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기사] ▶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공격적으로 진화한 '텔스타18'
눈에 띄는 노력은 공을 싸는 겉면의 조각(패널) 수를 줄인 겁니다. 월드컵 최초의 공인구는 1970년 멕시코 대회 때 등장합니다. 최초로 위성 생중계된 대회입니다. 제조사인 아디다스는 ‘텔레비전 스타’라는 뜻으로 이 공의 이름을 ‘텔스타’로 짓습니다. 텔스타의 패널 수는 32개입니다. 오각형과 육각형이 조화를 이룬 형태로, 이 수는 2002년 한일월드컵 공인구 ‘피버노바’까지 유지됩니다.
그렇게 탄생한 이번 공인구가 바로 ‘텔스타 18’입니다. 최초의 공인구이자 축구공의 상징인 ‘텔스타’에서 이름과 모양을 물려받았습니다. 그 언제보다 정확도가 높아졌습니다. 또 표면에 돌기가 있어 강한 회전을 주기도 유리해졌습니다.
반발력도 꾸준히 향상됐습니다. 새 공인구는 전보다 빠르고 강하게, 또 정확하게 날아가 골문 안에 꽂힙니다. 그래서 이번 텔스타 18은 역대 가장 공격적인 공이다는 평을 받습니다. 전문가들은 역대 최다골(171)이 터진 지난 대회보다 러시아에서 더 많은 골이 터질 거라 예상합니다.
● 공인구 진화의 역설
킥이 정확한 공격수가 골을 넣을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또 탄력이 워낙 좋기 때문에 잘만 맞으면 먼 거리에서도, 또 불안정한 자세에서도 위력적일 슛을 날릴 수 있습니다. 골키퍼 입장에선 애를 먹게 됐습니다. 스페인 대표팀 골키퍼 레이나는 "거리 판단이 어렵다. 러시아월드컵에선 중거리슛으로만 35골 넘게 터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렇다고 공인구 진화로 인해 단순히 공격수와 골키퍼의 희비가 엇갈린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공의 공격적인 진화 덕분에 순발력이 뛰어난 골키퍼는 더 돋보이게 됐기 때문입니다. 공인구 진화의 역설입니다. 막기 어려운 공이 많아지며 골키퍼의 기량을 가늠할 변별력이 커진 겁니다. 그러니 공인구 진화가 각국 골키퍼 희비를 가른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할 겁니다.
● 역대 최다골 브라질 월드컵, 가장 골키퍼가 돋보였던 대회
지난 대회가 좋은 예입니다. 역대 최다골이 터졌지만 그럴수록 골키퍼도 빛을 봤습니다. 대회가 끝난 뒤엔 ‘골키퍼들의 축제’였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64경기 가운데 12차례나 골키퍼가 경기 최우수 선수가 됐습니다.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코스타리카의 케일러 나바스 골키퍼였습니다.
● 야신의 나라, 러시아에서도 골키퍼들의 축제는 계속될까
러시아 축구 역대 최고의 축구 스타를 꼽으라면 야신입니다. 월드컵 역사상 가장 뛰어난 골키퍼로도 손색이 없지요. 야신이 든든히 골문을 지킨 옛 소련은 1958년부터 1970년까지 4회 연속 월드컵 무대에 올랐고, 특히 1966년에는 사상 첫 4강에 올랐습니다. 1994년 미국월드컵부터 대회 최고 골키퍼에게 ‘야신상’을 주게 된 배경입니다.
이탈리아의 부폰, 독일의 노이어와 함께 이 시대 세계 3대 골키퍼로 꼽히는 나바스는 이미 월드컵에 앞서 유럽(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리버풀의 공세를 온몸으로 막아내 정상에 서며 예열을 마쳤습니다. 이탈리아가 60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서지 못하고, 부상 회복 중인 노이어가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는 점에서 나바스로서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입니다. 공은 전보다 더 둥글고, 한 번 일어난 기적이 두 번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