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 70대 남성이 한 시간째 움직이지 못하다가 경찰에 가까스로 구조됐습니다. 집에 가던 도중에 원래 앓고 있던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나서 갑자기 몸이 굳었던 겁니다.
김보미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어두운 골목길에서 휘청거리며 걸어가는 남성, 잠시 뒤 힘을 내 달려가는 듯하더니 이내 자리에 멈춰 섭니다.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70대 노인 김 모 씨입니다.
지난달 8일 밤 11시쯤 집으로 가던 중 발걸음을 내딛기 어려울 정도로 갑자기 몸이 굳어버린 겁니다.
다시 움직여보려 노력했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시간은 계속 흘러 1시간 동안 같은 자리에 멈춰서 있었습니다.
늦은 시간 골목길을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 도움을 청할 수도 없는 상황.
김 할아버지는 가까스로 팔을 움직여 경찰에 전화했고, 출동한 경찰관들이 할아버지를 발견했습니다.
[김 모 씨 : 얼어 죽을 뻔했어요. 다리가 안 떨어져서. 속으로 살았구나 했죠. 내가 고맙다고 하니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해서 너무 감동받았어요.]
경찰관에게 업혀 집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김 모 씨 : (집에 와서) 혼자 막 울었어요 놀라서. 너무 고맙다고 내가 다음에 돈은 못 줘도 닭이라도 튀겨서 가져가야겠다고 했어요. (경찰분들이) 웃고 먹는 걸 보고 싶어요.]
며칠 후 경찰관들은 김 할아버지를 찾아뵀습니다.
[이다훈/서울동대문경찰서 답십리지구대 순경 : 112로 '감사하다'고 재신고까지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그래서 인사 차원으로…한번 당 떨어지실 때마다 빵 같은 거 드시면 좋을 것 같다 생각해서….]
연신 고맙다는 할아버지의 인사에, 경찰관들은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다훈/서울동대문경찰서 답십리지구대 순경 : 도와달라는 신고가 많이 떨어지는 편이라서요. 평범한 별거 아닌 일이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감사함을 표시해 주시니까 그 순간은 되게 뭉클했어요.]
(영상편집 : 안여진, 화면제공 : 서울경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