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에 도심 도로에서 불법유턴을 한 여성을 경찰서로 끌고 가 강제추행한 경찰관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됐습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뇌물요구와 강제추행 혐의로 48살 K경위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습니다.
강남경찰서 교통과 소속인 K경위는 지난달 16일 새벽 3시 15분쯤 강남구의 한 대형호텔 앞 도로에서 외제차를 불법 유턴한 33살 여성 디자이너 A씨를 적발했습니다.
A씨는 동창들과 술을 마신 뒤 다른 장소로 이동하다 단속에 걸렸습니다.
K경위는 차 안에서 술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차량을 대신 몰아 강남경찰서로 A씨를 데리고 갔습니다.
음주측정 전 경찰서 7층 교통정보센터에서 물을 마신 A씨는 화장실에 보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K경위의 허락을 얻어 용변을 마친 A씨가 화장실 문 앞에서 기다리던 K경위에게 "음주운전을 무마해 달라"고 읍소하자, K경위가 A씨를 CCTV가 없는 비상계단으로 유인한 뒤 끌어안고 입을 맞췄습니다.
K경위는 이 과정에서 A씨에게 단속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500만 원을 요구한 혐의도 있습니다.
K경위는 신체접촉 사실은 시인했으나 500만 원을 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 벌금이 500만 원 정도 나올 수 있다고 말한 것이 와전됐다며 뇌물 요구 혐의는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성추행 직후 이뤄진 음주측정에서 A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05%로 나타나 당일 새벽 4시쯤 훈방됐습니다.
도로교통법에는 알코올 농도 0.05% 이상인 음주 운전자만 운전면허 정지나 취소의 처벌을 하도록 규정합니다.
결국, A씨는 단속 현장에서 범칙금 6만∼7만 원의 부과 대상인 불법유턴만 문제 됐는데 경찰서로 끌려가 장시간 고생을 하고 성추행까지 당한 것입니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추행 당시 A씨는 겁에 질린 탓에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했을 수 있다"면서 "양쪽의 주장이 워낙 팽팽해 뇌물요구의 진위가 불명확한데도 비위 경찰관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따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전했습니다.
경찰은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열어 K경위를 중징계하고 추가 피해가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여죄를 추궁할 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