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지르고 부수고 '프랑스 학생 시위' 직접 보니
이런 시위가 2주가 넘게 계속되면서 지난 9일 기준으로 6877명이 연행이 됐습니다. 이 중에 5890명이 미성년자입니다. 86%입니다. 재판에 넘겨진 사람만 2376명이고, 역시 미성년자는 1923명이나 될 정도로 많습니다. 다친 사람도 경찰만 800명이 넘습니다. 프랑스에 있는 고등학교가 모두 3700개쯤 됩니다. 이 시위 기간에 1/3이 넘는 학교에서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여기 언론은 지난 1998년에 있었던 시위 이후에 가장 큰 학생 시위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학생들은 왜 이렇게 화가 났을까?
먼저 열악한 학교시설부터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제가 시위현장 나가서 학생들 불만을 좀 들어봤는데요. 프랑스 학교는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수업하는 교실에 쥐가 돌아다니고 바퀴벌레가 막 기어다닌다고 말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또 어떤 곳은 천장이 뚫려서 비가 샌다고 이야기도 했습니다.
[아놉/프랑스 학생 : 화가 나서 나왔습니다. 프랑스의 젊은 세대는 이제 지쳤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한 교실에 40명씩 들어가 공부합니다. 복도에 있어야 하는 학생들도 있고, 어떤 곳은 천장이 그냥 무너질 것 같은 상태입니다.]
게다가 이번 여름 유럽은 40도가 넘는 폭염에 시달렸습니다. 방학하기 전인 6월도 심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 에어컨이 없습니다. 선풍기가 없는 데도 많습니다. 그리고 겨울엔 또 난방시설이 부족해서 춥다고 하니까 그냥 옷을 더 껴입으란 대답을 들었다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사실 우리 입장에선 어느 한 가지도 잘 납득이 안되는 말들입니다. 그런데 이게 지금 프랑스 학교 현실입니다.
또 다른 문제 '교사 부족', 이건 정말 가관입니다. 선생님이 아프거나 아이를 낳거나 갑자기 쉬어야 하는 경우에 대체 교사들이 와야 하는데 그걸 못 채우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습니다. 그냥 하루이틀씩 비는 게 아닙니다. 석 달 넉 달씩 선생님이 비는 경우가 빈번했습니다.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하는데 프랑스어나 수학같은 필수과목 교사가 서너 달 빈 채로 수업도 못 받고 시험을 봐야하는 학생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지난 24, 25년 학기에 프랑스 전국에서 교사가 없어서 수업을 못 한 시간을 전부 다 재봤더니 1540만 시간이나 됐습니다. 전체 수업시간의 7.5%입니다. 이틀에 1시간 꼴로 선생님이 없어서 수업이 펑크나고 있는 셈입니다.
세 번째로 말씀드릴 바뀐 입시제도는 좀 짧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예전엔 바칼로레아라는 시험만 보고 그 점수 받아서 대학을 갔습니다. 지금은 바칼로레아에 파르쿠르쉽이란 제도가 추가됐습니다. 우리로 치면 수시 같은 겁니다. 그런데 이게 합격 기준이 불분명하고 공개도 잘 안 됩니다. 여기에 변두리나 시골, 외곽학교 학생들이 불리하게 학교 등급제 같은 게 있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이번 시위가 외곽지역에서 시작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입니다. 외곽이어서 시설도 열악하고 교사 지원도 더 잘 안 되는데 대학 진학 시험까지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을 하니까 뒤집어진 겁니다. 생각보다 학생들 시위가 길어지고 격앙되니까 정치권도 반응을 안 내놓을수가 없습니다.
이게 다 나라에 돈이 없어서?
교사 부족 문제를 보겠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지금 교사를 늘리기는 커녕 오히려 줄이고 있습니다. 올해만 4천 개 정규직 교사 자리를 줄였습니다. 정부 논리는 학생 수가 줄어드니까 교사 수도 줄여야 한다는 겁니다. 뭐 얼핏 보면 틀린 말 같지 않게 보이긴 한데 프랑스는 말씀드린대로 이틀에 1시간 씩 교사가 없어서 수업이 펑크나는 곳입니다. 학생 수도 유럽에서 어울리지 않게 과밀입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프랑스보다 학생 수가 많은 데는 일본 정도뿐입니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걸 과밀학급을 해소하는 데 활용하지 않고 교사 수를 줄여서 인건비를 아끼는 데 써먹고 있는 겁니다. 이게 다 이 나라가 돈이 없어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교사 부족하다더니 '반전'
프랑스 정부는 내년 예산 중에 교육 예산을 108조 원을 잡았습니다. 돈이 부족한 프랑스가 71조 원을 줄이는 내년 예산안을 잡은 와중에도 2조 원 가까이 더 늘렸다고 국방 예산 말고 유일하게 교육 예산만 더 늘었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물가상승분을 감안하면 거의 동결 수준인 지금 교육 예산을 갖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부족해 보입니다. 그리고 108조 원이란 돈은 덩어리만 클 뿐이지 지금 프랑스 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프랑스 정부나 프랑스 사람들의 실력이 모두 다 턱없이 부족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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