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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엑셀은 좀 하는가?'

[스브스] 엑셀
[스브스] 엑셀
그림=호리우치 타츠오

위의 정교한 그림들은 좀 특별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 그림을 그리는 데 쓰인 '도구'가 특별합니다. 
[스브스] 엑셀
이 그림들은 모두 '엑셀'로 그린 겁니다. 직장인이라면 매일 쓴다는 MS 사의 프로그램, 그 엑셀 말입니다. 엑셀은 보통 표를 입력하거나 문서를 작성하는 사무용 프로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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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rackpal.co.uk

엑셀로 수많은 레이어를 쌓아 도형과 색을 만들어 결합시키는 몽타주 기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마우스 커서로 도형이나 선을 그리는 기능인 '오토셰이프'를 활용해 아주 세밀한 작업을 한 겁니다. '오토셰이프'로 선을 그리면 클릭을 할 때마다 핀으로 고정하는 효과가 있어서 자유로운 도형이나 그림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 작은 개체를 하나씩 작업한 후, 겹겹이 쌓아 큰 그림을 완성한 겁니다.

이 대단한 작업을 과연 누가 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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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호리우치 타츠오

엑셀로 이 모든 작품을 그린 사람은 올해 75세의 호리우치 타츠오 씨입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그가 직장생활하는 동안에는 단 한 번도 엑셀을 사용한 적이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는 어쩌다 엑셀로 '그림'을 그리게 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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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호리우치 타츠오

15년 전, 타츠오 씨는 은퇴한 뒤 평소 관심이 있었던 디지털 아트에 도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그를 망설이게 한 것은 단 하나, 비용 문제였습니다. 디자인 소프트웨어나 태블릿 등 도구는 대체로 값이 꽤 비쌌기 때문입니다.

그때 우연히 직장동료가 엑셀로 도형을 예쁘게 그려 넣던 것이 떠올랐고, 엑셀로도 그림을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게다가 엑셀 프로그램은 그의 컴퓨터에 설치돼 있었기 때문에 따로 비용도 들지 않았습니다.
[스브스] 엑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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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호리우치 타츠오

그렇게 타츠오 씨는 엑셀 프로그램으로 15년 동안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그리고 2006년, 그는 일본 전국에서 엑셀로 그린 작품이 출품되는 '엑셀 오토 셰이프 아트 콘테스트 (Excel Autoshape Art Contest)'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또한 그의 일부 작품은 일본 군마 현립미술관에 출품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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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호리우치 타츠오, 엑셀 오토 셰이프 아트 콘테스트 우승작품

[호리우치 타츠오: 엑셀은 '그림판'(마이크로소프트 페인트)보다 훨씬 쉽고, 기능이 많습니다.]

사무용 프로그램인 '엑셀'로 이 정도로 놀라운 작품이 탄생할지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요? 예술을 하는 데 도구의 한계란 없습니다.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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