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흑해의 주요 원유 수출 창구인 노보로시스크항
흑해를 둘러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공방이 격화하면서 경제적 충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12일(현지 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습니다.
중동 전쟁 때문에 경색된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에 이어 흑해에서도 물류 병목 현상이 이어지며 전 세계 곡물·에너지 시장의 가격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WSJ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흑해 연안 오데사 지역의 주요 항구 3곳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무역로 차단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오데사 지역 당국에 따르면 지난 6월 20일 이후 러시아의 드론·미사일 공격으로 선박 57척이 피해를 봤고, 최소 21명이 숨졌습니다.
이는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발생한 전체 선박 공격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해운 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주에도 흑해에서 국제 상선 2척을 공격했으며, 이 가운데 1척은 밀을 운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격이 아프리카를 비롯한 취약 지역의 식량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으로, 양국에서 흑해를 통해 수출되는 밀은 상당수 빈곤국에 필수적인 식량 공급원입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지난달 소셜미디어에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에너지 수송로를 겨냥했던 것처럼, 러시아는 이제 흑해의 세계 식량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번 사태로 아프리카·아시아·중동·중남미 전역의 수백만 명이 물가 상승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소집을 촉구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역시 반격에 나서고 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1일 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흑해 항구도시 노보로시스크에서 항만 기반 시설을 타격했다고 밝혔습니다.
노보로시스크항 주변 유조선과 관련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은 전 세계 원유의 약 2%를 운송하는 카스피해송유관컨소시엄(CPC) 운영에 차질을 줄 수 있습니다.
미국의 에너지기업 셰브런과 엑손모빌도 CPC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에 따르면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달 31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흑해 유조선에 대한 공격 중단을 직접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양국이 상대의 경제적 취약 지점을 정조준하면서 전 세계로 파장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는 우크라이나 초르노모르스크항의 지정학적 상황을 이유로 이 항구에서 운항을 중단하고 일부 선박을 루마니아 항구로 우회시켰다고 밝혔습니다.
주요 곡물 수출업체인 커널도 최근 러시아의 공격이 거세지자 초르노모르스크항에서 운영을 중단했습니다.
국제 밀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시다르트 카우샬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선임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과 마찬가지로, 일정 수준 이상의 선박 공격이 이어지면 결국 아무도 그 해역을 통과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WSJ에 말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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