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의 자회사가 된 구글의 최고경영자는 인터넷 부문의 제품과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 부사장이었던 선다 피차이가 맡게 됩니다. 안드로이드와 크롬 개발 총괄을 거쳐 지난해 10월 제품 관리를 총지휘하는 수석 부사장으로 조직 내에서 승승장구했던 선다 피차이가 드디어 구글의 CEO가 됐습니다.
선다 피차이 신임 구글 CEO는 지난해 8월 '구글 캠퍼스 서울' 오픈행사를 위해 한국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안드로이드·크롬 담당 수석 부사장의 신분이었는데요, 이때 SBS와 약 20분 동안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저와 같이 피차이 부사장을 만난 하대석 기자의 취재파일로 정리돼 있습니다.
( ▶ [취재파일] 구글 2인자가 밝힌 미래의 구글은…"일상의 플랫폼") 다시 읽어보니 개발자들의 지휘자를 넘어선 '통찰'이 읽히는 것도 같습니다.
현재의 사업 동력과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따로 분리해 '현재'는 개발자가 맡아 키우고, '미래'는 창업자가 고민해 보겠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각각이 시너지를 얻도록 하겠다, 이런 의도로 해석됩니다.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증시 장 마감 후 시간외 거래에서 구글의 주가는 4% 상승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국내 인터넷 업계에서도 큰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다음카카오가 어제(10일)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를 단독 CEO로 내정했다고 밝힌 겁니다. 이미 수많은 언론들이 '35세 CEO'로 다음카카오가 '체질개선'을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두 명의 공동대표에서 한 명의 CEO로 조직을 개편한 점에서 구글과 다음카카오는 묘하게 비슷한 시기에 같은 행보를 보였습니다. 시장의 평가도 야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부에서 차근차근 다양한 업무를 맡으며 성장해 창업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개발자 출신의 CEO와, 인수·합병으로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업계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외부에서 영입'된 투자가 출신의 CEO의 차이는, 같은 '인터넷 기업'이기는 하지만 두 기업이 추구하는 바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물론 '인터넷 기업이라면 무조건 개발자가 잘 돼야 한다'는 식의 말씀을 드리려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에서는-적어도 아직까지는-'개발자'가 스스로의 능력과 노력에 합당한 주목을 받고 '스타'가 되는 것이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에 생각이 이르게 되면 조금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