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세계 양대 항공제작사의 다른 선택

정형택 기자 goodi@sbs.co.kr

작성 2011.10.19 17:0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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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메이저 항공제작사 가운데 하나인 보잉이 차세대 주력 기종으로 선택한 B787기를 어제(18일) 국내에 처음 공개했습니다. 서울공항에서 열리고 있는 항공우주방위산업전시회, 아덱스 기간 중 차세대 주력 기종을 선보인 겁니다.

처음 B787을 보고는 솔직히 실망이 앞섰습니다. 에어버스와 벌이는 차세대 대표 기종 경쟁의 주력 모델치고는 규모가 작았기 때문입니다. 경쟁사인 에어버스는 '하늘의 특급호텔'로 불리는 A380을 차세대 주력 기종으로 택했습니다. A380은 기체 길이 73m, 높이 24m, 최대 탑승 인원 850명의 초대형 여객기입니다. 편의 시설에 있어서도 타 기종을 압도합니다.

               

그런데 보잉의 선택, B787기는 기체 길이 57m, 높이 17m, 최대 탑승 인원 250명의 중형 여객기였습니다. 국내 대표적 준중형차인 아반떼가 아무리 성능을 개선해 신모델을 출시했다고 해도 에쿠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듯, 787을 처음 본 소감은 밋밋했습니다.

다만, 어느 기종보다 날렵한 동체와 연결 부위가 적은 것이 한눈에 들어오기는 했습니다. 실제로 보잉 측은 787기의 가장 큰 장점으로 효율성을 꼽았습니다. 동체의 절반을 첨단소재로 만들어 연료 효율성을 20% 높였고, 이 때문에 10% 정도 운행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소음이나 배출 가스를 줄인 친환경 기종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보잉 측은 787기가 고객이 원하는 때, 원하는 장소로 경유없이 즉각 날아갈 수 있는 효율적인 기종이라고 밝혔습니다. 그제서야 787기의 장점들이 눈에 들어오고 시작했고, 중요한 것은 '크기의 차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핵심은 '전략의 차이'였습니다.

               

에어버스는 4년 전 A380을 내놓으며 허브 투 허브(Hub to Hub) 전략을 택했습니다. 앞으로의 항공 수요는 거점 공항을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가능한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는 대형기를 주력 기종으로 택했습니다.

반면, 787기를 선보인 보잉은 포인트 투 포인트(Point to Point) 전략을 골랐습니다. 앞으로는 원하는 장소(공항)에 직접 가기를 바라는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입니다. 때문에 전략 기종을 어느 노선에나 투입 가능한 중형기로 택했습니다.

양사는 공통적으로 향후 20년간 항공기 시장이 5~6% 정도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어느 축을 중심으로 시장이 커질 것인지를 놓고 예측이 엇갈리고 있으며, 그에 따라 집중하는 시장도 달라졌습니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니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장의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중요합니다. 예측은 전략을 세우는 데 있어 기본이 되기 때문입니다. 에어버스와 보잉의 엇갈린 예측, 그로 인한 다른 선택(전략)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국내만 놓고 보자면 아직까지는 무승부인 것 같습니다. 대한항공은 두 기종 모두 국내에 들여오기로 결정해습니다. 신규 노선을 확대하는 데는 B787기가, 여객 수요가 많은 주요 공항에는 A380기가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른 겁니다. A380은 이미 지난 6월부터 국내에서 취항을 시작했고, B787은 오는 2016년부터 국내에서 운항을 시작합니다.

               

B787의 상업적 취항은 이달 말 일본에서부터 본격화되는데요, 누가 1등 항공제작사로 살아남을까요? 승부는 이르면 787기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는 수년 안에 가려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