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불 끄려 1960년대 헬기 들이는데…사고 이력도 모른다 (XR/풀영상)

<앵커>

초대형 산불 진화 헬기 연속 보도입니다. 새로 도입하기로 한 1호기가 신형이 아닌 오래된 군용 헬기를 개조한 것으로 바뀌었고, 납품도 1년 반이나 늦어졌다고 어제(16일) 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산림청은 계약한 헬기 3대가 과거 군용으로 쓰일 때 사고가 있었는지, 정비는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도 같은 업체와 4대를 또 구매하기로 추가 계약했습니다.

보도에 장민성 기자입니다.

<장민성 기자>

산림청이 미국 업체와 계약한 헬기는 모두 7대입니다.

전부 미군 헬기를 산불 진화용으로 다시 제작해 납품 예정인데, 산림청은 기체가 확정된 1, 2, 3호기의 군용 시절 사고 이력과 정비 기록 등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호기는 1980년대, 2, 3호기는 1960년대 생산된 헬기입니다.

산림청은 애초 입찰 제안서에 추락이나 전복 등 사고 이력이 없어야 하고, 인증까지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2월, 미국 출장에서 개조 이전 사고이력부가 없다는 걸 직접 확인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SBS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업체를 통해 미 국방부의 회신을 받았는데, 여기에도 군용 시절 구체적인 사고 이력, 기체 상태, 정비 이력 정보 등은 없습니다.

산림청은 군용 시절 기록을 확보하기는 어렵고, 개조 과정서 수리 등을 하기 때문에 문제없을 거라는 입장입니다.

[김만주/산림항공본부장 : (군용 헬기가) 민간에 오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아서 그대로 있다가 오는 경우는 (재제작하기 때문에) 없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산림청이 확보한 정보만으로는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려워 '인증'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합니다.

[최용훈/항공안전기술원 항공인증본부장 : (자동차로 예를 들면) 이 차가 만약에 침수된 이력이 있는 차였다, 어디에서 문제가 생길지 모르는 그런 불확실성을 안고 차를 몰아야 하는 상황이 될 거고요.]

1호기 납품 기한은 내년 6월로 1년 반 연장됐지만, 2호기는 오는 11월 말.

석 달도 안 남았는데, 사고 이력이나 인증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업체 측도 "납품 기한을 맞추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체상금을 내고 납품을 연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산림청은 올 1월 사업 규모를 오히려 키워 4호기부터 7호기까지 초대형 헬기 4대를 같은 업체서 추가 도입하기로 계약했습니다.

계약 금액만 약 2천억 원입니다.

문제는 업체의 계약 이행 능력도 의문이라는 겁니다.

4대 일괄 계약 이후, 이행 보증금 약 100억 원을 내지 않았습니다.

산림청이 납부 기한을 지난 7월까지 연장해 줬지만, 아직도 납부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강두원/변호사 (국가계약 및 항공산업) : (납부 기한 연장을) 특혜로 볼 수 있죠. 왜냐하면 국내 거래에서는 계약 체결하고 바로 계약 보증금을 납부하거든요. 뭐 보증서 형태든 현금이든.]

업체 측은 보증금 규모가 커져 납부가 늦어지고 있다면서 특혜는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이홍명, 디자인 : 박태영·이준호, PD : 김도균·한승호, XR : 최재영·박천웅, VJ : 김준호, 자료제공 : 윤준병 의원실, 영상제공 : Columbia Helicopters 유튜브, 유튜브 및 SNS 출처 : 자라섬영구, 지리산 산청살이, 비차와 날틀, 필름마스터)

---

<앵커>

첫 헬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못했고, 2호기 역시 납품 기한이 석 달도 남지 않아 제때 들어오긴 사실상 어렵습니다. 당장 가을철 '산불 조심 기간'부터 걱정입니다. 야간 진화 작업에 쓰겠다고 들여온 초대형 헬기, 현장 투입은 가능한 걸까요?

이 문제는 노유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노유진 기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밤, 산불이 나 연기까지 치솟으면 시야가 잘 확보되지 않아 헬기를 띄우기 어려워집니다.

실제 SBS가 정보 공개 청구로 받은 산림청 전체 헬기 63대의 12년 치, 1만 2천 번 넘는 운항 기록을 전수 분석해 봤습니다.

낮에 출동해서 밤까지 이어서 진화한 건 단 10차례뿐이었습니다.

해가 진 뒤 첫 이륙한 기록은 아예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산림청이 이런 야간 진화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며 야간 투시경과 열화상 카메라, 대용량 용수 탑재가 가능한 헬기를 도입 중인데, 올 초에 들어온 헬기조차 야간 투입은 전무한 상황입니다.

산림청은 야간 헬기를 띄울 상황은 아니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올해 야간 산불은 지난 10년 평균치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고, 봄에 잦았습니다.

문제는 코앞에 닥친 가을철 산불 조심 기간.

지난해 가을, 강원도 인제에서 큰 산불이 났습니다.

산불 진화 대원 등 300여 명이 투입됐지만, 가파른 산세 탓에 밤사이 번지는 산불을 막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날이 밝은 뒤 헬기 25대가 대거 투입되고 나서야 겨우 불길이 잡혔습니다.

그 사이 37헥타르, 축구장 51개 면적이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이창우/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명예교수 : 화재라는 것은 초기에 진압해야 될 필요성이 있는 겁니다. 저녁 때 불이 나거나 야간에 불이 났을 때 바로 진압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어야만 피해를 줄일 수가 있습니다.]

지난해 가을철에만 53건의 산불로 축구장 102개 면적이 탔는데, 산림청이 미국 업체에게 임시 제공받은 헬기는 당장 이번 가을에 투입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미국 업체 것이라 우리 조종사들이 몰 수 없는 데다, 계약상 봄철에만 조종 인력이 제공되기 때문입니다.

가을철에 띄우려면 업체와 추가 협상해야 하는데 협의는 시작조차 못했습니다.

[이성관/산림항공본부 항공정비과장 : 그 기간(가을)에 (조종)인원이 들어오면 제작사도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협상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야간 산불 등을 잡겠다며 초대형 헬기 도입 사업을 시작한 지 4년째.

하지만 어떤 사고 이력이 있는 헬기가 들어올지, 인증은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그래서 제때 납품은 될지 모두 불투명합니다.

산림청은 그저 업체가 계약 조건을 못 맞추면 해지하면 그만이라는 입장입니다.

[이성관/산림항공본부 항공정비과장 : 계약대로 이행 안 하면 뭐 계약 해지하겠다라고 할 수밖에 없는 거기 때문에….]

국가 예산 3천200억 넘게 투입되는 초대형 재난 대응 사업이 허술한 계약과 무책임한 태도 속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이홍명, 디자인 : 박태영·이준호, PD : 김도균·한승호, XR : 최재영·박천웅, VJ : 김준호, 자료제공 : 윤준병 의원실, 영상제공 : Columbia Helicopters 유튜브, 유튜브 및 SNS 출처 : 자라섬영구, 지리산 산청살이, 비차와 날틀, 필름마스터)

---

<앵커>

이 사안 취재한 탐사팀 배여운 기자 나와있습니다.

Q. 산림청, 왜 계약 변경에 동의?

[배여운 기자 : 이 모형 헬기, 산림청 격납고에 있는 바로 그 미국 업체 헬기입니다. 미국 업체 소유다 보니 우리는 몰 수 없는 건데, 한 번에 물 1만 리터를 실을 수 있는 이런 초대형 헬기, 산불 현장에 필요한 장비 맞습니다. 문제는 산림청이 업체의 잘못에도 계약 변경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동의해 주면서 비롯됐는데, 산림청은 계약 당시 예산으로 살 수 있고 인증 문제가 없는 초대형 헬기는 한 기종밖에 없었는데 하필 2024년부터 생산이 중단돼 대안이 없었다는 겁니다. 계약 해지하고 새로 사면 그 사이 산불 진화에 공백이 생기니, 해지 대신 계약 변경을 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Q. 사정기관도 조사 착수?

[배여운 기자 : 먼저 국민권익위원회에 부패행위 신고가 접수돼 현재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새 헬기 사기로 해놓고 40년 넘게 운용된 군용 재제작 헬기로 바꾸는 과정이 적절했는지, 또 구매 가격은 적정했는지가 핵심 조사 대상입니다. 여기에 감사원도 나섰습니다. 산림청 정기감사 항목에 이 사업을 포함시켜 전면 조사 중입니다.]

Q. '산불 헬기' 대안 있나?

[배여운 기자 : 산림청은 단기적으로는 기존 헬기 가동률을 더 높이고, 해외에서 헬기를 추가로 빌려보겠다는 생각입니다. 헬기 도입 사업이 이미 지체된 상황이고 인증 문제까지 불투명해진 만큼 향후 헬기 도입은 접근과 방식 모두 바꿔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매번 대형 산불이 난 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예산 따서 사 올 게 아니라 장기 로드맵을 세워야 합니다. 그리고 이제 기종의 안전성부터 과거 이력, 그리고 인증 여부까지 철저히 사전 검증하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이홍명, 디자인 : 박태영·이준호, PD : 김도균·한승호, XR : 최재영·박천웅, VJ : 김준호, 자료제공 : 윤준병 의원실, 영상제공 : Columbia Helicopters 유튜브, 유튜브 및 SNS 출처 : 자라섬영구, 지리산 산청살이, 비차와 날틀, 필름마스터)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오늘의 숏뉴스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