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연료는 친환경적일까? 만약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기 위한 작물을 재배해야 한다면 어느 지역 어떤 땅에서 재배하는 것이 가장 친환경적일까? 바이오 연료가 등장한 이후 수십 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논란이다.
바이오 연료는 콩이나 옥수수, 밀 같은 곡물이나 나무, 해조류 등에서 얻는 바이오알코올이나 바이오디젤 등을 말한다. 단순히 탄소 순환만 놓고 볼 경우 바이오 연료와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연료의 차이점은 연소 시 언제 흡수한 탄소를 공기 중으로 다시 배출하느냐 하는 것이다.
석유나 석탄의 경우 수천만 년 전에서 수억 년 전에 만들어진 점을 감안하면 화석연료가 연소될 때 배출되는 탄소는 수천만 년 전에서 수억 년 전에 살았던 생물체가 흡수한 탄소다. 반면에 바이오 연료의 경우 길어야 몇 년 전에 생물체가 자라는 동안 흡수한 탄소를 다시 공기 중으로 배출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백 년이나 수천 년이 아닌 1~3년처럼 짧은 기간만 평균해서 봐도 바이오 연료로 인해 대기 중에 추가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없다. 바이오 연료 작물이 성장하는 동안 흡수했던 탄소를 연소하면서 그대로 배출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바이오 연료 장려 정책의 핵심인 ‘탄소중립(Carbon Neutral)' 이론이다. 탄소중립 이론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면 화석연료를 바이오 연료로 대체하면 대체할수록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줄어든다.
하지만 바이오 연료는 단순히 바이오 연료용 곡물 생산과 연소과정만 볼 것이 아니라 바이오 연료 작물 재배에 필요한 토지 개발 즉, 산림이나 초원 등을 농지로 바꾸는 과정까지 포함해 전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 되면서 탄소중립이론은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산림이나 초원에 있는 식물은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토양 또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데 산림이나 초원을 바이오 연료 작물을 재배하기 위한 농지로 바꿀 경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거나 저장하는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이오 연료 작물 재배를 위해 농지를 개발할 경우 그 지역에서 흡수하거나 저장했던 이산화탄소는 그대로 대기 중에 남을 수밖에 없다. 바이오 연료 작물 재배를 위해 산림이나 초원을 파괴하고 농지를 개발하는 것까지 포함할 경우 바이오 연료를 결코 탄소중립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얼마나 오랫동안 화석연료 대신 바이오 연료를 지속해서 사용해야 초기 농지 개발 시 산림이나 초원 파괴로 배출된 온실가스의 양을 상쇄할 수 있을까? 화석연료를 바이오 연료로 대체해 나타나는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초기 농지 개발 시 산림이나 초원 파괴로 나타나는 온실가스 증가 효과를 상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탄소환불시간(Carbon payback time, Greenhouse gas payback time)'이라 한다. 즉, 화석연료를 바이오 연료로 대체할 경우 초기에 산림 파괴 등으로 나타나는 부정적인 영향을 넘어서 실질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공동 연구팀이 바이오 연료 생산에 많이 쓰이는 옥수수와 유채, 콩, 사탕수수, 밀에 대해 전 지구적으로 각 지역의 탄소환불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산출했다(Elshout et al., 2015).
산출결과 탄소환불시간은 지역에 따라 그리고 작물이나 농법에 따라 평균적으로 1년부터 162년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 작물별로는 유채의 경우 탄소환불시간이 지역에 따라 1년에서 길게는 404년, 사탕수수의 경우 지역에 따라 탄소환불시간이 8년에서 209년이나 됐다. 특히 전체적으로 지역을 평균해서 볼 경우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 같은 열대지역의 탄소환불시간이 최고 313년으로 가장 길었고 반면에 극지방처럼 고위도 지역으로 올라갈수록 탄소환불시간이 1~20년 정도로 짧아졌다.
물이나 햇빛이 부족한 지역이나 기온이 낮은 극지방에 가까운 곳을 농지로 바꿔 바이오 연료 작물을 재배할 경우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내에 바이오 연료 사용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열대우림지역처럼 현재 온실가스를 많이 흡수하고 저장하고 있는 지역을 농지로 바꿀 경우 최고 3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화석연료를 지속해서 대체해야 초기 산림이나 초원 파괴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상쇄하고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보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당연히 기온이 높고 물도 많고 햇빛도 충분한 지역에서 작물을 재배해야 생산량이 많고 바이오 연료 또한 많이 생산할 수 있는 데 그와 같은 지역은 온실가스를 많이 흡수하고 저장하는 지역인 만큼 이 지역을 농지로 바꿀 경우 수백 년 동안 온실가스 감축에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는 뜻이다. 오히려 산림이나 초원을 그대로 둘 때보다 바이오 연료 작물을 재배할 때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는 꼴이 된다는 뜻이다.
특정 지역에서 생산한 곡물로 바이오 연료를 만들어 수백 년 동안 지속적으로 화석연료를 대체해야만 실질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면 사실상 그 지역에서는 바이오 연료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농지를 개발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된다.
실제로 최근 아프리카 초원인 사바나 지역에 바이오 연료를 많이 생산하는 국가와 거대 기업들의 관심이 쏠린 적인 있다. 지난 2009년 세계은행(World Bank)이 아프리카 기니 사바나 지역이 옥수수나 콩 등을 재배하는데 최적이라는 발표를 하면서 부터다(World Bank, 2009). 열대우림 주변의 사바나 지역은 당연히 기온도 높고 물도 많고 햇빛도 충분하니 바이오 작물 재배에 좋은 지역임은 틀림없다.
세계은행 발표에는 그러나 사바나지역은 열대우림지역에 비해 환경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크지 않은 쓸모없는 땅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열대우림지역에서 작물을 재배하면 좋겠지만 열대우림지역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주변 지역인 사바나지역을 농지로 개발해 작물을 재배할 경우 부족한 식량도 생산할 수 있고 바이오 연료도 생산해 온실가스도 줄이는 1석2조의 효과를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계산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케냐, 독일, 호주 공동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의 탄소환불시간은 대부분 50년을 넘어섰고 100년이 넘는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Searchinger et al, 2015). 사바나지역을 농지로 바꿔 바이오 연료 작물을 재배해 화석연료를 대체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50년, 길게는 100년 이상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사바나지역이 열대우림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지는 몰라도 사바나지역 또한 다른 지역에 비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게 크다는 뜻이다. 보호할 가치가 별로 없고 쓸모없는 땅이 결코 아니라는 뜻이다.
전 세계적으로 지속적인 인구 증가와 자동차 수 증가, 온실가스 배출 증가, 석유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이 계속되는 한 바이오 연료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현재 볏짚이나 옥수수 대를 비롯한 목질계 바이오매스와 미세조류 등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 연료 개발이 한창이지만 당분간은 여전히 곡물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 연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바이오 연료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농지가 늘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거칠고 메마른 땅인 불모지를 개발해 바이오 연료 작물 재배용 농지를 만들 것인지, 아니면 환경에는 문제가 생기더라도 곧바로 성과를 볼 수 있는 나무와 숲이 우거진 따뜻하고 물 많고 햇빛이 충분한 지역을 개발해 농지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일정 수준에서 타협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뜻과 생각에 달려 있다. 논문은 참고할만한 기준 하나를 제시하고 있다.
<참고문헌>
* P. M. F. Elshout, R. van Zelm, J. Balkovic, M. Obersteiner, E. Schmid, R. Skalsky, M. van der Velde, M. A. J. Huijbregts, 2015: Greenhouse-gas payback times for crop-based biofuels, Nature Climate Change, DOI:10.1038/nclimate2642
* World Bank, 2009: Awakening Africa's Sleeping Giant: Prospects for Commercial Agriculture in the Guinea Savannah Zone and Beyond.
* Timothy D. Searchinger, Lyndon Estes, Philip K. Thornton, Tim Beringer, An Notenbaert, Daniel Rubenstein, Ralph Heimlich, Rachel Licker, Mario Herrero, 2015: High carbon and biodiversity costs from converting Africa’s wet savannahs to cropland, Nature Climate Change, doi:10.1038/nclimate25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