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이런 경우, 달리던 차가 80%, 주차된 차가 20% 정도의 책임을 지는 게 관행이었습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이보다 많은 책임을 트럭 차주에게 물렸습니다. 전국택시공제조합이 불법 주차한 트럭 운전사에게도 절반쯤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냈는데, 법원이 이 주장을 받아들인 겁니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제35 민사부 윤종구 재판장 역시 비슷하게 판단했습니다. "중앙분리대 없이 중앙선만 있는 도로에서 장기간 주차를 하는 운전자로서는 바뀐 도로 상황에 따라 도로를 주행하는 운전자가 반대편 도로의 자동차 전조등으로 인해 전방 주시가 매우 어려울 수 있다는 사정까지 고려해 주차를 하지 아니할 의무가 있다"고 봤습니다. 다만 "택시 운전자의 과실이 트럭을 불법주차한 운전자의 과실보다 같거나 적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40%의 책임을 물렸습니다.
서울고등법원 관계자는 "반대편 차량의 전조등 때문에 순간적으로 시야를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고, 차폭등이나 미등을 전혀 켜지 않은 채 도로에 대형 트럭을 주차했다는 점을 고려"한 판결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가로등이 있으니 밤이라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금물입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박천수 책임연구원은 "대형 화물차는 갓길에 주차를 해도 마지막 차로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뒤따르는 운전자로서는 움직이는 차인지 주차된 차인주 구별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또, "비가 오거나 밤이 됐을 때는 훨씬 분간하기 어려워진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화물차 운전자들은 주차할 공간이 부족해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항변합니다. 하지만 그러다 사고가 날 경우 큰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건 물론, 큰 책임을 져야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