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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뒤바뀐 차기 전투기 기종…최순실로 모아지는 의혹의 초점

[취재파일] 뒤바뀐 차기 전투기 기종…최순실로 모아지는 의혹의 초점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작성 2016.11.01 07:50 수정 2016.11.01 10:4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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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뒤바뀐 차기 전투기 기종…최순실로 모아지는 의혹의 초점
공군의 차기 주력 전투기이자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공격하는 킬체인(Kill Chain)의 핵심 전력인 차기 전투기 F-X의 기종은 당초 미국 록히드 마틴의 F-35A가 아니라 보잉의 F-15SE였습니다. 이번 정권 초기에 비정상적으로 기종이 뒤바뀌었습니다. 

지난 2013년 9월까지만 하더라도 F-X의 단독 후보는 보잉의 F-15SE였습니다. 가격 입찰 결과 F-15SE가 유일하게 총 사업비 8조 3,000억 원을 맞출 수 있었고, 이에 따라 같은 해 9월 24일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 주재로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에는 ‘F-15SE 차기 전투기 기종 선정안’이 안건으로 상정됐습니다. 그런데 방위사업추진위는 “북한의 비대칭 전력과 안보상황, 세계 항공기술 발전 추세 등을 감안했다”며 F-15SE안을 부결했습니다.

이어 군 수뇌부가 노골적으로 F-X 기종으로 스텔스 기능이 뛰어난 F-35A가 적격이라는 논리를 펼치더니 이듬해 3월 24일 방위사업추진위는 F-X 기종으로 F-35A를 낙점했습니다. 김 전 장관은 그날 방위사업추진위에서 유명한 발언을 합니다. “(F-35A 결정에) 정무적 판단을 해야 했다.” 전투기를 고르는 데 전혀 필요 없는 정무적 판단이 F-X 기종 선정에 결정적이었다는 고백입니다.

어처구니없는, 억지 같은 일이었습니다. 보잉의 F-15SE를 탐탁지 못해 하는 여론이 많긴 했지만 멀쩡하게 방위사업청의 평가를 단독으로 통과하고 국회가 사실상 동의한 안이 정무적 판단에 따라 백지화됐습니다. 예산을 초과하는 초고가 F-35A를 선택한 탓에 도입 대수는 계획했던 60대에서 40대로 줄었습니다. 나머지 20대는 언젠가 또 사들여야 합니다. 

무기를 사면서 손바닥 뒤집듯 결정을 번복하고 도입 대수를 대폭 축소한 사례는 F-X 사업이 유일합니다. 총 사업비가 8조 원대이고, 도입 이후 유지보수에 그 이상의 돈이 들어가는 사상 최대의 무기 도입 사업이 이렇게 파행이었습니다. 한국형 전투기 KF-X 사업 핵심기술 이전도 그때 이미 물 건너 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군 관계자들로부터 “F-X 사업은 군이 아니라 윗선이 좌우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의 윗선이 최순실의 입김을 쏘인 것 아니냐는 관측도 파다하게 퍼지고 있습니다. “당시 최순실이 움직였다”는 F-X 사업 관계자의 증언도 있습니다. 최순실의 F-X 사업 개입 의혹입니다.
F-X-사업 당시 국방장관인 김관진 안보실장
● “장관도 어찌할 수 없었던 사업”…“최순실 개입했다”

F-X 사업에 관여한 군 고위 관계자는 “국방장관도 어찌 할 수 없는 위에서 무엇인가가 이루어졌다”며 “어떻게 해서든 F-35A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군으로) 내려왔다”고 말했습니다. 윗선이라면 청와대입니다. 김 전 장관의 정무적 판단 발언과 앞뒤가 딱 들어맞는 진술입니다.

이 관계자는 “어떻게든지 F-35A로 가야 한다는, 끼워맞추기 식으로 하다 보니 대수도 60대에서 40대로 줄었다”며 “그때는 ‘이렇게까지 하면서 F-35A를 사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정무적 판단이 끼어들었으니 안보적 관점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많았던 것입니다. 

사실 F-X 사업 정도라면 청와대가 관심을 가질만합니다. 청와대의 관련 조직은 안보실입니다. 하지만 청와대 안보실이라고 해도 “F-15SE는 안 되고 F-35A는 된다”는 식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 안보실도 전문가인 군의 의견을 청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F-X 사업에 밝은 한 인사는 “이른바 비선 실세도 F-X 사업을 들여다 봤다”며 “최순실은 사업 관계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해서 사업 분위기를 파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 때는 군이 보잉 F-15SE안을 뒤집고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린 시기였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그는 “그 때만 해도 정윤회를 비선 실세로 알고 있어서 최순실의 등장을 눈 여겨 보지 못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비정상적으로 뒤바뀐 F-X 기종과 정무적 판단, 윗선의 개입, 그리고 최순실의 전화….

● 민정수석실의 수상한 KF-X 사업 조사

작년 추석 즈음 한국형 전투기 KF-X 핵심기술 이전 거부 사태가 터지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진상파악을 위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의 항공기 사업 관계자들을 두루 불러들여 핵심기술 이전이 안 되는 이유를 캤을 텐데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F-X 사업 때 록히드 마틴의 경쟁사였던 유로파이터의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은 완전한 기술 이전을 약속했고, F-15SE의 보잉은 핵심기술을 해외에서 사서라도 주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록히드 마틴은 애초에 핵심기술 이전을 하지 못한다고 선언한 터라 F-35A를 골랐다는 것은 핵심기술을 포기한다는 뜻이었습니다.

핵심기술을 받을 생각이 있었다면 록히드 마틴을 선택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민정수석실은 당연히 KF-X 기술 이전 거부 파문의 전말을 알기 위해 어떤 정무적 판단으로 록히드 마틴의 F-35A를 선정했는지를 조사했을 것입니다. 민정수석실이 조사하는 시늉만 했다면 기대할 바 없지만 제대로 조사를 했다면 조사 결과에 최순실의 F-X 사업 개입 의혹에 대한 답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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