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후 김 감독의 인터뷰나 경기에 대한 평가를 보면서 괜히 훌륭한 리더라는 칭송을 받는 게 아니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지난달 29일 3연승을 달리다 기아 타이거즈에게 역전 만루홈런을 맞고 9대 4로 진 경기 직후 김 감독은 패인을 묻는 기자 질문에 "(선발) 오더를 잘못 짰다"고 말했습니다. 수비수들의 잇단 실책으로 경기 흐름이 끊기고 결국 패했지만, 선수들 탓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6일 최하위 KT에게 일격을 당한 뒤에는 투수 교체 타이밍을 놓쳤다며 "나의 욕심이 경기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답했습니다. 역시 자신의 책임으로 돌린 겁니다. 반면 이긴 경기에는 그날 수훈을 세운 선수들을 한껏 추어올립니다.
시선을 여의도 국회로 돌려보면, 이런 리더를 왜 야구장에서만 봐야하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씁쓸해집니다.

여야 지도부의 대응은 복잡한 공무원연금 개혁 방식 만큼이나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복잡하고 착잡하게 만듭니다. 개혁안 통과 무산에 대해 반성은 커녕 서로 상대방만 탓하며 네 탓 공방을 벌였습니다. "공무원 연금 개혁하자는데 왜 국민연금을 들고 나오느냐, 국민연금 개혁하려면 2천만 가입자의 의사도 들어야 하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새누리당, "실무기구 합의에서 그렇게 하기로 약속해놓고 왜 말을 뒤집느냐"는 새정치민주연합 모두 할 말이 있고 억울할 법도 합니다.
하지만 여야는 개혁안 무산과 관련해 왜 이런 결과를 만들 수밖에 없었는지, 진정한 반성과 설명은 부족했습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본회의 처리 무산 직후 대국민 사과 성명을 내긴 했지만 그게 끝이었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여야 대표가 합의한 안을 변경하는 선례를 만들 수 없다"며 야당을 꾸짖기만 할 뿐, 개혁안 처리 실패에 대한 사과 메시지는 없었습니다. 김 대표는 본회의 다음날인 7일에는 아예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두문불출했습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 또한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가 사회적 대타협을 파기했다"며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겨냥했습니다.
6일 본회의에는 연말정산으로 떼어간 세금을 환급해주는 소득세법 개정안과, 상가 세입자들의 권리금 고충을 해결해줄 상가건물임대차 보호법 등 민생법안도 다수 포함돼 있었지만, 공무원연금 개혁법안이 무산되면서 함께 좌초됐습니다. 여야 정치인들은 조금 지연되더라도 5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당사자들은 하루하루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법안들입니다.
여야가 매사 첨예하게 다투고,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과정에 "내 탓이오"까지 바라지도 않습니다. 공무원연금 개혁 무산과 민생법안 처리 실패 같은 초대형 '실책'에 대해 겸허하게 반성하고 몸을 낮추는 모습, 정말 어려운 일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