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믿기지 않는 그날… 3년 전 저는 태어난 지 50일 정도 밖에 안된 하울이를 저 세상으로 보냈습니다. 7월 26일 쌩글쌩글 잘 놀던 아이가 큰 소리로 울며 보채기 시작했어요. 애 몸이 불덩이 같더라고요.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싶어 곧장 소아과로 달려갔어요. 그런데 찾아간 소아과에서 뇌수막염, 요로결석이 의심된다며 당장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하더라고요. 소견서를 들고 그 길로 대학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병원 가는 길 내내 나쁜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한번쯤은 아플 수 있다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독였죠. 그 정신없는 응급실에서 여러가지 검사를 했어요. 바이러스 뇌수막염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병원의 권유에 따라 입원을 시켰어요.
며칠 뒤 다행히 아이 열은 내렸고 예전처럼 잘 놀더라고요. 그래서 퇴원시켰어요. 분명히 퇴원해도 된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그때 물어보지 말걸 그랬나봐요. 그리고 3일 뒤 우리 하울이는 제 곁을 영원히 떠났거든요. 퇴원 후 이틀 뒤, 잘 놀던 아이의 열이 다시 올랐어요. 다시 응급실로 갔어요. 그리고 각종 검사를 했어요. 검사 과정을 지켜볼 수 없어 밖에서 기다리는데 갑자기 응급실이 부산스러워졌어요. 척추 사이에 바늘을 찔러 척수액을 뽑는 요추천자 검사를 하던 중 하울이에게 심정지가 왔던 거예요.
지난번에 응급실에 왔을 때도 했던 같은 검사인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 건지… 하울이 곁에 갔을 때 심장은 뛰고 있었어요. 하지만 기계와 약물의 힘을 빌린 것일 뿐 자발적인 호흡은 불가능한 상태였어요. 우리 아기, 왜 이러냐고 물으니 어이없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우리 아기 왜 이런 건가요?"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8월 2일 새벽 3시 40분 버티고 버티다 결국 호흡기를 떼고 하울이를 보내줬어요. 그리고 사인을 알기 위해 어린아이 몸에 칼을 댈 수 밖에 없었죠. 사망원인이 패혈증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뭔가 이상했어요. 패혈증은 잡균들이 침범해서 생기는 거라 그런 잡균들을 잡아주는 백혈구 수치가 굉장히 중요한 거라고 했는데요. 처음 입원할 때 우리 하울이의 백혈구 수치는 17.85였어요. 정상치를 넘어선 수치였는데 더 이상 확인하지 않았어요. 근데 두 번째 입원했을 때는 23.09 같은 날 두 번째 검사에서는 무려 40.43이 나왔어요. 근데 그렇게 백혈구 수치가 중요한 거였다면 처음에 퇴원 한다고 했을 때 백혈구 수치 정도는 검사를 해줬어야 했잖아요.
하지만 당시 의료진들은 아무런 검사도 없이 퇴원해도 좋다고 했었어요. 정상 수치보다 높으니 좀 지켜 보고 퇴원하자고 하면 그 어떤 부모가 병원을 나가겠다고 하겠어요. 그저 퇴원해도 좋다는 의사의 말을 따랐을 뿐인데…
하울이가 떠났을 때 제가 22살이었어요. 벌써 3년이 흘러 어느 새 25살이 되었네요. 어린 엄마 탓인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해요. 그리고 저는 아직도 우리 아이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는 못난 엄마예요.
(SBS 스브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