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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PD "'스폰 리스트' 공개 안 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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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기획사 대표)"이쪽은 남자를 알아야 돼. 눈 딱 감으면 괜찮아. 마음과 몸 다 오픈돼 있어야지."
(브로커 B)"잠자리는 기본이지."
(모 연기자 지망생)"나를 돈 주고 사려고 하는 게 일상이었다."

지난 13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방송을 통해 연예인 스폰서 실태를 폭로했습니다.
여성 연예인과 스폰, 그리고 그들을 잇는 브로커의 이름이 적혀있는 '시크릿 리스트'의 존재와 충격적인 증언이 공개됐고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습니다.

우리는 그 어둠 속에 가장 깊이 들어갔던 목격자의 얘기가 듣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스브스뉴스가 <그것이 알고싶다> 배정훈 PD와 직접 인터뷰해봤습니다.

Q. 취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뭔가요?
A. 연예인 지망생 열여덟 살 소녀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꼭 '그런 일'을 해야 TV에 나올 수 있는지 궁금해요. 어른들이 '나쁜 거'는 나쁘다고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저는 '반드시 이 말을 어른들에게 전해주겠다'고 그 소녀와 약속했습니다. 방송에서 밝히진 않았지만 그 소녀의 꿈은 이제 배우가 아니라 경찰이라고 하더군요. 그런 나쁜 어른들을 혼내주고 싶다고 했어요.

Q. 민감한 주제라 취재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도 겪었을 텐데...
A. 스폰서 취재 도중 수많은 연예계 종사자들과 통화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저와 만나 인터뷰하려는 사람은 두 명뿐이었습니다. 그 누구도 입을 열려고 하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Q. '시크릿 스폰 리스트'에 담긴 정보들이 정말 제보자의 표현대로 '감당할 수 없는' 정도였나요?
A. 네, 그렇습니다. 정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유명 연예인과 많은 고위급 인사들이 포함돼 있었어요.

처음엔 믿기 어려웠지만 취재 과정에서 고급 주점 마담 및 연예계 관련자들의 증언, 그들이 제시한 증거들을 통해 사실에 준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Q. 많은 사람들이 리스트 속 스폰서를 방송에 공개하지 않은 데 대해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A. 우리도 많은 고민과 토론을 했습니다. 하지만 리스트를 공개하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은 채 신원 노출에 따른 2차 피해만 양산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과거 고(故) 장자연 씨 사건 때 대중의 관심이 쏠린 곳은 잘못된 구조가 아니었습니다. 가해자가 누구인지, 어느 연예인이 개입됐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등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도 마찬가지였죠.
명단을 공개하면 가해자로 연루된 사람들이 빨리 처벌받을 수 있지 않냐고요? 글쎄요, 보통 벌금형을 선고받을 텐데 벌금 몇 백만 원은 그들에게 아무 것도 아니죠. 리스트를 공개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각종 찌라시에 황당한 낭설과 연예인의 실명이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이러한 범죄가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지는 관행입니다.

Q. 이 방송이 나가고 가장 바뀌었으면 하는 점은 뭔가요?
A.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이 일은 비단 연예계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이 깔려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이자 그 안에 속한 우리 모두의 문제, 특히 이러한 세계를 만들고 유지하며 적절히 침묵하는 어른들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취재하면서 화가 나기보다는 부끄러웠습니다.

"이제는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들에 대해 우리 사회가 의문을 던지고 꿈을 잃은 열여덟 소녀의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하면 좋을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배정훈 PD의 마지막 한마디였습니다.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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