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월드리포트] IS 테러에 물 만난 '트럼프'…막말 점입가경

[월드리포트] IS 테러에 물 만난 '트럼프'…막말 점입가경
한동안 지지세가 주춤했던 미국의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또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IS의 파리 테러 이후부터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양상입니다. 사실 트럼프는 외교 안보 분야에서는 문외한으로 이런 국제적인 이슈는 그에게 약점이 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반대로 아버지와 형이 전직 대통령인 젭 부시 후보 (플로리다 전 주지사) 가 이번 IS 이슈로 반사이익을 보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예측과 달리 젭 부시는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엉뚱하게 트럼프가 재미를 독식하고 있습니다.
 
미국 WBUR 라디오 방송이 파리 테러 직후인 14~15일에 실시한 여론조사 (뉴햄프셔 주 공화당 지지자 405명 대상) 결과 트럼프는 23%로 이달 초 조사 때보다 4% 포인트나 올랐습니다.  2위인 벤 카슨은 지지율이 떨어져 마르코 루비오와 함께 13%씩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나머지 후보들은 10%도 얻지 못했습니다.
트럼프는 이번 IS 테러사태와 관련해 미국인이 느끼는 불안감을 십분 활용하고 있습니다. 직설적으로 미국 보수주의자들이 느끼는 무슬림에 대한 공포를 자극하면서 이를 지지율 상승으로 연결시킬 주장들을 펴나가고 있는 겁니다. 지상군 투입을 강조하며 오바마 정부를 압박하는 젭 부시와는 사뭇 다른 방식입니다.
 
트럼프는 오바마 대통령이 내년까지 1만명의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데 대해 반대하면서 난민 유입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그리고 반복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주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면서 말입니다. “미국에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는 것은 ‘정신 나간’(insane) 짓입니다. 테러리스트가 섞어 들어오면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이미 50개 주의 절반이 넘는 30개에 가까운 주들이 시리아 난민 유입에 반대입장을 밝혔고 (대부분 공화당 주지사들입니다), 미국인들의 51%가 시리아 난민 유입에 반대한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이 같은 입장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 하겠습니다. 그의 대선 전략은 공화당 보수주의자들을 결집시키고 미국인들의 현실에 대한 불만을 역이용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국에 이미 들어와 있는 유색 인종들을 비난함으로써 그들로 인해 일자리를 빼앗기고 궁핍하게 살게 됐다는 박탈감을 현 정부에 대한 분노로 바꾸고 동시에 자신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가는 전술이라 하겠습니다.
그런 그는 IS가 미국에 대한 직접 테러를 공언하면서 미국인들의 불안감이 극도로 올라가고 이로 인해 반 이슬람 정서가 높아지는 것을 또 한번 이용하고 있습니다. 야후 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미국에 있는 모든 이슬람 사원의 문을 닫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미국에 거주하는 모든 이슬람 교도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현 오바마 정부에 대해서는 IS 도발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라고 공격하고 있습니다.
 
그는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에 대해서도 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급진 이슬람”에 대해 힘없이 대응하고 있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이 나라를 이끌 “힘이나 스태미나 (strength or the stamina)” 가 부족하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가 힘 또는 스태미나라는 단어를 쓴 것도 클린턴이 여성이라는 점을 바닥에 깔고 있는 듯 합니다.
트럼프가 간파했듯이 지금 미국에서는 반 이슬람 정서가 급격히 확산하고 있습니다. 물론 과거에도 모스크 사원에 낙서를 하거나 훼손하는 일이 간혹 일어나긴 했지만 IS의 테러 이후 이슬람 사원과 이슬람 교도에 대한 반감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텍사스 주에서는 이슬람 사원에 인분을 투척하고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 인분을 묻혀 찢어놓기도 했고, 플로리다 주에서는 이슬람 사원에 한 남성이 전화를 걸어 이슬람 사원에 나타나는 모든 사람의 머리에 총알 구멍을 내겠다고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여객기에서 휴대전화로 방송을 보던 무고한 이슬람 교도 4명이 쫓겨나 경찰 조사를 받는가 하면 이슬람 교도 집안에 총을 쏘고 달아난 사건도 일어났습니다.   
 
물론 양식이 있는 미국 국민들은 무고한 이슬람 교도들을 IS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런 반 이슬람 정서의 물결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듯 합니다. 9.11 테러의 공포가 뼛속 깊이 스며 있는 미국인들인 만큼 IS의 미국 테러 위협이 구체화될수록 반 이슬람 정서가 커져갈 수 밖에 없는 양상입니다. 그런 미국인들의 정서를 트럼프는 정략적으로 이용해가면서 더욱 그러한 정서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그런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 가운데 계속 선두를 달리고 있으니 더욱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