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를 이끌게 된 레오 14세는 모국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현지시간 8일 레오 14세가 교황이 되기 전 로버트 프레보스트라는 본명으로 운영한 것으로 보이는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살펴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이 엑스 계정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담긴 게시물이 두드러졌습니다.
최근엔 JD 밴스 부통령을 비판하는 미국 가톨릭 매체의 기사가 이 계정에 공유됐습니다.
가톨릭 신자인 밴스 부통령이 불법체류자의 추방 정책을 옹호하는 과정에서 성경 속 가족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라는 개념을 언급한 것은 기독교 교리를 견강부회한 것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지난달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이민 정책으로 초래된 고통을 알고 있는지 질문하는 가톨릭 작가의 글도 공유됐습니다.
이 계정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에도 이민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습니다.
2018년에는 불법입국자를 추방하는 과정에서 부모와 아동을 분리하는 조치에 대해 "기독교적·미국적이지도 않고, 도덕적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는 미국 추기경의 글이 공유됐습니다.
또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시행된 '불법 체류 청년 추방 유예'(DACA) 제도 폐지에 대해선 '인종차별적이고, 국수주의를 부추긴다'는 취지의 성직자 발언들도 공유됐습니다.
미국의 정치 현안에 대한 글도 있었습니다.
2020년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사건에 대해 미국의 주교 7인이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고 규탄한 성명서가 공유됐고, 총기 규제를 주장하는 정치인의 게시물이 리트윗되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여성의 낙태권에 대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입장을 비판하는 글도 공유됐습니다.
다만 2011년부터 운영된 이 계정에서 미국 정치와 관련된 글은 극히 일부였습니다.
대부분의 게시물은 스페인어로 작성됐고, 페루 주교회의나 바티칸의 공지사항을 공유하는 글이 많았습니다.
레오 14세는 미국 태생이지만 20년간 페루에서 선교사로 활동했으며, 2015년 페루 시민권도 취득하고 같은 해 페루 대주교로 임명됐습니다.
이 엑스 계정이 실제로 레오 14세가 운영한 것인지 확인되진 않았지만, 그와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에 연결됐다는 것이 NYT의 설명입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레오 14세와의 만남을 기대한다면서 미국 출신 교황 탄생을 반겼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이 모두 레오 14세를 환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은 콘클라베가 열리기 전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교황 후보군 중 다크호스"라면서도 "불행히도 그는 가장 진보적인 인물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레오 14세는 정치 성향은 미국 양당체계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공화당에 가까운 것으로 보입니다.
레오 14세의 고향 시카고 교외 지역인 윌카운티의 투표자 관련 기록에 따르면 그는 2012년 이후 세 차례 부재자투표로 공화당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 참여했습니다.
같은 기간에 열린 민주당 프라이머리에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시카고가 있는 일리노이주(州)는 민주당 강세지역으로 유권자들은 당원이 아니더라도 예비선거에서 지지 후보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외국에 거주하더라도 부재자 선거로 투표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레오 14세가 마지막으로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표를 던진 것은 2016년이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에 도전한 2020년 대선에는 불참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