신기술) 등을 포괄하는 초대형 부처로 미래 성장동력을 책임지는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됐다. 행정안전부와 지식경제부에 흩어져 있는 ICT 업무도 가져오게 된다.

부서가 해야할 일로 '미래 인재 양성'도 언급된만큼 대학 R&D 지원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폐지로 미래창조과학부는 올해 약 11조원으로 책정된 국가 R&D 예산의 대부분을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ICT 전담조직도 미래창조과학부 안에 설치된다. ICT 전담차관제를 통해 방송통신 융합을 넘어 신문·출판 등과의 미디어 융합이 가속화되고, ICT와 문화를 연계해 중소벤처 중심의 소프트웨어·콘텐츠 산업 육성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 미래창조과학부… 좋은 것은 다 모은 부작용?이미지이렇게 다양한 업무를 한 데 모으면서 생긴 부작용인지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름 자체가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과학기술과 IT, R&D를 넘어 일자리와 문화, 컨텐츠까지 망라하다보니 이를 아우르는 이름을 찾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측은 "미래창조과학부 명칭은 당선인이 유세기간 수없이 반복해 온 브랜드화된 이름이라 판단했다"고 이름 선정 배경을 밝혔다. 실제로 박근혜 당선인은 후보시절 "과학기술을 국정 운영 기조로 중요한 기조로 삼아 창의성에 기반한 새로운 성장 정책을 펴 나갈 것"이라며 "새 정부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기술정책과 창조경제 활성화를 전담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무리 후보가 언급하고 브랜드화 했던 이름이라고 해도 그 나라 국민이 듣고 그곳이 무엇을 하는 관청인지 알 수 없다면 제대로 된 '이름'이라고 하기 힘들다. 후보의 철학과 관점도 중요하지만 수요자인 국민의 눈높이도 고려 했어야 한다.

이런 식의 이름짓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에 지식경제부를 놓고 똑같은 논란이 일었다. 지식경제부는 전신인 산업자원부의 산업ㆍ무역투자ㆍ에너지정책 기능과 정보통신부(IT산업정책ㆍ우정산업), 과학기술부(산업기술R&D정책), 재정경제부(경제자유구역 및 지역특화 기획)의 일부 기능을 통합해 만들어졌다. 당시에도 '지식경제'라는 이름만으로는 담당업무가 뭔지 알 수 없다며 불만이 적지 않았다.

◈ 영문 이름도 숙제

우리 국민에게도 알 수 없는 이름이다보니 영문 이름을 짓는 것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미래창조과학부를 영어로 하면 'Ministry of Future, Creation and Science' 또는 'Ministry of Creative Science for Future' 정도로 쓸 수 있다.

하지만 이 명칭을 듣고 부처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외국인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이 때문인지 인수위측도 지난 15일 조직개편안 발표 때 "부처의 영문 명칭과 관련해서는 상당히 중요한 또 다른 절차가 있는 것으로 안다. 그래서 오늘 발표에 영문명 빠져있다."고 말했다.

이름이 쉬웠다면 애초부터 불필요한 고민이었다.

◈ '미창과부'? '산통부'? 약칭도 고민

새 정부의 정부조직개편안이 발표될 때마다 되풀이 되는 일이지만 부처의 약칭도 골칫거리다. 국민이나 언론, 공무원들까지 전체 이름보다 약칭을 쓰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처음에 잘못 정하면 두고 두고 얘깃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안전행정부의 경우 그냥 '안행부’로 줄이면 '안 행복한 부' 같은 부정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 기존의 행정안전부에서 안전을 강조하기 위해 안전행정부로 바꾼 만큼 '안전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자니 악명 높았던 옛 공안기관인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를 연상시킨다.

미래창조과학부도 마찬가지다. 그냥 줄이면 ‘미창과부’가 된다. 아무리 다르게 줄여봐도 '미과부', '미창부', '창과부' 등으로 어감이 좋지 않다. 차라리 '미래부'로 부르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부'라고 해서는 도무지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알 수가 없다. 자칫 정체 불명의 부처처럼 들릴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산자부'로 줄이자니 옛 산업자원부의 줄임말 같아 '통상 업무'가 추가된 점이 부각되지 않는다. '통자부'는 옛 '동자부(동력자원부)'를 연상시킨다. 그렇다고 '산통부'는 더 이상하다.

◈ 중요한 건 이름값

각 부처의 이름을 짓는데 인수위도 적지 않은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새 정부의 정책비전을 부처 이름과 무리하게 접목시키려 하다보니 생긴 부작용이 아닌가 싶다. 의욕적으로 출발하자고 하는 새 정부의 노력에 어쭙잖게 딴죽을 걸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이 바라는 건 화려한 미사어구로 치장된 이름이 아니다. 제대로 일하는 것이다. 아무리 각 부처마다 애써 이름을 붙여준들 그 이름값을 못하면 말짱 헛수고가 되고 만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