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한 술냄새가 풍겨온다. 처음 보는 남자는 이미 눈에 초점을 잃은 듯해 보였다. 아팠다. 이렇게 밝은 대낮에, 이름 모를 아파트 주차장에서 죽는구나 싶었다. 그때, 자주 보던 경비원 할아버지가 보였다. 그냥 지나치지 않길 바랬다. '제발 지나치지 말아주세요.'
"말 못하는 짐승을 왜 때리세요?"
간절히 바라던 대로 할아버지는 지나치지 않았다. 많이 아파보였나 보다. 그리고 대신 말해주었다. 나를 그만 때리라고. 눈물이 났다. 하지만 나를 때리던 남자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남자는 고기를 구워먹던 프라이팬을 집어들었다. 프라이팬에 맞은 할아버지는 다시 한 번 밀쳐져 돌난간 밑으로 떨어졌다. 할아버지의 머리에서도, 귀에서도 피가 났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짖는 것 뿐...
내 목숨을 구해 준 천사 할아버지는 11일 뒤 끝내 돌아가셨다. 남자는 상해치사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덕분에 난 살았다. 말 못하는 동물들을 대상으로 한 학대는 일주일에 3번 꼴로 일어나고 있다. 신고된 것만 그렇지 알려지지 않은 것까지 계산하면 그 수치는 엄청날 거다. 지난 해 안동에 사는 내 친구는 오토바이에 매달려 질질 끌려가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됐다. 잡아 먹히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 악마같은 인간이 친구를 학대해 받은 벌이라곤 고작 30만 원을 내는 것.
사람들에게 30만 원이라는 돈이 어떤 의미인지 난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폭력으로 내 친구들은 불구가 됐거나 생명을 잃었다. 우린 때리면 맞아야 하는 운명이다. 다행인 건 그 천사 할아버지처럼 우릴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다. 내 목숨 구하려다 하늘 나라로 가게 된 할아버지의 명복을 빈다.
<본 뉴스 3일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상해치사 사건을 동물사랑실천협회 케어의 자문을 통해 강아지 입장에서 재구성한 1인칭 기사입니다.>
※학대당하는 동물들을 발견하면 영상, 사진 등 증거물을 꼭 확보한 후 동물보호단체(http://www.fromcare.org/main/)나 경찰에 신고해 주세요.
(SBS 스브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