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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쇼핑카트, '절도'가 아니라 '대여'라고요?

[취재파일] 쇼핑카트, '절도'가 아니라 '대여'라고요?

지난 8일(토), 마트에서 쇼핑 카트를 집까지 가져가는 사람들에 대한 기사를 썼습니다. 카트 가져 가는 사람은 많은데 손님 발길 끊길까봐 마트 업체들이 단속은 안 하고 밖으로 나간 것들 회수만 해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마트에서 고발을 안 하니 형사처벌되지는 않지만 양심을 버리는 행위니 무단으로 가져가지 말자는 취지의 기사였죠. (☞기사 다시보기)

기사가 나간 뒤 뒤 뜻밖의 반응에 많이 당황했습니다.

"임기자. 마트에서 카트 가져 가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어? 나는 지금까지 안 가져 갔는데... 갔다 써야 하나?"

"카트 가져 가도 처벌 안 되요? 마트에서 회수해 간다고요. 나도 하나 가져갈까?"

마트에서 카트 가져오는 사람들의 양심 불량 현장을 고발하는 기사가  졸지에  편법으로 카트 가져와도 괜찮다는 '생활의 지혜' 소개 기사로 변질된 셈입니다.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더 당황스러운 반응은 잠시 빌려가는 것에 불과한데 무엇이 문제냐는 당당한 주장이었습니다. 카트 기사가 나간 뒤 SBS 홈페이지에 올라온 제 기사 밑에는 100개 가까운 댓글이 붙었습니다. 그 중에 siebenkies라는 분은 이런 의견을 제시하시더군요. 몇 개 인용해보겠습니다.

"그까짓 카트값보다 그렇게 해서 주는 매출액이 훨씬 크니까 놔두는 것 아닙니까. 여기 사는 사람들이 거지도 아니고 그까짓 카트 가져서 뭐 얼마나 득이 된다고.."

"카트 반출 말아달라는 안내판을 써 놓는다던가 하는 행동도 안 했으면서 고객들을 호도하다니요."

"기업은 매출을 올리고자 하고 그 매출에 도움이 되는 고객들에 기꺼이 전략적으로 카트 하나 빌려주곤 하는 건데...(중략)... 왠 남의 물건 가져가는 건 나쁜 것이라는 유치한 정의를 들고 사회정의랍시고 취재하는 웃긴 기사라는 생각 밖에는.."

"카트 가져가기 장려하는 곳이 어딨냐고요? 그냥 하나만 예를 들겠습니다. 현대백화점 목동점 식품 마트요. 왠줄 아세요? 그게 더 남는 장사니까."

 

       

마트들은 카트 가져가라고 장려한 적이 결코 없습니다. 이 분이 예로 든 현대백화점 목동점 식품 마트만 해도 여러 곳에 카트는 백화점 자산이니 정해진 곳에 놓고가라는 표지판을 붙여놓았죠.(당장 5호선 오목교 역에만 가보셔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매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 출입구 근처에 쇼핑 카트를 돌려달라는 문구를 부착해놓았습니다. 아마 평소 카트를 끌고 다니실 때 주의를 기울이시지 않아 못 보신 모양입니다.

마트들은 카트 유출을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울며 겨자먹기로 방치하는 것 뿐입니다. 물론 출입구에 직원 세워놓고 일일이 단속할 수도 있고, 법적으로는 카트 가져간 사람들을 형사고발할 수도 있지만, 서비스업 특성 상 고객 끊길까봐 못하고 있는 것 뿐이죠. '장려'와 '불가피한 희생'은 분명히 다릅니다.

카트 1개 가격이 15만 원입니다. 쇼핑 카트 1개 끌고 오면, 마트 바닥에 떨어져 있는 15만원 든 지갑 1개를 집에 가져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이야기입니다. 법적인 문제, 마트의 마케팅 문제를 떠나서, '남의 물건 가져가면 잘못'이란 유치원에서 이미 배운 내용만 상기해도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예상 못한 반응에 결론이 씁쓸한 기사였습니다. 그래도 카트 가져가는 사람들 잘못이라고 지적하는 네티즌들이 더 많다는 사실에 희망을 얻습니다. 가끔은 복잡한 시비를 가리는 것보다, 유치할 정도로 간단한 정의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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