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바야흐로 단풍의 계절입니다. 도심 가로수들도 이렇게 울긋불긋 곱게 물들기 시작했겠죠. 그런데 제 옆의 나무를 보면 전혀 딴판입니다. 단풍이 들기도 전에 잎끝부터 바짝 말라 들어가고 있는 겁니다. 이런 현상을 황화 현상이라고 하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정구희 기상전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노란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한 은행나무 가로수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잎끝 부분이 바짝 말라 버렸고, 색깔도 갈색으로 변했습니다.
황화현상은 도심 가로수에서 흔히 나타나는데, 겨울철에 눈을 녹이기 위해 뿌리는 염화칼슘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묘목이 자라는 흙에 제설제인 염화칼슘이 들어 있는 물을 준 뒤 2개월 정도가 지나자 나뭇잎이 끝부터 말라 들어가고 갈색으로 변했습니다.
염화칼슘이 황화현상을 일으킨 겁니다.
[조재형/국립산림과학원 박사 : (염화칼슘 제설제를) 지속적으로 뿌리면 토양의 화학적 성질이나 물리적 성질이 변합니다. 식물이 물과 양분을 흡수하는 구조를 변화시킵니다.]
염화칼슘은 양분을 흡수하는 잔뿌리의 생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황화현상이 나타난 나무의 잔뿌리를 살펴본 결과 오염되지 않은 토양에서 자란 나무 잔뿌리의 절반도 안 됐습니다.
염화칼슘에 오염된 토양에서 자라는 묘목은 광합성 효율도 크게 떨어졌습니다.
염화칼슘에 오염된 토양에서 자란 은행나무 묘목의 경우 광합성 효율이 오염되지 않은 토양에서 자란 묘목의 42%밖에 안됐습니다.
가로수의 염화칼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친환경 제설제 보급과 함께 평소에 물을 충분히 주고 염화칼슘에 심하게 오염된 흙은 갈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영상 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김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