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이 겨냥하는 것은 전투원용 무전기 부품 800여 종 중 3종입니다. A사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수급이 막힌 부품 3종을 부득이 다른 부품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점을 방사청에 알렸다"는 입장입니다. 근거도 있습니다. 대체된 부품 3종은 동등 이상의 성능으로 인정되고, 백도어 가능성도 없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A사는 원래 설계 상 부품인 미국제와 스위스제 발주를 중단하지 않아 현재도 미국제, 스위스제 부품을 악성 재고로 떠안고 있습니다.
A사의 2차 전투원용 무전기는 성능 좋기로 정평이 났습니다. 앞뒤 사정이 이와 같은데 방사청은 규정에도 없는 대체 부품의 원산지를 물고 늘어지는 중입니다. 아울러 단지 이틀의 업무 시간만 허용하면서 "원래 설계대로 복구하라"며 A사의 결심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A사가 상세히 소명하면 해소될만한 오해들 같은데 방사청은 눈과 귀를 닫았습니다. A사가 대기업이라도 방사청이 이렇게 행동할까요. 방사청에 외부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말도 들립니다.
코로나 팬데믹과 공급망 마비
이후 미국제와 스위스제 부품의 한국 대리점에서 대체 부품을 제시했습니다. A사는 대체 부품의 대리점으로부터 샘플을 받아 성능을 검증했습니다. 미국제와 스위스제 이상의 성능으로 평가됐습니다. A사 측은 "대체 부품은 중국제이지만 FCC(미 연방 통신위원회)의 제재 및 규제 대상이 아니고, 백도어도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런 사실을 방사청에 공유했다"고 말했습니다.
A사는 대체 부품을 찾으면서 동시에 미국제와 스위스제의 기존 부품 확보 노력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수급 전망이 불투명했지만 일단 2022년 2월과 5월 기존 부품들을 발주했습니다. 미국제와 스위스제의 대부분 부품들은 야속하게도 전투원용 무전기 2차 양산이 끝난 다음에야 들어왔습니다. A사 측은 "우리가 돈 벌려고 값싼 대체 부품 썼다고 방사청은 억지를 부리는데 그럴 의도였다면 수 억 원 들여서 기존 부품들까지 확보했겠느냐"고 항변했습니다.
2022년 8월 2일 회의의 진상은
A사의 이런 주장은 입증될 수 있을까. A사는 2022년 8월 2일 방사청 회의 기록의 원본을 보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담당 직원이 오후 8시쯤 회의록을 작성한 뒤 보안 업무용 PC에 저장한 것입니다. 회의록에는 동등 이상 성능의 대체 부품 적용과 납품 일정 등이 적시됐습니다.
방사청은 "A사가 방사청 몰래 부품을 바꿨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말로만 그럴 것이 아니라, 방사청도 2022년 8월 2일 회의의 기록 같은 근거를 내놓아야 합니다. 우리 장병 개개인의 전시 통신을 책임지는 전투원용 무전기 도입을 위한 중요 회의였기 때문에 회의록 작성은 상식에 가깝습니다. 방사청에는 2022년 8월 2일 회의의 기록이 존재할까요.
검토 시간도 안 주고 "중대 결정 하라"
무엇보다 A사의 전투원용 무전기는 일선 부대에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2023년 5월부터 납품한 무전기 1만 5천 대 중 지금까지 접수된 하자는 0건입니다. 군 장비들 중 전례가 드문 기록입니다. 방첩본부와 국정원의 최근 조사에서 A사 무전기의 대체 부품에서 백도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방사청 핵심 관계자는 "A사 무전기의 성능이 좋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다", "몇 달 전 하자 보증 기간도 끝났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런데도 방사청은 지난 22일 오후 "전투원용 무전기 2차의 후속 조치에 대해 2026년 9월 29일까지 회신하라"는 공문을 A사에 보냈습니다. 후속 조치는 대체 부품 3종을 원래 설계 상 부품으로 원상복구하라는 뜻입니다. 말이 부품 3종이지 보드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사실상 1만 5천 대 전체를 완전히 새로 조립하는 대공사입니다.
게다가 방사청의 공문 발송일과 A사의 회신 예정일 사이에는 추석 연휴 나흘이 끼어있어서 업무 가능 시간은 이틀에 불과합니다. 회사가 휘청일 수 있는 중대 결정을 이틀 만에 내리라는 강요와 다름없습니다. A사가 만약 대기업이었어도 방사청은 이토록 모질게 몰아붙였을까요.
큰 사업들 많은데 작은 사업에 전력하는 방사청
이 정도 정성이면 중요 당사자인 업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법도 합니다. 하지만 방사청의 그 누구도 "소명하겠다", "만나달라"는 A사의 간청에 호응하지 않았습니다. 불의한 외부의 힘이 방사청에 작용할 때 생기는 전형적인 현상이라는 수군거림이 들립니다.
방사청은 지난 14일 전투원용 무전기 관련 화상 회의에 사용자인 소요군을 참가시키지 않았습니다. 방사청 혼자 모종의 일을 꾸미는 것 같습니다. 방사청 뒷걸음질의 동반자인 특유의 폐쇄성이 고개를 드는 분위기입니다. SBS 취재파일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전투원용 무전기를 둘러싼 방사청의 파행을 몇 차례 더 들춰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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