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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삼성의 '바이오 산업'은 성공할 수 있을까?

[취재파일] 삼성의 '바이오 산업'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삼성’, ‘바이오’ 두 단어를 입력하고 검색해봤습니다. '시가총액 30조 원', '유럽판매 허가', '세계적 제약회사 회장 방문', '미래 먹거리' 이런 제목의 글과 기사가 이어졌습니다. ‘삼성 바이오산업’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듯, ‘삼성의 바이오산업’은 순항하고 있습니다.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는 ‘삼성 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1년 4월 창립한 뒤 벌써 3번째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오는 2018년 제3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36만 리터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해, 스위스 '론자'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큰 바이오 약품 생산공장으로 올라서게 됩니다.
 
약품 개발을 담당하는 ‘삼성 바이오에피스’도 세계 2위의 바이오의약품 ‘엔브렐(류머티즘 관절염치료제)’을 복제했고, 지난 1월 유럽의약품청(EMA) 허가를 받아 유럽 31개국에서 출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엔브렐을 포함해 이미 출시했거나 판매 허가를 앞둔 바이오의약품은 6개, 앞으로 추가로 개발할 의약품도 7개나 됩니다.
 
이처럼 ‘삼성 바이오산업’의 미래는 밝아 보입니다. 특히, 지난해 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규모는 1,790억 달러(221조 원)로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2배를 넘었고, 2020년엔 343조 원까지 커질 전망입니다. 이렇게 성장 중인 시장규모와 삼성 특유의 기술 축적능력, 기획·추진력 등을 고려할 때 삼성이 ‘바이오산업’ 육성에 나선 건 바람직한 결정이란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여기에 바이오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워내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까지 더해지며, 시장에선 ‘삼성이 만든 제약회사는 달라도 뭔가 다를 거’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과연, 삼성의 바이오산업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 제한된 시장규모-기존 제약사 견제 극복해야
앞서 설명해 드린 대로, ‘삼성 바이오사업 계열사’의 성장은 눈부십니다. 막대한 자금과 우수한 인력을 토대로, 4년 만에 바이오 복제약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평균 복제약 개발기간이 5년 안팎인 걸 감안하면 세계 제약사들이 긴장할 만큼 뛰어난 성과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시장규모입니다. 바이오 복제약 시장규모는 전체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23%에 불과합니다. 그마저도, 시장조사 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와 CBR 파마 인사이트에 따르면, 바이오 복제약은 유럽이 44%, 중국 13.2%, 미국 12.3%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고작 8%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바이오 복제약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유럽기업의 시장점유율이 매우 높아 후발주자인 국내 기업이 치고 들어가긴 쉽지 않습니다.
 
기존 제약사들의 견제도 극복해야 할 숙제입니다. 삼성이 유럽과 캐나다에 바이오 복제약 판매 허가 신청을 냈을 때, 기존 다국적 제약사들이 유럽과 캐나다에서 특허 소송을 냈습니다. 삼성의 판매시기를 늦추려는 일종의 ‘네거티브 전략’이었습니다. 실제로 한미약품도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 복제약을 출시한 뒤, 개발업체인 화이자의 소송에 부닥쳤습니다. 이미지 실추 등 마케팅에서 적지 않은 손해가 불가피했습니다.
 
한 의과대학 임상약리학 교수는 “기본적으로 기존 신약과 바이오 복제약의 가격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설사 가격이 조금 저렴하다고 해도, 의료진과 환자들은 가격보다는 효능과 안전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환자와 의료진이 굳이 기존 약을 바꿀 이유가 없다는 거다. 바이오 복제약 시장의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지에 삼성 바이오의 미래가 달렸다.”라고 밝혔습니다.
 
사진 출처 : 게티 이미지
● 궁극적인 목표는 ‘신약 개발’
이런 점을 토대로 보면, 결국 삼성 바이오가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신약 개발’입니다. 다른 회사가 개발한 약을 베끼는 수준을 넘어, 효능이 더 뛰어난 약을 새로 개발해야 한다는 겁니다. 문제는 ‘신약 개발’이 보통 어려운 게 아니란 겁니다. 기본적으로 10년가량의 임상시험 기간이 필요하고, 1조 원 안팎의 막대한 자금도 투자돼야 합니다.
 
물론, 이것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걸 전제로 했을 때 얘기입니다. 기술력이 부족하다면 당연히 걸리는 시간은 훨씬 더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이 이 정도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쉽게 말해, 지금 복제약 시판에 성공했다고 박수치고 환호하긴 이르단 겁니다.
 
우여곡절 끝에 신약 개발에 성공한다고 해도 그게 끝이 아닙니다. 아니, 또 다른 시작입니다. 각국 식약청으로부터 판매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여기에도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됩니다. 게다가, 실제 환자를 상대로 효능을 검사하는 ‘임상 3상 Phase 3)’ 단계까지 간 제품 중 최종 시판에 성공하는 건 평균 60% 정도에 불과합니다. 물론, 개발 이후 진행할 ‘판매’와 ‘마케팅’에도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가야 합니다.
 
송용주 한국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 연구위원은 “반도체 공정 경험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력 시너지로 바이오의약품을 상당히 짧은 기간에 만들어, 세계 제약업체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신약 개발에 투자한다거나 다른 제약사를 인수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게 없어 삼성이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확고한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사진 출처 : 게티 이미지
● 바이오산업, ‘고위험-고수익’…오래 버틸 수 있느냐 싸움
앞서 설명해 드린 것처럼, 바이오산업은 성과를 내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 중간에 실패할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 한마디로, 고위험-고수익(High risk-High return) 성격이 강한 분야입니다. 그렇다 보니, 추진 중인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한순간에 꺼지는 경향이 큽니다.
 
실제로 타이완은 지난 2009년에서 2013년까지,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은 덕에 투자가 활성화하며, 바이오 관련 기업 시가총액이 520%가량 증가했습니다. 그러던 중 대표적인 바이오기업인 ‘메디젠(Medigen)’의 항암치료제 개발이 임상 3상 단계에서 실패하며, 그 여파가 빠르게 업계 전체로 퍼졌습니다. 타이완 헬스케어지수는 1년 새 절반 이상 떨어졌고, 바이오 기업들이 과대평가됐다는 의견이 퍼지며 성장세는 사실상 멈췄습니다.
 
결국, 바이오산업의 성패는 기본적으로 ‘성과를 낼 때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 버틸 수 있느냐’에 달렸습니다.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마케팅’ 이런 전략적 판단은 그다음 문제입니다. 타이완 사례처럼, 확인되지 않는 성과에 대한 과도한 기대나 ‘묻지마 투자’는 바이오산업을 한순간의 '유행'으로 전락시켜버립니다. 한미약품과 셀트리온이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도 정교하고 세밀한 투자전략을 토대로, 뚝심 있게 사업을 이어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 “실패보다 성공에 대한 기대를 한 투자자들이 많다”
제약산업에 정통한 한 증시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국만 보더라도, 바이오기업이 프로젝트에 실패하면 주가가 반 토막 난다. 그런데 국내엔 실패의 위험성보다 ‘성공에 대한 기대’를 가진 투자자들이 미국보다 훨씬 많다. 당연히 실패했을 때 받을 타격도 몇 배 더 클 수밖에 없다.” 성공했을 때 과실보단 실패했을 때 충격을 최소화할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기업을 출입하는 경제부 기자로서, 또 기초의학을 전공한 수의학 박사로서, 제가 ‘삼성의 바이오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은 한마디로 “기대 반, 우려 반”입니다. 지금까진 이뤄낸 성과를 분명히 높이 평가합니다. 그리고 발전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길은 조금 더 차분하게 ‘비판적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삼성’, ‘바이오’를 검색했을 때, '시가총액 30조 원', '세계적 제약회사 회장 방문', '미래 먹거리' 이런 내용이 주를 이루는 건 어떤 의미에선 ‘거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냉정하고 차분한 시각을 가져야 하는 건 비단, 삼성이란 한 기업을 위해서가 아닌 우리나라 전체 바이오산업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사랑하기’
황동규 시인은 저서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대상에 대한 애정의 도(度)가 높으면 높을수록 그 착각의 도도 높아진다. 그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게 되면 <애정을 쏟았으나 상대방이 몰라주었다>고 한탄하는 것이다.”
 
시인의 말처럼, 특정 산업과 특정 기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과연, 우리는 지금 '애정의 도’가 지나치게 높은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삼성 바이오’, 더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 바이오산업’의 미래는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애정을 쏟았으나 상대방이 몰라주었다.”라고 한탄하기 전에, 사업성과 성과, 투자전략 등을  차분하고 냉정하게 그리고 더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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