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허락없이 부회장 사진 찍었다고 해고…한국의 '미친' 문화


<"한국인은 미쳤다">

청년 실업자 110만 명.‘국가’가 나섰답니다. 국가의 부름에 대기업들도 팔을 걷어 부쳤습니다. 올해 청년 2만 명을 뽑겠답니다. 청년 실업을 해소하기엔 많이 부족해 보이지만 더 뽑겠다고 하니 일.단.은 감사.  

그 어렵다는 정규직으로 들어가는 문은 아주 조금 넓어졌는데 그토록 바라던 직장 생활은 어떨까요?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나라 모 대기업의 직장 생활을 신랄하게 고발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 사람은 프랑스 사람입니다. 일본 기업에서 잘 나가던 사람이 한국 기업으로 옮기겠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가장 먼저 해준 말이‘한국 기업 문화는 군대식이야’였답니다. 그래도 ‘설마’하면서 계약서에 사인을 했답니다. 

‘설마’는 첫날부터 현실로 다가왔답니다. 윗사람 방에서 큰 소리와 함께 뭔가 훅!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곁에 있던 비서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서류나 사전을 (부하직원에게) 던졌을 거에요. 자주 있는 일이니 놀라지 마세요.” 

‘회장님 떴다!’하면 조직은 비상입니다. 잘 팔리지도 않는 본사 제품을 매장에 깔아놓고 회장님 전용 VIP행사를 급하게 준비하는가 하면 

식사 땐 회장님보다 먼저 앉거나 일어서도 안 되고 먼저 먹거나 먼저 말을 거는 일도 절대금지. 뭣 모르고 멀리서 부회장 인증샷을 찍었던 임원은 '높으신 분’을 허락 없이 찍었다는 이유로 다음 날 해고 됐다고 합니다. 

하루의 절반을 오롯이 업무에 쏟아 붓는 일상. 쉬는 날에는 업무용 골프를 쳐야 했습니다. 회의에 토론은 없고 오직 실적과 목표달성에 대한 지시만 존재했다고 합니다. 

회식 문화가 군대 같았다는 주장은 외국인이니 그렇다 쳐도 과로로 쓰러져 입원한 직원에게 “언제쯤 업무에 복귀할 수 있느냐”는 말은 문화차이를 넘어 충격이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바꿔보겠다는 생각으로 10년을 버티며 최고의 자리를 지켰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날아 온 해고 통보는 지금 생각해도 서럽다고 합니다. 

물론 이 사람도‘효율’, ‘통제’, ‘경쟁’으로 압축된 한국 특유의 기업 문화 덕분에 한국이 짧은 시간에 초고속 성장을 할 수 있었다고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런 특유의 문화 속에서 ‘창의력’을 기대하는 건 어렵다고 말합니다.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그에게 한국식 기업문화는 분명 납득하기 어려운 별세계였을 겁니다. 국내 한 대기업의 문화를 우리 기업 전체의 문화로 일반화하는 건 신중해야겠지만 한국인에 대한 그의 말은 좀, 아니, 많이 아픕니다. 

“한국인은 회사, 일, 조직에 미쳐 있습니다.” 


(SBS 스브스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