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역사학은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 학문이 아니다

슬라이드 이미지 1
슬라이드 이미지 2
슬라이드 이미지 3
슬라이드 이미지 4
슬라이드 이미지 5
슬라이드 이미지 6
슬라이드 이미지 7
슬라이드 이미지 8
슬라이드 이미지 9
슬라이드 이미지 10
슬라이드 이미지 11
슬라이드 이미지 12
슬라이드 이미지 13
슬라이드 이미지 14
슬라이드 이미지 15


올바른 한국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겠다며 내놓은 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 방침이 대한민국을 술렁이게 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가 왜 이런 일을 추진하는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08년 한 교과서 출판기념회에서 했던 이 축사를 보면 조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왜곡된 역사 평가를 배우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자랑스럽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데 이 책이 큰 토대가 될 것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칭찬했던 ‘이 책’을 보면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교과서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입니다. ‘이 책’이란 뉴라이트 재단이 발간한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입니다. 

가장 눈에 거슬리는 부분은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표현입니다. '일본인 대리업자가 '위안봉사'를 시킬 한국인 여성을 모집할 목적으로 한국에 도착했다.(...중략...) 이러한 꾐에 빠져 많은 여성이 해외 취업에 지원하고, 몇 백 엔의 전대금을 받았다. 이들은 대부분 무지했고 교육을 받지 못한 여성이었다.'위안부는 무지하고 교육 받지 못한 여성들이 꾐에 빠져 해외 취업에 지원한 것? 

'김구 선생은 한인애국단을 조직하여 항일테러활동을 시작했다.' 김구 선생이 테러리스트? '이승만 대통령을 위시한 우파 집권세력은 좌파 공산주의자들이 끊임없이 체제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친일파 청산보다 내부 단결과 반공 태세가 더 급하다고 생각했다.' 친일파 청산보다 내부 단결이 더 중요했고,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 것은 공산주의자 때문이다? '10월 유신은 개인의 권력욕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될 수 없는 커다란 변화를 한국인에게 안겨 주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권력욕만으로 충분히 설명될 수 없는 것을 한국인에게 안겨 주었다?

이뿐 아니라 ‘이 책’ 속에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생략이나 폄훼, 또는 지나친 찬양이 상당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정부는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겠다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코 올바르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 책’의 출판기념회에서 현재 대통령이 했던 칭찬을 보면 올바른 역사가 과연 무엇인지 의문이 듭니다. 이 때문인지 국정교과서를 집필할 대상자들인 한국사 교수들의 거센 반발이 잇따르고 있고, 각종 단체는 물론 외신의 비판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여전히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올바른 국정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입장이 확고합니다.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정부를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정말 올바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 교과서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줄어들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일 겁니다.

“역사학은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甘呑苦吐)’ 학문이 아니다. 사실이 있으면 쓰고, 지도자의 공과는 엄정하게 평가한다. 이것이 사관(史官)의 정신이고, 사마천이 궁형(宮刑)의 치욕을 당하면서 세운 기초이다.”
(이화여대 역사학 관련 교수 성명서 中)
 

(SBS 스브스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