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선생님이 들어와서…바지를 벗겼어요.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죽여버린다고 했어요.”
- 영화 <도가니> 中
청각장애학생 상습 성폭행 사건을 토대로 만든 영화 <도가니>. 영화의 개봉 이후 전국민적 공분이 일면서13세 미만 어린이와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는 공소시효를 두지 않는 <도가니법>이 만들어집니다.
“누가 용서를 해요. 내가 용서를 안 했는데… 나랑 동생한테 잘못했다고 빌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용서를 해요!"
- 영화 <도가니> 中
하지만, 정작 <도가니 사건>피해자들은 <도가니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습니다. 가해자 대다수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채 사건은 끝났고, 여전히 피해자들은 악몽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아이 한 명...
"태완아 아빠가 태완이 아프게 한 사람 잡아서 혼내줄까?"
"응"
학원에 가던 6살 태완이가 당한 황산 테러. 테러를 당하고 49일 뒤 세상을 떠난 태완이. 그리고 16년이 지난 작년에서야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태완이법>이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정작 <태완이법>의 태완이는 소급 적용이 안 돼 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습니다. 공소시효가 끝났기 때문에 범인이 자백을 해도 처벌할 수 없습니다.
"이 세상엔 진실로 죄에 대한 하늘의 징벌은 없는 건가? 죄에 대한 벌은 어떤 형식으로든 받는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닌가 보다."
- 실제 故김태완 군 어머니가 쓰신 병상일지 '49일간의 아름다운 시간' 中 일부
이런 억울한 일이 <도가니법>과 <태완이법>뿐 일까요?
"석 달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가습기 살균제가 민지와 아내를 죽였다는 사실을.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를 사온 사람은 바로 나였다. 민지와 아내는 바로 내가 죽였다."
- 소설 <균> 中
정부가 확인한 사망자만 146명, 피해자는 530명. 정부가 확인한 사망자만 146명, 피해자는 530명.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측이 주장하는 숫자는 그보다 훨씬 더 큽니다.
환경부, 복지부, 식약처 어느 누구 하나 팔 걷고 해결하려는 곳이 없었고, 피해자들은 5년이 넘도록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살생물제품 허가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 이호중 환경보건정책관
비난이 거세지자 정부는 유럽연합에서 1988년부터 실행 중인 제도를 검토 중이라고 뒤늦게 밝혔습니다.
"누가 가해자인가요?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업체일까요? 아니면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할 수 있게 허가해준 정부인가요?"
- 5살에 가습기 살균제로 사망한 승훈이의 아버지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 늘 완벽할 순 없습니다. 때문에 실수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제 와서 사과한다고 죽은 아이가 살아서 다시 돌아올 수 있습니까?”
- 옥시 기자회견 中 피해자 유가족 발언
그러나 지금도 국회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돕자고 내놓은 법안 4건이 수 년 동안 묻혀 있습니다. 뒷북이란 말을 안 떠올릴 수가 없습니다.
기획 권영인 / 구성 이은재
(SBS 스브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