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겨울과 봄, 유난히 날씨가 널뛰고 있다. 1월 초엔 서울의 기온이 영하 18.6℃까지 떨어지더니 중순 들어 13.9℃까지 치솟았다. 보름 남짓한 사이 무려 30℃ 이상 변한 것이다. 4월 중순에도 서울의 기온이 3.1℃까지 떨어졌는데, 일주일도 안 돼 28.2℃까지 올랐다. 널뛰는 기온, 변화무쌍한 날씨 등을 전부 기후변화의 탓으로 돌릴 순 없다. 기후(climate)와 날씨(weather)는 그 규모 자체가 다르기 때문. 하지만 기후가 변하면서 기온과 날씨 등 내부 변동성이 커져 과거 우리가 겪었던 범주를 벗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널뛰는 날씨가 불편한 건 우리만이 아니다.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대로 환경에 그대로 노출되는 동·식물들은 타격이 더 크다. 기후변화가 초래한 많은 부작용들로 일부 종들은 멸종 위기에 처했고, 농작물 재배도 영향을 받으면서 우리가 수급할 수 있는 식량마저 위협을 받고 있다. 식량 관련된 내용은 앞서 두 번의 취재파일에서도 소개했다.
▶ [취재파일] 지구 뜨거워질수록 우린 배고파진다
▶ [취재파일] 북상하는 과일, 변화하는 한반도…2100년 미래 기후는?
그동안 기후변화가 미래 우리의 식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연구들은 많았다. 하지만 실제 기후가 변하면서 지금까지 어떤 영향이 얼마나 있었는지에 대한 분석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자들이 예측에 사용하는 프로그램 모델은 아무리 뛰어나도 100%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없다. 예측엔 언제나 한계가 존재하는데, 더 정밀한 예측을 위해서라도 지금껏 어떻게 변해 왔는지 과거 데이터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이러한 필요성으로 최근 해외 연구팀이 인류가 초래한 기후변화가 농업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했다.
기후변화, 지금까진?
해외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농업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이라는 지표를 사용했다. 해당 지표는 농작물 생산에 미치는 여러 요소(가축, 곡물, 노동력, 토지, 물리적 자본, 자재 등)를 전부 포함한 값이다. 연구팀은 이 지표를 활용해 1961년부터 지금까지 전 지구 농업 생산성에 대한 기후 요인을 분석했는데, 분석 결과 기후변화로 농업 생산성이 21%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최근 7년간 기술 발달 등으로 전 세계 농업 생산성이 증가한 수치와 맞먹는 값이다. 지역별론 아프리카와 중남미, 카리브해 등 따뜻한 지역에선 26~34%까지 감소해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 : 노동 생산성, 업무 능력, 투자 금액, 기술 등 생산을 위해 투입되는 모든 생산요소들을 복합적으로 반영한 생산 효율성 수치
지금이 가장 위험해…갈수록 심해질 듯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쌀뿐만이 아니라 다른 농작물들 역시 타격이 있는데, 콩은 당장 2030년부터 고온으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식량과학원이 2050년쯤의 우리나라 온도 조건에서 콩을 직접 재배해봤는데, 콩 알갱이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과학원은 35℃가 넘는 기온이 지속되면 농작물들이 생장에 사용해야 할 유기물들이 호흡에 사용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생장이 일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를 진행한 국립식량과학원 서명철 연구관은 "단순 기온 상승의 효과만으로도 생산성 감소를 확인했다며 기후변화가 유발되는 이상기상(태풍, 폭우, 가뭄) 현상이 더해진다면 그 피해는 예상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참고문헌>
Ariel Ortiz-Bobea , Toby R. Ault, Carlos M. Carrillo, Robert G. Chambers and David B. Lobell , "Anthropogenic climate change has slowed global agricultural productivity growth", nature climate change(2021) 11, 306–312, doi.org/10.1038/s41558-021-01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