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비가 지역을 옮겨가며 계속되고 있는데, 그동안 수해 예방에는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서울 산사태 현장 여러 곳을 전문가와 함께 돌아봤습니다.
먼저, 박세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거대한 옹벽이 아파트 방향으로 쓰러졌고, 토사가 덮쳤습니다.
이번 폭우로 서울 동작구의 아파트 옹벽이 무너지는 산사태가 발생한 지 10일째.
제 오른쪽이 극동아파트입니다.
제 왼쪽은 산과 접해있는 경사지인데요.
이 경사지를 따라서 옹벽이 설치돼 있는데, 이 옹벽의 중앙 부분만 무너진 상태입니다.
계곡물이 산에서 옹벽 중앙의 배수로로 모인 뒤 빠져나가게 설계됐는데, 이번 폭우로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지자 수압을 견디지 못한 것입니다.
[이수곤/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 계곡에서 물이 모여서 전부 다 이쪽(옹벽)으로 쏠리게 되어 있어요. 쏠려가지고 옹벽 쪽으로 그냥 바로 가게 돼 있거든요. 바로 거기가 터진 거예요.]
옹벽 아래 등 여러 갈래로 물이 빠지도록 설계했다면 큰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입니다.
[이수곤/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 비는 촉진제지, 근본적인 원인은 배수시설이 이 지형과 지질에 맞게끔 충분하게 설치돼 있지 않았다.]
또 다른 산사태 현장입니다.
경문고 후문 쪽인데요, 축대가 무너지면서 토사가 쏟아져 아래쪽에 있는 주택을 모두 덮쳤습니다.
이 현장도 지대가 높은 곳에 빗물이 모이는 구조인데 배수 통로 부족으로 축대가 쓰러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수곤/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 능선 정상 부분인데 그쪽으로 물이 몰리게 돼 있어요. 그런데 배수시설이 충분치 않아서 물이 (축대 쪽으로) 넘어가거나 스며든 거 같습니다.]
이처럼 산을 깎아 주거지를 조성할 경우 산과 경계가 되는 부분에 옹벽이나 축대를 세웁니다.
그런데 물이 빠지는 통로가 충분하지 않거나 배수 구멍 관리에 소홀하면 산사태의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박창근/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 옹벽이 오래되면 그게(배수 구멍이) 막혀버려요. 옹벽 뒤에 흙이 있고 다음에 수압이 또 작용하게 되잖아요. 그러면 노후화가 되면 옹벽이 쉽게 무너질 수가 있겠죠.]
지형과 지질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배수시설도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이수곤/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 (배수시설을) 거의 똑같이 획일적으로 만들어요. 그러면 바로 물이 많이 모이는 데는 감당을 못해가지고 거기(옹벽)가 터질 수밖에 없죠. 거시적인 관점에서 봐가지고 접근을 해야지….]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윤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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