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부작침] ① 윤창호법 1년…선고 형량 오히려 줄었다

대한민국 음주살인 보고서Ⅱ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작성 2020.01.01 09:10 수정 2020.01.02 13:5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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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마부작침] ① 윤창호법 1년…선고 형량 오히려 줄었다
"윤창호법의 근본 취지는 음주운전에 대한 의식 혁명을 하자는 것입니다.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면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음주운전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이 법안이 통과되기까지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의식이 크게 변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2018년 11월 29일 국회 본 회의, 하태경 의원

20대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 친구들의 법 개정 호소, 청와대 국민청원, '윤창호법' 통과 및 시행... 2018년 9월 벌어진 '음주 살인' 이후의 전개는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법 개정 이후 1년, '윤창호법'의 취지는, 정신은 제대로 구현되고 있을까.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지난해 9월 보도에 이어 이번엔 시행 1년을 맞은 윤창호법의 효과는 어떠했는지 데이터를 통해 점검했다.
[마부작침] 음주살인2[마부작침]은 '윤창호법' 시행 전후 1년씩 기간을 정해 사망사고를 낸 음주운전자의 형사재판 1심 판결문을 수집했다. '제1윤창호법'이 시행된 2018년 12월 18일을 기준으로, 이전 1년과 이후 1년에 발생한 사건 판결문들이다.

음주운전 교통사고에 적용되는 법은 통상 도로교통법, 교통사고처리특례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이다. '음주운전', '사망', '위험운전 치사', '교통사고처리' 등 단어로 검색한 뒤 각 판결문 내용을 확인해 기준에 맞는 사건들을 추려냈다.

그렇게 확정한 분석 대상은, 시행 이전 137건(사망자 144명)-시행 이후 39건(사망자 40명)이었다. 2018년에 발생한 음주운전 사망사고만 346건에 이르는데도 판결문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건, 음주운전자 본인 사망사고도 적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시행 이후 분석에서는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라 판결문이 공개되지 않은 사고는 제외했다.

● '윤창호법'은 이러하다
[마부작침] 음주살인22018년 9월 부산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고 윤창호 씨의 이름을 붙인 '윤창호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2018년 11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그해 12월 18일부터 시행된 '제1윤창호법'(개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다른 하나는 같은 해 12월 7일 통과, 2019년 6월 25일부터 시행된 '제2윤창호법'(개정 도로교통법)이다.

'제1윤창호법'은, 제5조의 11(위험운전 치사상)에서 음주나 약물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사람을 다치게 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에 처하도록 한 것을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으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개정한 것이다. 쉽게 말해 음주운전 사망 사고를 내면 벌금형 없이 징역형을, 그것도 최소 3년에서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이 '제1윤창호법'이다.

'제2윤창호법'은 운전이 금지되는 음주 기준인 혈중 알코올 농도를 "0.05%"에서 "0.03%"로 낮춘 내용이 핵심이다. 이외에 음주운전으로 인한 면허 취소의 결격 기간을 연장하고 음주운전 자체의 벌칙 수준을 상향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 처벌 강화하도록 법 고쳤는데... 결과는?
[마부작침] 음주살인2지난 2018년 9월 6일 새벽, 경기도 여주에서 만취 운전자 차량이 시속 100km 넘는 속도로 질주하다 다리 난간을 들이받고 하천에 추락했다. 동승한 20대 여성이 숨졌다. 지난해 3월 19일 경기도 파주에서는 역시 새벽 시간,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도로 경계석과 전봇대를 들이받아 같이 탄 사람만 사망했다. 앞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20%, 뒤 운전자는 0.167%, 앞 운전자는 초범이었고, 뒤 운전자의 과거 음주운전 여부는 판결문에 나와 있지 않았다. 앞 운전자는 관련 기록이 없으나 뒤 운전자는 피해자 유족과 합의한 점이 양형에 반영됐다. 두 사고 피해자 모두 운전자와 함께 술을 마시고 차에 동승했다. 앞 사고는 음주운전 사망 사고 처벌을 강화한 '제1윤창호법' 시행 전, 뒤의 사고는 시행 후에 발생했다. 법원은 앞 운전자에게 징역 3년 실형을, 뒤 운전자에겐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단 2건을 비교한 것만으로 '제1윤창호법' 시행 이후 형량이 줄었다고 할 순 없다. 또 각 판결문에 온전히 담기지 않은 정황에 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마부작침]은 '제1윤창호법' 시행 이전과 이후 1년간, 현 시점에서 분석 가능한 음주운전 사망 사고 1심 판결문 전체를 살펴봤다. 어떤 차이가 나타났을까.

● '윤창호법' 시행 후 실형 비율·형량 줄었다
[마부작침]
분석 대상 사고 모두에 징역형이 선고됐다. 벌금형은 없었다.

시행 전 1년(2017.12.18~2018.12.17, 발생 기준) 판결에서는 실형 58.4%(80건), 집행유예 41.6%(57건)로 나타났다. 반면 시행 후 1년(2018.12.18~2019.12.17) 판결에선 실형 46.2%(18건), 집행유예 53.8%(21건)로 집계됐다. 음주운전으로 사망 사고가 났다는 건 모든 사고의 공통점이었으나 '제1윤창호법' 시행 이후 실형 선고 비율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형량에 큰 차이는 없었다. 다만 '제1윤창호법' 시행 이후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 전 실형 형량은 최소 6개월부터 최대 96개월, 평균 32.4개월이었는데 시행 후엔 최소 8개월, 최대 72개월, 평균 31.7개월로 나타났다. 0.7개월, '제1윤창호법' 시행 후에 선고된 실형의 평균 형량이 감소한 것이다.

집행유예에서는 시행 전 징역형 평균 15.6개월, 시행 후 20.9개월이었고, 집행유예 기간은 29.1개월과 35.4개월로 '제1윤창호법' 이후 선고 형량이 다소 늘었다.

사망 사고를 낸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어땠을까. '제1윤창호법' 시행 이전은 실형, 집행유예 모두 합쳐 평균 0.123%였고 시행 이후는 평균 0.130%로 나타났다. 혈중 알코올 농도 또한 '제1윤창호법' 시행 이후 사망 사고를 낸 이들의 평균이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 '윤창호법' 1년... 왜 이렇게 된 걸까
[마부작침] 음주운전 테스트2018년 하반기. 음주운전, 특히 '음주 살인'이라고 부를 법한 사망 사고에 대한 비판은 한껏 고조됐다. 정부와 국회도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전 국민의 지지를 받아 통과된 '윤창호법'이었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

음주운전 사고와 적발 건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14년 한해에만 25만 건에 이르던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2019년에는 11월 현재까지 12만 건 남짓, 거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적발 건수이긴 하나 음주운전 자체가 줄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럼에도 법 시행 전후 판결문 분석 결과는 '윤창호법'이 무엇을 위해 만들어지고 시행된 건지 의문을 갖게 한다. 2019년 1월부터 11월까지 음주운전 사망 사고로 숨진 이들은 200명이 넘는다.

한 가지 설명은 음주운전 사고 등 교통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이 아직 바뀌지 않았다는 것. 2018년 11월 28일, '윤창호법' 통과에 앞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채이배 의원은 "대법원에서 갖고 있는 양형 기준이 굉장히 낮다고 생각한다"면서 "양형위원회에서 다시 점검해 달라"라고 주문했다. 법이 개정됐더라도 양형 기준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판결 경향은 이전과 마찬가지였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5월 출범한 제 7기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임기 전반기가 마무리되는 2020년 4월까지 교통 범죄의 양형 기준을 윤창호법을 반영해 수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0년에 양형 기준이 바뀌면 윤창호법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게 될까. 다른 이유는 없는 걸까. 다음 편 "윤창호법 1년... 법 비껴가는 음주 사망사고들"에서 이어가겠다.

※서두에 사용한 '해피 엔딩'이란 말이 적절치 못하다는 독자 지적을 수용해 이를 수정했습니다.(2020년 1월 2일 오후 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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