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월 로널드 레이건 국제공항 인근 포토맥강에 추락한 블랙호크 헬리콥터의 잔해 근처에서 크레인이 달린 해안경비대 선박이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미국 워싱턴DC 인근에서 67명의 사망자를 낸 여객기와 군용 헬기 충돌 사고와 관련해 미 육군이 사고 헬기의 고도계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바로잡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현지시간 8일 사고 희생자 유가족에게 제공된 미 육군 조사보고서를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습니다.
지난해 1월 29일 워싱턴DC의 로널드 레이건 공항 인근에서 아메리카 항공 여객기와 미 육군 헬기 '블랙호크'가 공중 충돌하면서 탑승객 67명이 전원 숨졌습니다.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군용 헬기와 민간 여객기의 비행경로를 지나치게 가깝게 설정한 연방항공청(FAA)에 사고의 주된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이번 육군 보고서에는 사고 배경으로 육군 내부의 구조적 결함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조사 결과가 담겼습니다.
육군은 사고가 난 블랙호크 헬기를 비롯한 구형 기종의 고도계가 부정확한 수치를 표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습니다.
또, 조종사들이 이런 결함을 충분히 인지하도록 하는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구형 블랙호크에 장착된 기압식 고도계는 최대 140피트(약 43m)의 오차가 발생하더라도 육군의 비행 허용 기준을 충족할 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실제로 사고 당시 블랙호크 고도계에는 200피트(약 61m)가 표시됐지만, 실제 비행 고도는 포토맥강 상공 278피트(약 85m)였습니다.
사고 헬기에 장착된 추가 연료탱크도 고도계 수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육군은 사고 이후 고도계 오류 가능성을 전군에 공지했지만, 관련 내용이 운용 매뉴얼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시점은 2027년으로 예정돼 있다고 WP는 전했습니다.
육군은 아직 기상 조건이나 비행 환경의 변화가 고도계 정확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전체 헬기 대상 조사도 마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는 육군의 위험 관리 체계에도 여러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육군 지휘부는 수년간 항공기 간 근접 충돌 위기 사례를 체계적으로 수집하지 않았으며, 항공 교통이 혼잡한 워싱턴DC 일대 상공의 특수한 위험성에 대해 조종사 교육도 충분히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사고 당시 헬기 승무원들이 야간투시경을 사용하면서 주변 도시 불빛 때문에 접근하는 여객기의 조명을 제대로 식별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조사관들은 헬기 승무원들이 실제 충돌한 여객기가 아닌 다른 항공기에 주의를 집중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항공 교통 관제사가 접근하는 여객기의 방향과 거리를 헬기 조종사들에게 알려줬다면 충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육군도 이번 보고서에서 자체적인 위험 관리 조치에 실패했음을 인정했지만, 군 지휘부의 징계 조치에 관한 내용은 담지 않았다고 WP는 전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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