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는 레바논에서의 공식일정이 모두 끝난 밤 12시 반부터 반 총장의 호텔 접견실에서 이뤄졌습니다.
기자로서 거물급 취재원과의 흔치 않는 단독 인터뷰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직업정신과 노령의 한핏줄 지도자를 밤 늦게까지 괴롭혀서는 곤란하지 않느냐는 인간적 도리가 충돌한 결과 심야의 인터뷰는 당초 양해된 20분을 10분 가량 초과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졌습니다.
반 총장은 피곤한 가운데서도 단 한번의 NG없이 특유의 달변으로 답변을 이어갔습니다.
때로 껄끄러운 질문들에 대해서는 적당히 우회하는 노련함을 보였지만 대체로 진솔한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다만, 국내 일각에서 제기된 차기 대선 대망론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싶지 않다는 설명과 함께 언급 자체를 피하는 조심스런 자세를 보였습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입니다.
Q: 이스라엘의 일방적 휴전 선언으로 가자 사태가 일단락되는 분위기입니다. 휴전을 이끌어내기 위해 가장 애쓴 분으로서 소회가 남다를텐데요.
[반기문/UN 사무총장 : 우선 지난해 12월 27일 이 사태가 발생한 날로부터 밤낮없이 세계 각국에 지도자들과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습니다.이스라엘 대통령, 수상에게 인도적인 견지를 위해서라도 하루속히 군사 작전을 멈추라고 요청을 했고 요 며칠 사이에는 공개적인 방송을 통하고 또 다른 국가 원수들에게도 협조를 요청해서 오늘 이스라엘이 드디어 일방적이나마 정전을 선언한 것은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사이 1,200명 이상의 사망자가 생기고 5,0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그야말로 비참하고 이루 형언할 수 없는 비극이 벌어졌습니다.
앞으로 유엔은 이들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과 가자의 경제, 사회 복구를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그리고, 샤름엘셰이크에서 개최되는 주요국 정상회의에 참석해서 이러한 내용에 대해 각국 정상들과 긴밀히 협조하겠습니다.]
Q: 이스라엘은 독불장군으로 불러도 좋을 만큼 남의 말을 잘 안듣기로 유명한데 특히 이스라엘을 설득하느라 고생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반기문/UN 사무총장 :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이 있지요. 또 이스라엘은 이스라엘대로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에 계속 무차별 로켓 공격을 하고 10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늘 공포에 떨며 살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자위 조치로 했다고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물론 그런 측면도 있지만,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낸 이 과도한 무력 진압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기에 제가 규탄을 했습니다.]
Q: 휴전 중재에 나서시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을텐데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으면 공개해 주시죠.
[반기문/UN 사무총장 : 비하인드 스토리는 원래 공개를 안하는게 정상이겠지요. 그러나 그 사이에 이스라엘 지도자들과 제가 상당히 격론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한 격론 과정에서 나오는 오해를 풀기 위한 노력도 그 이후에 했고 또 이런 문제를 서로 조용하게 해결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말 못할 고생들이 많이 있지요.
예를 들어서 12월 27일 날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났을 때 제가 연말에 하루에 16명의 세계 지도자들하고 전화를 한 일이 있습니다. 각자 시차가 서로 안 맞고 또 각국 정상들의 일정상 하루에 16명과 전화를 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는데 그때 상황이 많이 긴박하게 돌아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일이 일단 잘 풀려 안도도 되지만 앞으로 또 더 큰일이 남아 있어서 걱정이 많습니다.
Q: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 때까지 공격을 계속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고, 그럴 경우 이스라엘도 다시 공격에 나설텐데요, 평화가 오래 갈 수 있을까요?
[반기문/UN 사무총장 : 하마스가 이런 상태에서 다시 공격을 한다면 국제 사회에서 전혀 지지를 받을 수 없고 그 지지기반마저 상실 할 것입니다. 물론 저로서는 하마스에 대해서 영향력 있는 국가들을 동원해서 하마스가 여기에 상응하고 협조하는 태도를 보이도록 외교적인 노력을 하겠습니다. 시리아를 방문해서 아사드 대통령에게도 이러한 내용을 긴밀히 협의를 하겠고요. 또 터키 대통령도 만나서 하마스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저희가 적극 노력을 하고자 합니다.]
Q: 개전 이후 가장 안타까웠거나 화가 난 순간은 언제였나요?
[반기문/UN 사무총장 : 제가 아주 화가 나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울분을 느낀 것은 이스라엘 군이 유엔이 세운 학교와 시설에 대해서 공격을 한 사실입니다. 이로 인해서 유엔학교에 임시 수용돼 있던 민간인 42명이 사망했고 또 두 차례, 세 차례 걸친 폭격 때문에 어린 학생 여러명이 숨졌습니다. 이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였기 때문에 제가 강력히 규탄을 했습니다.물론 이스라엘 대통령과 총리, 국방장관 모두들 깊이 사죄를 했지만, 이러한 사죄를 넘어서서 유엔에 대한 공격이 다시는 없도록 적극적으로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Q: 유엔 휴전 결의안이 채택됐을 때 양측이 곧바로 거부한 예에서 보듯, 유엔의 힘이 너무 약한 것 아닌가, 또는 역할이 제한적이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반기문/UN 사무총장 : 유엔의 힘은 유엔 회원국으로부터 나옵니다. 유엔 회원국이 유엔 결의를 잘 이행하지 않게 되면 유엔으로서도 그러한 결의를 이행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이 많습니다. 사무총장으로서는 유엔회원국에 대해서 구속력 있는 안보리 결의를 즉각 충분히 완전히 이행하도록 촉구를 계속 해 나가고 있습니다.]
Q: 유엔을 좀 더 강하게 만들 묘안은 없을까요?
[반기문/UN 사무총장 : 유엔은 192개국의 회원국으로 구성되어 있고 192개국은 또 모두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또 역사적인 배경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이를 조화해서 유엔의 총체적인 의견으로 제시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무총장의 역할은 끊임 없는 조정, 협상, 설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행도 많이 해야 되고 세계 지도자들도 아주 부단히 많이 만나야 됩니다.
작년 한 해만 해도 제가 정상급 인사들과 350여 회 만났고 정상급 또 외상급 이상 지도자들과 전화한 것도 400회 이상입니다. 끊임 없이 세계 지도자들 하고 협의를 계속 해나가야만 유엔이 모든 일을 순탄하게 해 나갈 수 있는 이런 기반이 생기는 것입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 '단독' 인터뷰 - 2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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