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지난해 9월 <대한민국 '음주살인' 보고서> 보도에 이어 이번엔 시행 1년을 맞은 윤창호법의 효과는 어떠했는지 데이터를 통해 점검했다.
음주운전 교통사고에 적용되는 법은 통상 도로교통법, 교통사고처리특례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이다. 판결문 열람 서비스에 '음주운전', '사망', '위험운전치사', '교통사고처리' 등 단어로 검색한 뒤 각 판결문을 일일이 확인해 기준에 맞는 사건들을 추려냈다. 음주운전에 의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한정했다.
그렇게 확정한 분석 대상은, 시행 이전 137건(사망자 144명)- 시행 이후 39건(사망자 40명)이었다. 2018년에 발생한 음주운전 사망사고만 346건인데도 판결문 수가 적은 이유는, 음주운전자 본인이 사망한 사고가 적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시행 이후엔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라 판결문이 공개되지 않은 사고가 많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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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윤창호법 1년...선고 형량 오히려 줄었다
● '윤창호법' 적용 받지 않는 음주운전 사망사고들
지난해 5월 3일, 새벽 2시 50분쯤 경기도 용인시의 한 도로에서 A씨가 몰던 승용차에 B씨가 치여 숨졌다. A씨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27% 만취 상태로 제한 속도를 거의 2배 초과해 차를 몰았다. A씨에겐 음주운전으로 5회 처벌된 전력도 있었다. 법원은 A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또 다른 사고. 역시 지난해 6월 7일 오후 2시 40분쯤, 광주 광산구의 한 보행자용 보도에서 C씨가 운전하던 차량이 D씨를 들이받았다. D씨는 안전 펜스 너머로 추락해 결국 사망했다. C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86%, D씨에겐 아무런 과실이 없었다. 법원은 C씨에게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윤창호법' 시행 이후에 발생한 사고들이었지만 두 사고에 적용된 법률은 '제1윤창호법'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아니었다. 검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과 도로교통법을 적용해 기소했고 법원은 그렇게 판결을 내렸다.
●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란?
1982년부터 시행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하 특례법)은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 대해 12대 중과실을 제외하고는 형사처벌에 특례, 즉 특별 예외를 적용해 처벌을 면제하는 법이다. 법 제정 당시엔 신호위반·중앙선 침범·횡단보도 사고·과속·음주운전·무면허 운전·철길 건널목 통과 방법 위반·앞지르기 방법 위반 등 8대 중과실이었는데 하나씩 늘어나 현재는 12대 중과실이 됐다. 제정 당시부터 음주운전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처벌 규정이 미약해 음주운전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2007년 12월부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위험운전 치사상 죄가 신설됐다.
이 위험운전 치사상 죄의 처벌 수준을 더 강화한 것이 바로 '제1윤창호법'이다. 즉, 현재 '제1윤창호법'으로 불리는 특가법 위험운전치사상 죄는 애초부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을 보완하기 위해 탄생했던 조항이다.
음주운전 인명 사고에 대한 두 법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우선 '제1윤창호법'의 처벌 수준이 더 높다는 건 확실해 보인다. 또,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라는 조건이 눈에 띈다. 두 법을 각각 적용했을 때, 실제 형량은 얼마나 차이가 났을까.
● 윤창호법 적용 안 하면 '3분의 1' 수준 형량
먼저 '제1윤창호법' 시행 이전이다. 시행 전에도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특가법 적용은 가능했고 '1년 이상 유기징역'이라 특례법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도록 규정돼 있었다.
실형 비율은 특가법 적용 사고 70.7%, 특례법 적용 사고는 40.0%로 큰 차이가 났다. 선고 형량도 특가법 사고는 평균 37.8월이었는데 특례법 사고는 18.0월로 나타났다. 집행유예에서는 그 간격이 줄어들었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특가법 적용 사고는 평균 0.140%, 특례법 적용 사고는 평균 0.098%이었다. 1명 이상이 숨진 음주운전 사망사고라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실형 비율과 형량의 차이는 두 배 안팎으로 벌어졌다.
윤창호법 시행 이후 두 법의 실형 비율은 특가법 적용 사고는 58.3%, 특례법 적용 사고는 26.7%로 시행 이전보다는 차이가 줄었다. 평균 형량에서는 실형의 경우 특가법 사고는 평균 37.7월, 특례법 사고는 10.5월로 나타났다. 특례법이 적용된 사고의 실형 선고 형량이, 윤창호법 적용 사고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라는 말이다. 집행유예 선고에서도 특가법 사고는 평균 징역 28.0월에 집행유예 42.0월이었는데 특례법 사고는 징역 14.4월에 집행유예 29.5월로 낮았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특가법 사고는 평균 0.158%, 특례법사고는 0.091%였다.
※[마부작침]이 분석한 판결문 수가 윤창호법 시행 이전 137건, 시행 이후 39건이라는 점을 다시 언급한다. 이후 더 많은 사고 판결문을 분석하면 실형 비율이나 평균 형량 차이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 음주만으로는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 아니다?
운전이 금지되는 기준 이상으로 술을 마시고 운전하면 '정상적인 운전'이 아니라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그럼에도 법은 모든 음주운전을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로 보지는 않는다. 특가법을 적용할 만한 음주운전은, 통상 혈중 알코올 농도가 운전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한다. 즉, 구 도로교통법이 적용되던 지난 6월 24일까지 0.100% 이상, 제2윤창호법(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이후인 6월 25일부터는 0.080% 이상이면 특가법을 적용하고 그 아래면 특례법을 적용하곤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래 판례를 보면 위 '현실'의 기준에 부합하는 지 판단하기 어렵다.
지난 2016년 2월 9일 밤 9시 20분쯤, 서울 강북구의 한 골목길에서 A씨가 몰던 승용차가 B씨를 들이받아 전치 2주의 부상을 입게 했다. 경찰 기록에 따르면 당시 A씨에게서는 술 냄새가 났고 얼굴에 홍조를 띠고 있었으며 발음이 부정확해 술 취한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 또 경찰은 36분에 걸쳐 음주 측정을 시도했는데 A씨는 부는 시늉만 하면서 이를 거부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특가법(위험운전치상)과 도로교통법 위반을 적용해 벌금 5백만 원을 선고했다.(윤창호법 이전이라 특가법에서도 벌금형 가능) A씨는 "허약체질로 음주측정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정이 있을 수 있다"며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기각했다. 그러자 A씨는 상고했고 대법원은 당시 기록을 볼 때 "음주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처음 조사 당시 경찰 기록이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라는 점을 확실하게 입증해야 된다는 의미다.
'정상적인 운전'에 대해 법원이 다른 기준을 제시하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엄격하게 판단한다면 경찰과 검찰이 각 사고에 특가법 혹은 '윤창호법'을 적용하는 걸 주저할 수 있다.
※결국 A씨에겐 특가법 대신 특례법이 적용됐다. 윤창호법 시행 이후였다면 징역형에서 벌금형으로 감경됐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사건 발생 2년 4개월 만에 A씨에게 내려진 최종 선고는 1심과 같은 벌금 5백만 원이었다.
● 명확한 기준이 없다
위 판례가 나온 2018년 이후, 그리고 '윤창호법' 시행 이후에도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특가법(위험운전치사) 죄를 적용한 사례는 적지 않다. 음주운전 사망사고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이 아예 배제되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국민적 지지를 받아 개정되고 시행 중인 법의 효과가, ① 윤창호법 1년…선고 형량 오히려 줄었다에서 봤듯 크지 않다는 점, 그리고 명확한 기준이 없어 적용 여부가 그때그때 바뀔 수 있다는 건 보완이 필요하다.
교통사고 전문인 한문철 변호사는 "윤창호법은 사망사고가 나면 무조건 징역형을 선고하게 돼 있는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은 벌금형이 가능하다"면서 "좋은 면을 보면 자기 과실이 거의 없는데 사망 사고를 낸 경우에 특례법을 적용할 수 있는 거고 나쁜 면을 보면 전관 변호사 쓰거나 해서 사망 사고 내도 더 낮은 형을 받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또 "재판부도 여론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주목 받은 사건일수록 형량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지금처럼 예외적으로 처벌하는 특례법이 아니라 중과실일 땐 가중 처벌할 수 있게 교통사고 가중처벌법으로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두에 사용한 '해피 엔딩'이란 말이 적절치 못하다는 독자 지적을 수용해 이를 수정했습니다.(2020년 1월 2일 오후 2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정혜경 기자 (choice@sbs.co.kr)
배여운 기자·분석가 (woons@sbs.co.kr)
안혜민 기자·분석가 (hyemin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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