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SLBM, 즉 잠수함 탄도미사일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지 이제 3주가 넘었습니다.
지금쯤이면 사진이 아니라 영상이 나올 때가 됐는데요, 지난주에 엉터리 영상물 하나를 내보낸 뒤로는 오히려 실제 동영상이 공개되지 않을 것 같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김태훈 기자의 취재파일입니다.
[이처럼 괴뢰들이 제 할애비처럼 믿던 미국의 핵우산과 그 무슨 혈맹이라는 것이 그야말로 다 깨진 쪽박 신세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입니다.]
지난 27일 북한의 대남 선전용 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 느닷없이 SLBM 시험 발사를 찬양하는 영상물이 올라왔습니다.
굉장한 크기의 잠수함과 SLBM이 등장해 여럿을 놀라게 했는데요, 알고 보니 유튜브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미국의 트라이던트 발사 영상을 짜깁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SLBM을 진짜 신포급 잠수함에서 쏘았다는 걸 결국, 증명하지 못한 겁니다.
통상 북한은 독특한 훈련이나 무기를 선보일 때 사진으로 먼저 알리고 나서 한 달쯤 뒤에 조선중앙TV를 통해 기록영화를 만들어 방송하는 게 수순인데요, 이번엔 이 조잡한 컴퓨터그래픽 편집물로 대충 때우고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북한의 SLBM 위협 카드는 무용지물이 되겠고 북한이 세계를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는 오명까지 쓰게 되는 건 불 보듯 뻔하겠죠.
하지만 끝내 동영상이 확인되지 않으면 우리 군 당국의 정보력도 수모를 당하게 됩니다.
사출 실험 장소가 바지선이 아니라 잠수함이었다에 한 표 던졌기 때문입니다.
어쩌다 보니 북한과 한배를 탄 신세가 됐으니 우리 군은 동영상의 존재 여부에 더욱더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습니다.
▶ [취재파일] 北 SLBM 진짜 동영상 있나…어쩌다 한배 탄 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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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베이징 특파원이 전해 온 소식입니다.
요즘 중국에서 반한 기류가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중동 호흡기증후군, 메르스의 중국 내 최초 확진 자가 한국인으로 밝혀지면서 한국 사람과 한국의 의료 통제에 대한 비난이 커지고 있는 건데요, 그동안 쌓여온 뿌리 깊은 반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임상범 기자의 취재파일 보시죠.
한국 남성이 가족 두 명의 메르스 확진 사실을 숨기고 중국으로 출장을 왔다가 격리 치료를 받으면서 중국 내 여론이 점점 나빠지고 있습니다.
"당장 지구를 떠나라"는 말부터, "병균 덩어리 한국인들의 중국 입국을 금지시켜라", "중국에 와 있는 한국인들을 쫓아내라." 등등 욕설과 저주가 쏟아지고 있는데요, 특히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바로 '빵즈'입니다.
중국인들이 한국인들을 비하해서 부를 때 쓰는 말인데요, 원래 '빵즈'는 '몽둥이'라는 뜻으로 '몽둥이찜질을 해 줄 고려 놈들'이란 의미의 '까오리빵즈'라는 말에서 비롯됐습니다.
조선 시대 때도 중국인들은 우리의 사신이나 무역상들을 '빵즈'로 낮춰 불렀고 중일 전쟁 때도 일제에 강제 동원된 한국인 병사들이 '빵즈'로 표현됐습니다.
그러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양국이 한동안 밀월 기를 보내며 이 '빵즈'라는 말이 수그러드나 싶더니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다시 등장했습니다.
우리가 4강에 진출한 데 대해 질투심에 불타 승부 조작이라는 둥 깎아내리기 시작한 겁니다.
얼마 전 박태환의 약물 사건이 터졌을 때도 '빵즈'가 언급됐고 김태용 감독이 자국 영화배우 탕웨이와 결혼했을 때도 한국 빵즈에게 국보를 빼앗기는 걸 두고 볼 수 없다는 식의 비아냥이 난무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와 시진핑 정권의 출범 이후로 지난 2년간 양국이 역대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었는데요, 이번 메르스 파동과 함께 다시금 '빵즈' 신드롬이 활개 치는 걸 보면 양국의 상호 증오는 정말 질기다 못해 숙명과도 같게 느껴집니다.
한중 관계라는 게 언제 어떤 일로든 180도로 반전될 수 있는 살얼음이란 걸 결코,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 [월드리포트] "빵즈(한국인) 내쫓아라!"…메르스로 되살아난 '반한·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