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나라에 한해 200마리 정도만 찾아오는 귀한 겨울 철새가 있습니다. 흰꼬리수리인데요. 먹잇감을 놓고, 텃새들과 벌이는 신경전이 볼만합니다.
조재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창공을 선회하던 새 한 마리 사뿐히 모래톱으로 내려앉습니다.
노란색 부리와 마름모꼴 꼬리에 흰 깃털이 특징인 겨울 철새 흰꼬리수리입니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데 몸길이가 90cm 가까이 되고, 날개를 다 펴면 2m가 넘습니다.
월동을 위해 지난 12월 강릉 남대천으로 4마리가 날아왔다가 지금은 2마리가 지내고 있습니다.
숭어와 같은 물고기나 때때로 작은 새를 잡아먹으며 지내는데 먹잇감을 놓고 텃새인 까치, 까마귀와 하루에도 몇 번씩 신경전이 벌어집니다.
까치와 까마귀는 큰 물고기를 사냥할 수 없기 때문에 흰꼬리수리가 잡은 물고기를 호시탐탐 노립니다.
꼬리를 물며 성가시게 시비를 걸기도 하고, 살금살금 다가가 먹이를 훔쳐 가기도 합니다.
집요하게 괴롭히다 보면 운 좋게 먹다 남은 먹이를 얻어먹기도 합니다.
[오길수/조류 사진작가 : 흰꼬리수리 입장에서는 괴롭겠지만 우리 사진 찍는 사람 입장에서는 옆에서 등도 타고 꼬리도 물어뜯고 하니까 그런 것도 재미있고….]
흰꼬리수리는 맹금류라 동족 간에도 먹이 경쟁은 치열합니다.
먹잇감을 놓고 서로 다투기도 하지만 배가 부른 뒤에는 먹이를 양보하기도 합니다.
[오길수/조류 사진작가 : 먹이 가지고 꽤 자주 다퉜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며칠 전부터 수놈이 암놈한테 양보하는 게 많아진 걸 보니까 짝짓기 철을 좀 대비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해마다 200여 마리 정도만 찾아오고 있는 흰꼬리수리는 봄이 오면 자신이 태어났던 중국이나 러시아로 되돌아갑니다.
(영상취재 : 김대철, 사진제공 : 오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