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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스페인 '투우 금지' 논란…전통 보존 vs 동물 학대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 지방에서 내년 1월부터 투우가 전면 금지됩니다. 동물 학대라는 동물 보호단체의 청원을 카탈루냐 의회가 수용하면서 내려진 조치인데요, 내년 금지를 앞두고 마지막 경기가 모누멘탈 경기장에서 펼쳐졌습니다. 입장권 만 8천 장이 모두 매진돼 이번 경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투우 경기가 끝난 뒤 투우를 둘러싼 찬반 시위대가 몸싸움을 벌이는 사태까지 일어났습니다. (9월 27일자 SBS 모닝와이드 " [이 시각 세계] 학대 vs 전통…투우 논란에 시끌" 참조)

스페인의 오랜 문화유산으로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해온 투우는 지난 1991년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에서 처음 금지됐습니다. 지난해 7월에는 카탈루냐 의회가 본토에서는 처음으로 투우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죠. 투우의 야만성을 비판하며 반대운동을 벌여온 동물보호단체 등은 환영의 뜻을 나타낸 반면, 투우 찬성론자들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카탈루냐 지역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스페인의 전통에 반기를 들었다며 스페인 전통을 계속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전통을 보존할 것이냐?' 아니면 '동물 학대를 금지할 것이냐?'의 논란으로 압축될 수 있겠죠. 우선 저의 생각부터 밝혀 두죠. 투우를 보기 전까지는 전통 보존  쪽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화면으로나마 투우 경기를 보고 나니 반대 쪽 입장에 서게 되네요.

제가 
여기서 드리고 싶은 얘기는 그런 논란 자체가 아니라, 전통을 보존하는 것에 대한 서양의 강한 애착에 대한 것입니다. 여기서 또, 연수시절의 경험을 꺼내게 되는군요.

               



미국의 역사는 아시다시피 2백 년 남짓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미국인들이 비교적 짧은 자신의 역사를 대하는 자세는 진지하다 못해 지나칠 정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동네마다 독립전쟁 당시 전쟁터였거나 미국 대통령이 살았던 집이라며 커다란 홍보관도 지어져 있고요, 윌리암스버그나 제임스 타운, 요크타운 (미국 동부의 역사 삼각지라고도 불립니다) 등에서는 여기저기 민속촌까지 만들어놓고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영국인들의 미국 이주에서부터 독립전쟁 등 미국의 태생과 건국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고 또 체험할 수 있도록 각종 시설물들을 잘 만들어놨습니다. 가격도 우리 민속촌과 달리 그리 비싸지도 않고요.

, 워싱턴 D.C.만 해도, 스미소니언의 기금으로 운영되는 각종 박물관은 연중 무료로 구경할 수 있다는 사실, 잘 아실 것이고요, 링컨이 암살됐던 워싱턴 D.C. 내 포드 극장은 지금도 각종 공연을 하면서 동시에 역사에 관심 있는 미국인과 관광객들에게 각종 진열품과 함께 상세히 링컨의 삶과 죽음에 대해 자세하게 홍보하고 있습니다.

정말 미국은 자신들의 짧은 역사에 애착을 갖고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다민족 다인종 국가로서 다양한 사고를 하나로 묶어 미국화시키기 위한 일종의 이데올로기 주입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게 됩니다.

제가 미국을 구경하면서 곳곳에서 반복되게 느끼는 이런 생각은 필라델피아에서 부끄러움으로 변했습니다. 미국 북동부 필라델피아에도 자유의 종과 아트 뮤지엄, 플랭클린 박물관 등 미국인들의 짧은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곳곳에 베어 있습니다. 그곳으로부터 20마일 떨어진 한적한 시골인 '미디어'라는 마을에 서재필 박사의 생가가 있는데, 동네를 몇 바퀴 돌아야 입구를 찾을 수 있을 만큼 홍보도 안 돼 있을뿐더러, 시설도 낡아 명맥만 유지할 정도였습니다.

             


좌우 역사가에 의해 조금씩 다른 평을 받고 있지만 한국의 독립과 자생을 위해 전 재산을 바치고 죽음도 불사했던 최초의 미국 의학박사 서재필은 후세에 의해 버림받은 채 쓸쓸하게 잠들어 있는 듯 합니다. (8월 15일자 SBS 8뉴스에서 주영진 워싱턴 특파원이 ☞관련 기사를 다뤘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로 돌아오겠습니다. 대한민국 국보 1호인 남대문이 허술한 관리로 몽땅 타 버렸죠? 잊을 만 하면 반복해서 나오는 뉴스가 우리 문화재에 대한 관리 소홀 실태입니다. 문화재인 고궁에서 가스통을 방치해가며 밥을 지어 먹는 관리인들이 있는가 하면, 2007년부터 야심 차게 준비한 "한류 스타일 육성 5개년 계획"은 지난 5년간 관련 회의가 단 한번도 열리지 않은데다 목표 달성 여부에 대한 점검조차 전혀 이뤄지지 않는 등 한마디로 엉망진창입니다. (☞관련 기사는 9월 25일 SBS 8뉴스에서 한승희 기자가 다뤘습니다.)

5 천 년 유구한 역사는 전통에 대한 애착도 희미하게 하는 걸까요? 불과 2백 년 역사에 대해 과하다 싶을 정도의 애착을 보이는 미국이나 시골 지방에서 투우가 없어진다고 해서 몇 날 몇 일을 찬반 시위대가 몸싸움을 벌이는 스페인과 대별됩니다.

문화나 전통에 대한 애착 부족과 관리 소홀은 먹고 사는 문제에 묻혀 국민들로부터도 외면 받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시장이나 도지사, 대통령 후보자의 전시 행정이나 업적 홍보의 일환으로만 다뤄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구심이 들 때도 적지 않습니다. 미국처럼 과도한(?) 역사 교육이나 전통 홍보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을 겪었던 우리로서는 국가와 국민을 일체화시키려는 정권 유지 방책으로 오해 받을런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뿌리 없는 미래가 부실하지 않게 설계될 수 있을까요? 우리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애착 없이 올곧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작금의 현실이 정말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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