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의 공장’이고 상하이 일대는 중국의 자동차와 전자 제조업이 몰려있는 최대 수출산업기지이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산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직격탄을 맞는다. 중국에서 생산한 공산품이 있어야 물가를 낮출 수 있는 미국과 유럽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물가를 잡지 못하면 미국은 금리를 더 많이, 더 빨리 올려야 한다. 이는 또다시 돌고돌아 우리나라에 충격을 준다.
중국의 코로나19 방역정책은 ‘제로 코로나’다. ‘위드 코로나’와 정 반대다. 코로나 확진자 발생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무리한 일도 많이 벌어진다. 확진된 6세 미만 어린이도 부모와 분리해 어린이 전담병원에 격리하는 바람에 강한 비판이 일기도 했다.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은 몇차례 변곡점을 맞았다. 대표적인 것이 백신의 등장, 그리고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이다. 서구 국가들은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보다 빨리 통제를 완화했고, 경제와 사회활동을 정상화했다. 오미크론은 전염성이 너무 강해서 결국 확진자 증가세가 정점을 지나야 진정된다는 사실을 각국이 경험했다.
반면 중국은 끝이 보이지 않는 고강도 봉쇄 정책에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지는 상황에서도 ‘제로 코로나’ 라는 기조를 수정할 뜻이 없어 보인다. 왜 그럴까? 중국은 언제까지 제로 코로나를 고집할까? 그 답은 시진핑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가 쥐고 있다.
[그게 뭔데?]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의 특징
확진 사례가 발생하면 넓은 반경을 위험 구역으로 지정해 주민들의 발을 최소 14일간 묶는다. 누적 확산 사례가 100건이 넘어가 감염 사슬 추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도시 전체를 봉쇄한다.
이런 지역봉쇄를 ‘펑청(封城’이라고 한다. (우리 한자발음으로는 봉성, 성의 출입구를 봉하여 막는다는 뜻이다.) 아파트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그 단지 전체를, 공장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공장 전체의 출입을 막아버린다. 공무원과 지역 봉사자들을 동원해 식료품 등 생필품을 가정으로 배달한다. 필수 쇼핑을 위한 외출을 허용했던 서구 국가들의 초기 봉쇄와 이 점에서 차이가 난다.
아예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스케일도 중국 제로코로나의 특색이다. 인구 1,750만명으로 중국 4대 도시이자 수출산업 중심지 중 하나인 광둥성 선전시가 3월14일부터 일주일 동안 멈춰 섰고, 인구 1천300만명의 시안, 인구 800만이 넘는 창춘, 인구 9백만의 산업도시 셴양 등도 ‘펑청’을 겪었다. 3월 중순 지린성에선 2,410만명 주민 전체에 대해 성내외 이동을 전면 금지했다. 공안이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는 중국에서, 외출금지 명령을 어겼다간 두들겨 맞기도 한다.
지난 4월6일 산둥성의 한 도시에서는 방역 집행 공무원으로 추정되는 두 사람이 한 남성을 붙잡고 강제로 머리를 밀어버리는 모습이 영상에 찍혔다. 외출금지명령을 어겼다는 게 이유였다.
제로 코로나 정책의 두 번째 기둥은 대대적인 핵산검사다. 어느 정도 대대적이냐 하면, 2021년 9월 인구 푸젠성 샤먼에 델타 변이 확산으로 확진자가 속출하자, 5백만 인구의 샤먼시민 모두를 4차례에 걸쳐 검사했다. 2021년 7월에는 인구 930만의 난징(南京) 전 시민에 대해, 지난달 인구 1,750만의 선전에서도 통제기간 중 전 시민을 상대로 3차례 PCR 검사를 실시했다. 인구 2,600만의 상하이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통했나?] 나쁘지 않았다, 오미크론 등장 전까지는...
2020년 9월 중국은 방역 표창대회를 열고 코로나19와의 전쟁 승리를 선언했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한창 대유행과 봉쇄로 시름하던 때였다. 시진핑 주석은 방역 유공자들에게 직접 훈장을 수여하며 “코로나19 전쟁에서 거둔 중대한 성과는 중국 공산당과 사회주의 제도의 우수성을 보여줬다”고 자찬했다. 당시만 해도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일상을 되찾는 나라가 될 것처럼 보였다.
오미크론, 중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상하이 봉쇄 사태의 시작
인구 2천6백만의 거대 도시로 성(省)급 행정구역에 해당하는 상하이는 원래 중국에서 가장 부드러운 코로나19 정책을 펴 왔던 곳이다. 누적 확산 사례가 100건을 넘어가면 도시 전체가 ‘펑청(封城)’이라는 대규모 봉쇄에 돌입했던 다른 도시들과 달리 상하이는 봉쇄구역을 작게 나누고 행정력을 단기간에 총동원해 1,2차 밀접 접촉자를 찾아내서 격리하는 방식을 썼다.
그런데, 오미크론은 아무리 행정력을 풀어도 밀접 접촉자 격리 방식으로는 쫓아갈 수 없을만큼 확산이 빨랐다. 지난 3월 말 중국의 공식 발표 상 코로나 일일 확진자가 5천 명 대로 폭등하고, 그중 절반이 상하이시에서 나오면서 상하이도 결국 대규모 봉쇄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마구잡이식 격리...시설과 급식도 열악
상하이에 감자를 실어주러 왔다가 봉쇄 날벼락을 맞아 노숙 생활을 하게 된 트럭기사의 사연도 눈길을 끌었다.
웨이 씨는 3월28일 동료 기사 2명과 함께 대형 트레일러 3대에 감자 100톤을 나눠 싣고 산둥성 라이우 시를 출발했다. 3월 29일 새벽 상하이 도매시장에 도착해 감자를 하역하고 곧바로 라이우로 돌아가는 일정이었다. 그러나 상하이에 도착하자마자 도매시장이 폐쇄됐다. 다음날 봉쇄가 더욱 확대돼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감자 수송을 부탁한 중개상의 도움으로 겨우 인근 창고를 거처로 삼았다.
구역봉쇄로 인해 주택단지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주민들에게는 당국이 식자재를 갖다주긴 하지만 양도 부족하고 상태도 나쁘다는 불만이 소셜미디어에 잇따랐다. 현장에 시찰나온 공산당의 상하이 최고책임자에게 주민들이 언성을 높여 항의하는 사태도 빚어졌다.
억압적, 폭력적 집행
지난 6일 상하이 푸둥 신구에서는 시설로 격리되는 확진자의 반려견을 방역요원들이 길가에서 때려죽인 사건이 있었다. 확진이 되면 부모와 어린 아이도 떼어놓는 마당에 당국이 반려견 동반을 용인할 리 없었다. 확진된 주민이 할 수 없이 개를 놓아둔 채 격리시설행 버스에 올랐는데,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이런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주민위원회 관계자는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세균 같은 게 묻어 있을 수도 있다고 걱정이 돼 그랬던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보기 힘든 강력한 주민 반발...공산당 직접 겨냥까지
그러다보니, 중국 본토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주민들의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상하이 푸둥 신구의 한 임대아파트 단지에서 주민들이 집단 시위를 벌였다. 당국이 단지 내 11개동을 코로나19 감염자 격리시설로 지정했다며 퇴거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울부짖으며 무릎을 꿇고 퇴거 명령 취소를 호소했지만 방역복을 입은 공안들은 폭력적으로 이들을 제압했다. 격분한 다른 주민들이 쏟아져나와 나중엔 시위군중이 천8백명까지 늘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왜 제로코로나를 고집할까? (1) 중국산 백신의 문제
세계보건기구(WHO) 자료를 보면, 중국산 시노백 백신의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예방율은 화이자 백신의 절반 수준이었다. 오미크론 변이의 감염을 막는 능력은 더욱 약하다. 지난해 말 홍콩대학이 공개한 연구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 접종자 25명 가운데 5명이 오미크론을 막아냈지만, 시노백 백신 접종자 25명은 전원이 감염을 피하지 못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서구 국가들은 백신 접종율을 충분히 높인 뒤 위드 코로나로 나아갔지만, 자국 백신만 고집한 중국은 그런 접근법을 택하기 어렵다.
왜 제로코로나를 고집할까? (2) 중환자 치료 기반 부족
지역별 격차도 크다. 중국 최대 도시인 베이징과 상하이의 인구10만명당 중환자 집중치료실 병상 수는 6개 이상으로 중국 평균보다 1.5배 많은 수준이지만 간쑤성 · 장시성 · 허베이성 · 푸젠성 · 안후이성 · 하이난 등은 3.5개 이하로, 중증 환자가 폭증할 경우 의료체계 붕괴 위험성이 크다. 가장 부유한 도시라는 상하이에서도 다른 병을 앓는 환자가 병원에 가지 못해 숨지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위드 코로나' 말했다가 '매국노'로 몰린 전문가
그러다보니 방향 전환이 쉽지 않다. 다른 나라의 경험과 바이러스의 과학을 살펴 ‘위드코로나’로 전환하자고 말한 전문가들은 각종 압력과 ‘매국노’ 비난을 받고 입을 닫아야 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장원훙이다. 장원훙은 상하이 푸단대 부속 병원의 간부로, 중국 내 유명한 보건 전문가다. 그가 지난해 7월29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글을 썼다.
일부 애국주의 네티즌은 그를 ‘당대의 왕징웨이’라고 비난했다. 왕징웨이(汪精衛)는 1940년대 중화민족을 배반한 친일파 매국노 오명을 쓴 인물이다. '미국이 키운 개(美國養的狗)' 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결국 장원훙은 20일만에 '현재 정책이 적합하다'며 자신의 주장을 꺾었다.
중국 당국에게서 권위를 인정받는 의학자라 해도 방역정책 전환을 얘기하기 쉽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사스를 퇴치해 중국의 의학 영웅으로 추앙받는 중난산 중국 공정원 원사는 지난 6일 영국 옥스퍼드 대학이 발행하는 학술지 <내셔널 사이언스 리뷰>에 장기적으로 제로 코로나는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글을 썼다.
제로코로나 고수하는 시진핑 "승리는 인내에서 나온다"
상하이 봉쇄의 경제적 충격
중국 경제성장률은 올해 1분기 (1~3월) 4.8%를 기록했다. 그 자체로는 그리 나쁜 성적은 아니다.
한국경제에 튀는 불똥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1%p 떨어지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0.5%p 하락 압력을 받는다고 분석한 바 있다. 우리 핵심산업인 배터리, 반도체 등은 중국에서 들여오는 부품과 자재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정형곤 선임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배터리 관련 수입액의 80% 이상, 반도체 관련 수입액의 30% 이상이 중국에서 들어오는 것이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와 휴대전화 부문은 상하이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각각 11.2%, 14.3%로 높다"면서 "한국과 경제 관계가 더 긴밀한 장쑤성, 광둥성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면 상하이 봉쇄보다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돼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트라(KOTRA) 상하이무역관도 경고 메시지를 담은 보고서를 냈다. "장쑤성, 저장성, 안후이성 등 상하이 인근 지역도 계속해서 엄격한 통제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컨테이너 물류 운송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며 기업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또 "상하이 방역 통제 장기화는 이제 중국 전역의 공급망과 물류 운영에 상당한 압력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다"며 “중국 항구의 수출입 통관 지연이 지속되고… 4월 무역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현지 전문가들의 전망을 전했다.
국내 생산현장에도 직접적인 충격파가 나타나고 있다. 경형SUV 캐스퍼를 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중국에서 생산하는 에어백 컨트롤 유니트(ACU)를 공급받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회사는 캐스퍼를 하루 평균 200대 가량 생산해 왔는데, 중국산 부품 수급 차질로 18일 오후부터 20일까지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국내 금융시장에도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 중국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해 내는 공업제품이 없으면 미국 등 각국은 물가를 낮출 수 없다. 그런데 지금 중국에서 진행중인 코로나 봉쇄 사태는 가뜩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뒤엉킨 글로벌 공급망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물가(인플레)가 안 잡히면 미국은 금리를 더 빨리 더 많이 올려야 할 것이고, 그러면 한국도 따라서 금리를 더 올려야 하는 압력이 생긴다. 안그러면 외국자본이 빠져 나갈 우려가 크다.
그러나 금리를 올리면 이미 빚을 많이 끌어 집을 샀거나 생계자금으로 쓰고 있는 사람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동안 대출로 연명해 온 자영업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중국의 코로나 장기화가 우리 경제에도 엄청난 딜레마를 제기하는 것이다.
결국은 시진핑 '3연임 즉위식' 때문
미국 선거에서 나온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라는 말이 있다. 그건 반만 맞는 말이다. 경제가 중요한 건 권력의 향방이 경제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먹고 사는 문제라면 권력은 죽고 사는 문제다. 어떤 사람들에게, 경제는 권력만큼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최근 수년간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올해 10월쯤 열릴 중국공산당 제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잡음 없이 관철시키는 일이다. 3연임은 중국 지도부의 수십년 관행을 깨고 '개헌을 통한 장기집권'을 하는 것이어서 '시 황제 즉위식'에 비유되며 많은 논란을 낳았다.
시진핑 3연임의 순조로운 확정을 위해 지금까지 각종 선전을 강화하고 반발여론은 검열로 무력화시켜 왔는데, ‘즉위식’에 해당하는 정치행사를 6개월 앞두고 다시 코로나가 창궐하는 상황을, 중국 공산당이 감당할 수 있을까? 더구나 지금은 베이징에서 1,200km 넘게 떨어진 상하이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올 여름 베이징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상황을 중국 공산당이 용인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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