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 제도는 부모님, 그러니까 아이 할머니,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맞벌이 부부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면서 경기도만의 독특한 보육제도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른바 전국에서 처음으로 가정 내 공보육을 실현한 맞춤형 보육 서비스로 평가받은 겁니다. 믿을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아이를 키운 경험이 있는 보육교사를 소개받는 데다,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보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입 소문이 나면서, 지난 1월 기준 경기도 내 380가구에서 이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여러 차례 조사에서 부모들이 90%가 넘는 만족도를 나타낼 만큼 서비스 만족도도 높았습니다.
문제는 지난해 말 경기도 의회가 이 제도를 올해(2015년)까지만 유지하기로 하고, 올해 예산을 30% 삭감한 데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중앙부처인 여성가족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아이돌봄 지원사업'과 중복된다는 이유였습니다. 진용복 경기도의회 의원은 "두 사업이 중복된 사업이기 때문에, 예산 절감을 위해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가정보육교사제도'는 100%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되지만, '아이돌봄 지원사업'은 국비 보조율이 70%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예산은 줄였는지 몰라도, '아이돌봄 사업'이 '가정보육교사제도'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을지, 보육 공백이 발생하지 않을지, 그 누구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현실은 이렇습니다. '가정보육교사제도'와 유사한 '아이돌봄 사업'은 지난해 8월 본격 시행된 <보육교사형>인데, 지난 1월 기준 여성가족부의 <보육교사형> 돌보미로 일하고 있는 사람은 전국에 137명뿐이며, 경기도 전역에는 15명에 불과합니다. 경기도 의회에서 뒤늦게 확인해보니, 경기도에서 실제로 서비스가 이뤄진 사례는 0건,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수요 창출에 실패했고, 서비스 공급도 원활하지 않았던 겁니다.
가정보육교사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한 직장여성은 2월에 계약이 만료되는 상태에서, 신규 계약이나 계약 연장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고 시쳇말로 '멘붕'에 빠졌다고 했습니다. 부모와 교사들의 강력한 반발에 화들짝 놀란 경기도가 일단 확보된 예산 내에서 계약 연장을 허용하고 신규 계약을 받기로 해 급한 불은 껐지만, 이 또한 미봉책입니다. 380명에 이르는 교사들은 대부분 실직 위기에 내몰렸습니다. 한 가정에서 남매나 형제, 자매를 모두 키운 보육교사들도 적지 않은데, 올해까지만 제도가 유지된다면 3, 4년씩 일한 직장을 잃게 되는 셈입니다.
서비스 이용 가정과 가정보육교사들의 반발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결국 지난달 28일 경기도 전역에서 몰려든 보육교사 40여 명이 진용복 의원과 간담회를 가졌고, 진의원은 추가 예산을 확보해서 올해까지는 문제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여성가족부도 추경예산을 확보해 경기도에서 <보육교사형> '아이돌봄 서비스'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고, 경기도는 이 보육교사들을 여성가족부 '아이돌봄' 보육교사로 연결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두 제도의 비용도 다르고 급여 체계도 다르기 때문에 예산 확보에서부터 갈 길이 멉니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은 지난해 9월 《경기도 가정보육교사제도 운영개선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가정보육교사제도'가 양질의 가정 공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기여했지만, 여성가족부의 사업 때문에 변화를 맞게 됐다고 지적하고, 두 사업의 통합안을 제시했습니다. 중복사업에 대한 논의와 이관 필요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가정보육교사제도가 보육교사형 아이돌보미 사업으로 이관되는 시점은 보육교사형 아이돌보미 사업의 제도적인 성숙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후에 가능할 것으로 예측됨. 현재처럼 보육교사형 아이돌보미 지원사업의 수요와 공급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업 이관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보여짐"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중앙 정부는 준비가 덜된 상태에서 서비스를 무작정 도입하고, 지방 정부는 예산절감에만 혈안이 되다 보니, 결국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정부를 믿고 보육서비스를 이용하던 국민에게 돌아가게 됐습니다. 어린이집 학대 사건 이후, 정부는 맞춤형 보육을 강화해 선택권을 넓히겠다고 밝혔지만, 이것이 우리나라의 보육 현실입니다.
취재파일이 게재된 뒤, 여성가족부에서는 "이용자와 보육교사의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경기도와 협의할 예정이지만, 추경예산은 계획에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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