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는 한부모가족에게 정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한 뒤에, 나중에 그 돈을 회수하는 제도가 오늘부터(1일) 시행됐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대신 양육비를 받아내겠다는 건데 시행 첫날부터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꼼수가 곳곳에서 포착됐습니다.
정성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6년 전 이혼한 안 모 씨는 두 자녀를 홀로 키우고 있습니다.
전 남편은 매달 100만 원씩으로 정해진 양육비를 거의 보내지 않았습니다.
6년간 밀린 양육비가 6천7백만 원, 그런데 오늘 아침, 전남편으로부터 갑자기 11만 원이 입금됐습니다.
양육비 선지급제 신청을 막으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안 모 씨/양육비 미지급 피해자 : 이제는 화가 안 나요. 그냥 기막히기만 해요. 역시는 역시구나. 진짜 주기 싫구나. 애들 한 명당 5만 5천 원으로 그냥 끝내고싶구나.]
양육비 선지급제는 양육비를 못 받고 있는 한부모 가정에 정부가 미성년 자녀 1인당 최대 월 20만 원씩 지급하고 비양육자로부터 추후 회수하는 제도입니다.
양육비를 받기 위해 소송 등 노력을 했는데도, 직전 3개월간 또는 정한 횟수에서 3회 연속으로 양육비를 한 푼도 받지 못했고, 중위소득 150% 이하여야 신청 자격을 얻습니다.
석 달 내에 비양육자가 조금이라도 돈을 보냈다면, 신청 자격이 없습니다.
안 씨의 경우 매달 40만 원씩 받을 수 있었는데 전남편의 '꼼수'로 못 받게 된 겁니다.
[안 모 씨/양육비 미지급 피해자 : 한 달에 1만 원, 10만 원 이렇게만 보내도 선지급제에서 제외되니까, 나머지는 안 보내도 되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거고….]
한부모 가족들 커뮤니티에서는 '1년 가까이 양육비를 안 주다가 지난달 7만 원이 입금됐다'는 등 비슷한 사례들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는 제도 시행 이후 비정기적이고 악의적인 양육비 지급 사례 등을 검토해 추가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선지급제로 수혜를 입을 미성년 자녀는 최대 1만 3천5백 명, 이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악의적인 '꼼수 지급', '소액 지급'을 걸러낼 명확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또 선지급 양육비를 제때 회수할 수 있도록, 채무자 재산 조회 등 시스템 구축도 서둘러야 합니다.
(영상취재 : 김학모·양지훈, 영상편집 : 조무환, 디자인 : 최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