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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지구 뜨거워질수록 우린 배고파진다

[취재파일] 지구 뜨거워질수록 우린 배고파진다

서동균 기자 windy@sbs.co.kr

작성 2021.04.02 09:15 수정 2021.04.02 09:2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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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이 완연하다. 황사가 걷히면서 맑은 하늘에 기온도 따뜻해 나들이에 딱 좋은 시기가 돌아왔다. 올봄 서울의 벚꽃은 지난달 24일에 개화했는데, 기상청이 벚꽃을 관측하기 시작한 지난 1922년 이후 가장 빠른 시기다. 기상청은 2~3월의 평균 기온이 높았고 일조시간이 길어 꽃이 빨리 핀 것으로 분석했다. 공식 개화는 종로구 송월동의 지정된 나무를 기준으로 하는데, 지금은 송월동 외 어딜 가도 벚꽃이 만개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벚꽃이 피면서 눈은 즐거워졌는데, 생각보다 빨리 핀 꽃에 기후변화를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기후는 기상학적으로 보통 30년 평균 온도를 의미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기후값은 1981년~2010년까지의 30년 평균 기온인 12.5℃를 사용했다. 최근 기상청이 기후값을 다시 발표했는데 기간은 1991년~2020년까지로 작년을 포함한 최신 평균값이다. 새로 발표한 기후값은 12.8℃로 지난번보다 0.3℃ 상승했다. 지역별론 중부 내륙의 상승폭이 가장 높았고, 봄·여름·가을·겨울 할 것 없이 사계절 모두 기온이 올랐다. 단기간의 데이터지만 온난화 추세는 여전했다.

기온이 오르면서 곳곳에서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이제는 놀라운 사실도 아니다. 이미 세계 평균 기온은 산업화 대비 1℃ 이상 급격히 상승해 자연 변동 폭을 넘어섰고, 태풍과 폭우, 폭설과 가뭄 등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기상현상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작년 한 해 태풍과 폭우로 생긴 피해액만 1조 2천585억 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10년 사이의 평균 피해액보다 3배나 많은 수치다. 기온도 짧은 기간 동안 극단적으로 높아지거나 낮아지고 있는데, 올해 1월 서울에선 가장 따뜻했던 날과 추웠던 날의 차이가 무려 30℃를 넘기도 했다.

2020년 이상기후 발생 분포 (자료=기상청)

지구 온도 높아질수록 배고파지나?

문제는 단순히 '악기상(惡氣象)' 등 외적인 기상 현상만 나빠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높은 기온은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준다. 생태 시스템은 크게 생산자와 소비자로 나눌 수 있는데, 소비자는 다시 1차, 2차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2차 소비자가 1차 소비자를 소비하는 형식으로, 먹이 사슬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생산자가 식물, 1차 소비자는 초식동물, 2차 소비자는 육식동물 정도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각 과정에선 다음 단계의 생물에게 필요한 에너지가 전달되는데 생물들은 이렇게 전달된 에너지를 신진대사와 생장, 그리고 번식 등에 사용한다. 에너지 전달 효율은 일반적으로 10% 정도로 계산되는데, 상위 단계로 갈수록 효율이 떨어진다. 전달 과정에서 에너지의 일부가 열에너지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온난화가 바로 이 영양 전달 과정에 영향을 주는 건데, 기온이 높아질수록 영양 전달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최근 해외 연구팀이 직접 생물 실험을 통해 전달 효율이 감소한다는 것을 밝혔다. 이론 외에 직접적인 생물 실험을 통해 증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온난화 조건에서 플랑크톤의 질소 전달 효율(식물 플랑크톤→동물 플랑크톤)을 7년 동안 관찰해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주변에 비해 온도가 4℃ 높아진 연못에서 영양 전달 효율이 최대 56%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똑같은 양을 섭취해도 기존에 비해 에너지를 절반 정도밖에 얻지 못하는 셈이다. 높아진 온도 하에선 식물 플랑크톤과 동물 플랑크톤이 가지는 바이오매스* 자체도 줄었다.

*바이오매스 : 특정 시점에서 생물군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 양
 

최종 소비자인 인류가 가장 큰 타격

높은 온도가 에너지 전달에 영향을 끼치는 이유는 뭘까? 우리를 포함한 동·식물은 체온 유지와 신진대사에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그런데 온도가 높아지면 각 생명체가 이러한 체온 유지와 신진대사 등에 사용하는 에너지가 점점 늘어난다. 신진대사율이 높아지기 때문. 일반적으로 온도가 10℃ 상승하면 신진대사율이 2배 정도 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Q10*). 자연스럽게 각 단계에서 기존보다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 만큼 다음 단계로 전달될 에너지 양은 당연히 적어지는 것이다.

인간은 생태 피라미드 중 가장 높은 곳에 있다. 앞서 말했듯 영양 전달 효율은 생산자에서 1차 소비자로, 1차 소비자에서 다시 2차 소비자로 단계를 거듭할수록 그 효율이 떨어진다. 이번 연구는 생태 피라미드의 가장 밑 단계인 플랑크톤 사이의 영양 전달 효율이라 우리에게 어떤 영향이 미칠지에 대한 정확한 정량 분석은 힘들겠지만, 적어도 플랑크톤 사이의 전달 효율보다 효율이 더 떨어질 것이란 것은 짐작할 수 있다.

*Q10 : 생물학적 과정이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정도를 측정한 것
 

식량난도 문제

그렇다면 더 많은 양을 섭취하면 되지 않을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기온이 높아지면서는 영양 전달 효율만 손실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쌀, 보리 등을 주식으로 삼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에 따르면 밭은 비교적 정체 상태지만 쌀과 보리를 재배할 수 있는 논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그림 참조).

(자료=국립식량과학원)
실제로 쌀, 보리, 콩 등을 포함하고 있는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 역시 최근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최근 5년 식량 자급률을 보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 가장 최근 자료인 2019년은 45.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2년 목표인 55.4%에 9.6% 미달된 수준으로 안정적인 식량수급에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재배 면적 등이 감소해 농업 생산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품종 개량 등 기술 발전이 기후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앞으로 생산량을 장담하기 힘들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론 해외에서 식량 수입도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기후변화가 지금 같은 추세로 이어진다면 2050년대엔 지난 2010년에 비해 여름은 20일 정도 길어지고 겨울은 30일 정도가 줄어든다. 기후변화를 위한 노력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RCP 8.5 시나리오에선 2100년쯤엔 우리나라에 강원산지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아열대 기후로 변하게 된다. 안정적인 식량 수급을 위해 기후를 쫓아갈 과학기술의 개발과 함께, 기후변화를 늦추려는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기후변화로 생기는 '악기상'도 경계해야겠지만, 이런 부가적인 영향까지 생각해본다면 우리가 미래에 받을 영향은 지금껏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클 수 있다.

<참고문헌>
Diego R. Barneche, Chris J. Hulatt, Matteo Dossena, Daniel Padfield, Guy Woodward, Mark Trimmer, Gabriel Yvon-Durocher, "Warming impairs trophic transfer efficiency in a long-term field experiment", nature(2021) 592, 76–79, doi.org/10.1038/s41586-021-03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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