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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급발진 없다더니…車업체들, 급발진 방지 특허

급발진 원인에 대한 정부차원의 조사 필요

지금도 급발진 의심 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에도 해마다 평균 수십 건씩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회사들은 급발진 의심 사고의 원인을 운전자 잘못이라고 돌립니다. 단 한 번도 차체의 결함을 인정한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이들 회사들은 ‘급발진’이란 용어 자체를 사용하길 거부합니다. 급발진 사고 자체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특허들이 있습니다. ‘급발진 방지 장치’라는 이름으로 등록된 특허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출원인은 공교롭게도 알만한 국내 자동차 회사들입니다. 급발진 사고가 없다면서 특허를 내다니요? 현재 특허청 홈페이지에서 등록이 검색된 특허만 63건입니다.

특허 내용을 살펴보면 더 가관입니다. 급발진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매우 세세하게 살펴놨기 때문입니다. 가령 2008년에 등록한 ‘전자식 스로틀 밸브 제어장치’의 문건은 센서 신호에 노이즈가 발생하면 연료주입 밸브가 잘못 열려 급발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급발진 사고를 막는 가속페달과 엔진 배기기관 등 실로 다양한 특허들이 있습니다.

특허를 보면서 자동차 회사들이 일반인들보다 급발진 사고 위험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특허 가운데 ‘자동변속시스템 차량의 급발진 방지회로’와 ‘자동변속 차량의 급출발 방지장치용 제어회로’는 ECU 오작동을 막는 장치들입니다. 자동차회사는 오래 전부터 ECU 오작동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급발진 특허 장치는 국내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일본 혼다는 지난 2006년 10월 신형 CR-V를 출시하면서 “전선으로 모두 연결해 전자식 제어를 하는 DBW(Drive-By-Wire)로 급발진 사고를 방지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선 급발진 방지 기술을 개발,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급발진 사고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학계에선 ECU 오작동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ECU는 자동차의 두뇌와 같은 중앙 컴퓨터입니다. 가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이 먹통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ECU도 갑자기 고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겁니다. 이때 고장난 ECU가 엔진 밸브를 최대한으로 열어버릴 경우 자동차는 어마어마한 굉음을 내고 앞으로 튀어나갑니다.

ECU가 순간 고장을 일으키는 원인은 전기적 노이즈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노이즈가 내부적인 전기 스파크와 외부적인 전자파 두 가지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내부 전기 스파크란, 전기가 흐르고 있는 전기 스위치가 열고 닫힐 때 나는 현상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220볼트 전원코드를 콘센트에 꽂을 때 ‘파밧’하는 소리가 나면서 불꽃이 일어나는 것과 같습니다. 자동차 내부에는 무수한 전기 접점들이 존재하는데 이들이 개폐할 때 스파크가 일어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아주 적은 확률로 심각한 수준의 노이즈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전자파에 의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비행기 안에서 핸드폰이나 노트북을 꺼달라는 방송을 듣습니다. 이는 전자제품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비행기의 전자장치들을 오류에 빠뜨릴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자파의 영향을 받은 ECU가 이상 작동을 일으켜 급발진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우리 정부는 ECU의 급발진 사고 원인 가능성에 대해서 조사한 적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학계는 정부가 나서야 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급발진 사고 특성상 재현이 어렵다는 문제는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정부 차원의 조사가 실행돼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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