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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내가 이 사람을 단죄할 수 있을지 생각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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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내가 이 사람을 단죄할 수 있을지 생각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지난 8월 22일 새벽 3시 10분.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 한 여인이 재판부를 향해 큰 절을 했습니다. 

키 150cm의 40kg이 조금 넘는 작은 체구. 두 손으로 쏟아지는 눈물을 가린 채 한 참을 바닥에서 일어서지 못한 이 여성은 ‘대한민국 여성 최초 강간 미수범’전 모씨였습니다. 

그녀는 지난해 8월 이별을 요구하는 내연남을 집으로 불러 수면유도제를 먹이고 성폭행하려다 실패한 뒤 내연남의 머리를 쇠망치로 때린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증거는 피해자 A씨의 진술뿐이었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대한민국 여성 최초 강간 미수 피의자’가 됐습니다. ‘여성 첫 강간범’이란 주홍글씨는 무서웠습니다. 여론의 뭇매를 받았고 구치소 재소자들의 괴롭힘에 시달렸습니다. 

세상 모두가 손가락질 한다는 생각에 국선변호사가 그녀를 찾아왔을 때도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체념뿐이었습니다. 

쉽지 않은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국선변호사들은 두 가지에 집중했습니다. 
1. 왜소한 여성인 전 씨가 건장한 남성을 ‘강간’하려 했는지, 
2. 수면제를 먹인 것으로 돼 있는 전 씨의 피에서 왜 수면유도제가 검출됐는지였습니다. 

변호사들은 사건 현장을 되짚어가며 증거들을 찾아 다녔습니다. 그리고 4개월 만에 예상치 못한 반전을 찾아냈습니다. 정신지체장애를 갖고 있는 전 씨가 수 년간 내연남으로부터 끔찍한 폭력과 가학적인 성행위에 시달렸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수면유도제를 먹었다는 남자가 사건 과정을 너무나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점, 맞았다는 남자보다 때렸다는 여자의 피가 현장에 훨씬 더 많이 흩어져 있었다는 점, 그리고 현장에서 검출된 여자의 피에서 남성과 같은 수면유도제가 검출됐다는 국과수의 감정결과가 결정적이었습니다. 

국선변호사들은 전 씨가 내연남의 가학적인 성행위와 끔찍한 폭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정당방위로 둔기를 휘두르게 됐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틀 동안 15시간 넘게 진행된 1심 재판 결과, 대한민국 최초 여성 강간범 피의자 전 씨에게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국선변호사들의 주장에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전 씨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검찰은 무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최초 여성 강간범을 수사했던 검찰과 경찰은 국선변호사의 최후 변론을 새겨 들어야 할 것입니다. 

"전씨가 유죄라는 확신이 듭니까. 조금이라도 의심이 들면 무죄여야 합니다. 유죄가 선고되면 피고인은 한국 첫 여성 강간미수자가 됩니다. 과연 내가 이 사람을 단죄할 수 있을지 생각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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