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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먹는 하마'에서 다재다능 '거대 배터리'로 [취재파일]

재생에너지 시대 양수발전의 재발견

'돈 먹는 하마'에서 다재다능 '거대 배터리'로 [취재파일]
▲ 양수발전소

댐 하나로 이뤄진 기존 수력 발전과 달리, 상부와 하부에 2개 댐으로 구성된 양수발전이란 게 최근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가 늘어남에 따른 겁니다. 재생에너지는 연료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인 반면 날씨에 따라 들쭉날쭉한 간헐성이 가장 취약점으로 꼽힙니다. 그래서 햇빛이 강하거나 바람이 셀 때 만들어진 전기를 저장시설로 옮겨놨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보완시설의 필요성이 지적돼 왔는데요. 바로 이같은 저장 장치의 하나로 양수발전이 각광을 받는 겁니다.

재생에너지 시대가 열리기 전에는 양수발전은 천덕꾸러기에 가까웠습니다. 애초에는 원자력 발전의 보조수단으로 도입됐습니다. 원전의 특성상 24시간 발전이 계속되다보니 한밤중에 남아도는 전기가 생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심야에 남아도는 전기로 양수발전소의 하부댐 물을 펌핑해 끌어올린 뒤 낮시간대 전기가 모자라면 상부댐의 물을 방류해 전기를 생산하는 식으로 운영돼 왔습니다. 국내 최초의 양수발전소는 청평댐에 있는데 지난 1975년에 착공돼 1980년에 준공됩니다.
 

양수발전, 심야전기 따라 명암 엇갈려

하지만 문제가 생깁니다. 정부가 낮시간대 전력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1985년부터 한밤중 전기요금을 깎아주면서 심야 전력 사용을 장려하기 시작합니다. 보일러와 온풍기 등 심야전력을 쓰는 다양한 기기들이 보급됐고 사용량이 급증한 겁니다. 심야에 전기가 모자라 가스와 중유 발전기를 돌려야 하는 등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상황이 됐습니다. 심야전기가 부족해지자 양수발전소 가동도 더불어 줄어들게 됩니다. 댐을 하나도 아닌 두 곳에다 지어야 하는데다 유지비도 크게 소요되다보니 양수발전이 '돈먹는 하마'란 인식이 생기게 됩니다. 문제가 커지자 정부는 심야전력 요금을 인상한데 이어 단계적으로 심야전력 제도를 폐지하게 됩니다. 신규 양수발전소 역시 지난 2011년 예천 양수 발전소가 착공에 들어간 이래 한동안 멈춰서게 됩니다. 그후 새로운 양수발전소 공사 첫 삽까지 14년이 걸립니다. 2025년 충북에서 착공한 영동 양수발전소입니다.

잊혀졌던 양수발전소를 다시 주목하게 만든 태양광 간헐성의 문제, 어느 정도일까요? 대표적인 게 2026년 올해 5월 1일의 상황입니다. 낮 한때 국내 전력 생산에서 태양광 발전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선 겁니다. 당일 낮 12시 25분경 태양광 발전 출력은 약 28.95GW로 전체 발전량의 50.1%를 차지했습니다. 태양광 발전 비중이 절반을 넘기는 역대 첫 사례로 알려졌습니다. 같은 시간대에 원전 17.8GW(30.8%), 가스 6.7GW(11.6%), 석탄 5.7GW(9.8%)였습니다. 노동절 휴일이라 산업 전기 수요가 크게 줄어든데다 봄철 정오 시간대 햇살이 넘쳐나면서 태양광 발전량이 크게 늘어난 겁니다. 이같은 문제 때문에 정부는 올해 4월부터 산업용 전기에 대한 계시별 요금제를 개편해 낮시간대 요금은 최대 16.9원 낮추고 저녁과 심야시간대 요금은 최대 5.1원 높이는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태양광 급증이 다시 불러낸 양수발전

이렇게 낮시간대 전기가 남아돌게 되자 심야에만 펌핑해 물을 끌어올리던 양수발전소에서 펌핑 가동이 낮시간대에도 이뤄지게 됩니다. 전기의 특성상 생산한 전기가 바로 수요처에서 쓰이지 않으면 전력망 안정성을 해치기 때문에 출력제어 방식으로 전기를 버려야 합니다. 이렇게 남는 전기로 양수 하부댐의 물을 상부로 펌핑해 놓은 뒤 최근 전기 수요 최대치가 발생하는 오후 4시부터 6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전하는 겁니다. 태양광이 불러온 전력 시장의 혼선을 아주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해결사 역할을 하는 셈이죠. 저녁 시간대 뿐 아니라 태양광 발전이 본격화되는 10시 ~ 오후 3시를 제외한 아침 시간대에까지 양수 발전량이 늘고 있습니다. 이같은 현상은 불과 2020년대 들어 생긴 일입니다.

이러자 양수발전소의 이용률이 껑충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021년 8.9%였던 국내 양수발전소들의 평균 이용률이 2024년에는 11.3%로 2025년에는 10.7%를 기록했습니다. 25년의 경우 21년보다 2%포인트 정도 올라갔는데, 발전량으로 치면 20% 가량이 늘어난 겁니다.

양수발전소

만년 적자에 시달렸던 양수발전소 당기순이익도 흑자로 전환됐습니다. 2021년 1024억 원 적자였던 게 2025년에는 882억 원 흑자를 기록한 겁니다. 물론 여기에는 이용률 증가 뿐 아니라 전기 판매자인 한전에서 공급업자인 한수원에 정산해주는 요금 체계가 개선된 측면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양수 vs 배터리, 에너지 저장 비용은?

ESS

장기적 관점에서도 양수발전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증할수록 저장장치 ESS의 필요성이 강조될 수 밖에 없는데요. 문제는 비용이죠. 배터리 ESS든 양수발전이든 대용량 전기를 저장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듭니다. 과연 어느 정도나 될지 또 배터리와 양수발전 가운데 어떤 쪽이 유리한지 관심이 쏠리는데요. 작년에 에너지경제 연구원에서 배터리 ESS와 양수발전의 저장비용을 비교 분석한 연구 결과를 내놨습니다. 발전단가를 비교분석하는 LCOE란 게 있는가 하면(Levelized Cost of Energy, 균등화 발전 비용) 이 경우에는 '에너지 저장' 즉 storage값을 측정하는 LCOS라는 개념이 쓰입니다.(Levelized Cost of Storage)

1KW/h의 전기를 저장하는데 드는 비용을 따져보는 방식인데요. 엘지엔솔 등 우리나라 배터리사들이 강점을 지난 NCM 배터리의 경우는 356원 정도 하고요. 중국이 잘하는 LFP 배터리는 218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비해서 양수발전의 경우는 172원으로 계산이 됐습니다. 에너지 저장 기준 시간이 양자간에 약간 다른 측면은 있습니다. 중요한 건 배터리에 비해서 양수발전이 갖는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의미입니다.

양수발전이 갖는 의미는 또 있습니다. 지난 2022년부터 강릉과 삼척 등 동해안 지역의 화력발전소들이 순차적으로 가동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송전망 건설이 지연돼 수도권으로 전력을 공급하지 못하면서 출력을 제한허가 가동이 중단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죠. 이 때문에 예천양수발전소가 매일같이 낮시간대 동해안 화력발전소 생산 전기를 활용해 펌핑을 하고 있습니다. 태양광 전기 뿐 아니라 처치 곤란인 화력 발전소 생산 전기까지 떠맡고 있는 셈이죠.
 

양수발전 정산 및 보상체계 개선 검토돼야

결국 양수발전은 과거 원자력과 심야전력의 보조 수단이라는 유물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 확대 시대의 전력망 변동성을 완화하는 ‘해결사’로 부각됩니다. 태양광의 간헐성 극복은 물론 계통 제약에 갇힌 동해안 화력발전 전력까지 흠수하며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친환경 ‘거대 배터리’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양수발전이 지닌 높은 경제성과 공공적 가치에 비해 현행 시장 보상 체계는 여전히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초기 건설에 막대한 비용과 긴 시간이 소요되고 유지관리 부담이 큰 구조적 특성을 감안할 때, 양수발전이 제공하는 계통 유연성과 적시 전력 공급 가치에 걸맞은 합리적인 보상 및 정산 체계 개편이 필요합니다. 재생발전원 증가 시대를 맞아 전력망의 변동성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양수발전 시스템이 지속 가능하게 운영되고 신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현실적인 제도적·재정적 유인책 마련이 선행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취재지원: 세명대학교 저널리즘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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