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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정보 여는 비밀번호, 통신사만 알고 '쉬쉬'

<앵커>

휴대전화 개통할 때, 혹시 대리점에서 비밀번호 6자리 설정하셨습니까? 무슨 얘기인가 싶으시죠? 아는 고객이 거의 없습니다.

이걸 설정해 놓으면 통신사 직원이라도 내 개인정보를 함부로 볼 수가 없는데, 대리점들은 서비스 자체를 숨기려고만 합니다.

조기호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도봉구의 휴대전화 대리점.

최근 스마트폰을 개통한 고객이 직원을 다그칩니다.

[KT 대리점 직원 : (제 요금제를 임의로 변경하셨죠?) 그건 저희가 잘못했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런데 직원의 대답이 충격적입니다.

[(그럼 제 개인정보를 알고 (요금제를)바꿨다는 거잖아요.) 저희가 알려고 했던 게 아니고 저희 가입자이시면 전화번호만 입력해도 고객님 정보가 담긴 화면이 나와요.]

전화번호만 있으면 고객 정보를 마음대로 들여다보고 또 바꿀 수 있단 얘기입니다.

고객들로선 불안하지만 그렇다고 막을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전화를 개통할 때나 번호이동할 때 전상 상으로 비밀번호를 설정해달라고 신청만 하면 됩니다.

벌써 10년 가까이 통신사들이 무료로 제공해온 부가 서비스입니다.

대리점 등에서 고객 정보가 계속 유출돼 비난 여론이 일자 통신사들이 자구책으로 마련한 제도입니다.

통신사 전산망에 6자리 비밀번호를 설정한 제 전화기인데, 비밀번호를 모르면 저도 제 정보를 조회할 수 없게 됩니다.

[잘못 눌렀습니다. 다시 눌러 주세요.]

하지만 이걸 아는 소비자는 거의 없습니다.

통신사들이 이런 서비스가 있다는 자체를 아예 알려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SKT 지점 상담원 : ((비밀번호 서비스를) 왜 안 알려주세요?) 혹시라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 문의가 있으면, 저희가 안내를 드리는 부분이라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이라서요.]

비밀번호를 신청해도 복잡하다며 오히려 말립니다.

[LG U+ 대리점 직원 : 그리고 그게 번거로워서… 또 비밀번호를 잊어버리는 분들이 계시니까요.]

통신사들이 비밀번호 서비스를 굳이 감추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전직 통신사 직원 : 비밀번호가 있으면 비밀번호를 한 번 더 입력해야 하니까 업무처리 시간이 지연되고, 저도 고객들의 동의가 없어도 조회를 해야 하는데….]

비밀번호를 설정하지 않은 고객이 통신사엔 훌륭한 먹잇감인 겁니다.

[저도 오랫동안 통신사 일을 해왔지만, 마음만 먹으면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전화번호 하나만 있으면 다 알 수 있었고.]

통신사만 알고 고객은 모르는 혜택.

말뿐인 통신사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에 소비자는 분노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채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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