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Prom은 10대들의 탈선의 장으로도 변질돼 왔습니다. 호텔 방을 잡아 밤새 술을 마시고 마약을 즐기는 등 부작용이 적잖게 노출돼 왔습니다. 또 백화점에게는 Prom이 비싸고 멋진 드레스와 정장을 파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Prom은 소위 돈이 있는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을 구분 짓게 만드는 행사가 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지역 언론에 새로운 Prom의 부작용을 보여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LA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뉴포트 비치'라는 부유한 동네의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이 뉴포트 비치는 전두환 전 대통령 차남이 집을 몰래 사 뒀다가 최근에 팔고 나자 미국의 사법부가 매각 대금을 환수하겠다고 나선 바로 그 지역입니다. 동네 입구에서부터 부자 동네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런 곳입니다.
이 동네에 '코로나 델 마'라는 고등학교가 있습니다. 이 고등학교의 Prom에서 학생들이 은밀히 진행해 왔던 일이 있습니다. Prom에서 'Draft'를 준비했던 겁니다. Draft는 스포츠에서 선수들을 서로 사고 팔면서 거래하는 것을 말하는데 남학생들이 여학생을 상대로 Draft 행사를 준비했던 겁니다. 우리로 따지면 일종의 '노예팅' 같은 것이라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어떻게 한다는 걸까요?
은밀하게 이 메일을 통해 참여를 제안 받은 남녀 학생들이 멋지게 차려 입고 한 부자 학생의 집에 모입니다. 그런 다음, 번호가 적힌 공을 통 속에 담아놓고 남학생들이 순서대로 하나씩 뽑습니다. 그렇게 해서 순위가 빠른 남학생이 여학생을 고르는 겁니다. 물론 빠른 번호를 뽑은 남학생은 예쁘고 맘에 드는 학생을 먼저 고를 수 있는 것이고 여학생은 누가 먼저 선택될까 기다리며 초조함을 즐기는 겁니다. 만일 두 남학생이 한 여학생을 동시에 골랐을 경우에는 여학생이 두 명 중에 한 명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남학생들 사이에선 뽑은 공을 놓고 뒷돈도 오간다고 합니다. LA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한 남학생이 선택의 기회를 앞당기려고 다른 공을 140달러를 주고 샀다고도 합니다.
철없는 어린 고등학생들의 게임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지역 사회의 여론은 매우 비판적입니다. "여성을 비하하는 처사다"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고, "돈이면 뭐든지 해결될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준다"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Prom을 앞두고 살을 빼려는 여학생들이 늘면서 '거식증'을 앓게 된 여학생도 있고, 남학생들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지나친 정신적 압박감에 시달려 정신적인 질환을 갖게 된 여학생들도 있다고 신문은 보도하고 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그릇된 방식의 경쟁이 불러온 또 하나의 병폐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 고등학교는 학생 평균 성적이 캘리포니아 주에서 37위, 그리고 미국 전체에서 222위인 학교입니다. (미국은 학교의 평균 성적을 통해 해마다 학교 순위를 공개합니다.) 전교생 2천440명 가운데 71%가 Advanced Class(일종의 선행반)를 수강할 정도로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교입니다. 대부분 미국인이고 16%만이 비 미국인인 곳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돈 많은 백인 부모들이 학생들을 돈으로 공부시키는 곳이라는 평판이 일고 있는 곳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생간 경쟁이 매우 치열한 곳이기도 합니다. 올해 초에는 학생 11명이 집단으로 시험 부정 행위를 모의하다가 적발돼 퇴교 조치됐던 곳입니다.
물론 돈이 많다고 해서 모두 비뚤어지고 비도덕적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당한 방식을 통해 경쟁하려 하지 않고, 또 사회적 통념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노예팅'을 즐기는 것이 어찌 보면 풍요를 당연하게 여기고 '돈이면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과, 또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다'는 왜곡된 생각을 어린 나이부터 갖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우려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이 기사를 보면서 지나친 학업 경쟁이라는 병은 대학입시를 초등학교부터 준비하는 한국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여성을 게임의 대상으로 여기고 돈이면 뭐든 해도 된다는 그릇된 인식을 어려서부터 심어주는 이런 못된 행위가 한국으로 전염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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