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명대사 체험관 및 교육관
대구 팔공산에 위치한 동화사는 선거철마다 정치인들이 서문시장과 함께 꼭 들르는 유명 사찰입니다. 조계종 제9교구 본사(本寺)로 146개 말사(末寺)를 거느리고 있어 종단과 지역에서 영향력이 큽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첫 지역 순회 일정 때 방문한 곳이자, 부친의 49재를 지낸 곳이기도 합니다. 최근 동화사 내부가 시끄럽습니다. 논란의 중심에는 '큰 스님' 의현 스님과 그가 추진한 '사명대사 체험관 및 교육관(이하 사명대사 체험관)' 건립 사업이 있습니다.
첫 삽 뜨기도 전에 보조금을 또...
그런데 첫 삽을 뜨기도 전에 보조금이 70억 원 증액됐습니다. 이듬해에는 50억 원이 늘어 총 220억 원의 대규모 사업이 됐습니다. 문체부 내부에서도 "보조금 액수가 크고, 두 배 이상 증액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사업에 관여한 동화사 및 공사업체 관계자들은 "'큰 스님' 지시로 건물 설계가 바뀌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체험관 건립에 의욕적이었던 큰 스님이 전국의 유명 박물관을 보고 올 때마다 설계 변경을 지시했고, 공사비가 부족해지자 추가 예산을 받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는 겁니다. 이후 예산이 증액되자 지하1층·지상1층인 건물을 지상 2층까지 높이고, 건물 내·외부 벽면 마감을 페인트에서 화강석으로 바꾸고, 건물 앞마당에 잔디가 아닌 돌을 까는 등 설계 변경이 이뤄졌습니다.
공사업체 관계자 A
설계를 지상 1층으로 해놓고 나니까, (큰 스님이) 마음에 안 드시는 거예요. "너무 초라해 보인다"고. 소위 얘기해서 '당신의 위상에 걸맞는 이런 걸 해야 된다' 그런 게 좀 강하신 것 같더라고요. '의현이 하는데 무슨 하꼬방(판잣집) 같이 지어선 안 되지 않느냐'. 그래서 다른 데 한 것들을 다 보시고서 "최소한 그거보다 커야 된다". (중략) "사명대사 체험관을 짓는데 엉뚱한 이런 자재라든가 이런 걸 써서 되겠냐". 그냥 콘크리트로 마감을 해도 되는 부분을 돌을 또 붙여서 하게 하고. 잘 만들려는 욕심에 설계를 변경하시고 하다 보니까.
공사업체 관계자 B
잔디를 깔아 놓으면 1제곱미터에 만 원밖에 안 들 걸, 돌로 깔면 1제곱미터에 10만 원입니다. (큰 스님이) "백년대계 사명대사 성지를 짓는데 잔디를 깔아도 되겠냐, 돌을 깔아야지. 그 예산을 어떻게 하든지 확보를 할 테니까 좀 기다려 봐라".
'메타버스·VR·AR'…사업계획서는 거창했지만
그런데 이렇게 쓴 돈, 애초에 동화사가 "사명대사를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게 가상현실(VR) 영상을 활용하고, 관련 전시도 하겠다"며 추가로 받은 예산이었습니다. 구청-시청-문체부-기획예산처-국회를 거쳐 그 필요성을 인정받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시 동화사가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보면 '메타버스와 가상융합기술, AR, 실감 콘텐츠 등을 활용해 호국의 의미와 역사적 가치를 이해하고 불교 문화의 가치를 향유할 수 있는 연출'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VR 및 전시공사'에 편성된 보조금은 최초 12억 원에서 78억 5천만 원(1차 증액), 106억 5천만 원(2차 증액)까지 늘었습니다. 최종 사업비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이렇게 받은 돈 대부분을 건축비에 갖다 썼단 건데, 계획대로 체험과 전시는 가능한 건지 건물 내부를 둘러봤습니다.
지하 1층 '실감영상실'은 천장에 프로젝터가 10여 대 달려있고, 바닥엔 소파가 곳곳에 놓여있었습니다. 별도 스크린 없이 흰 벽과 바닥을 이용하는 방식이라, 영상이 더 생생하게 맺히도록 벽면 공사를 했다고 합니다. 이 사업을 시작할 때 내세웠던 'VR' 'AR' 같은 체험은 할 수 없었습니다. 관련 장비는 물론 콘텐츠도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보유 중인 콘텐츠는 '윤회'를 주제로 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영상 한 편이 전부입니다. 자체 제작 영상이 아니어서 공간 크기에 맞춰 영상을 편집하는 데에 2천만 원 정도가 들었다는 게 공사업체 관계자 설명입니다.
그밖에 전시실 두 곳과 지상 1층 공간은 텅 비었습니다. 2층엔 6인용 책상 2개와 빈 책장 4개가 전부였습니다. 공사는 끝났지만 당장 문을 열고 관람객을 받을 수 없는 상태인 겁니다. 관계자들에게 'VR 및 전시공사'에 얼마가 들었는지 묻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사업체 관계자 C
(건물 전체) 내부 마감 공사에 26억 2천만 원이 책정이 됐어요. 그중에 영상 장비가 26억 2천 중에 한 3억 정도 차지하고요.
공사업체 관계자 A
전시 공사(예산)를 10배로 늘리는 게 왜 그러냐면, (큰 스님이) 건물 공사를 할 돈이 없으시니까 "전시 공사할 돈까지 다 건물 짓는 데 써라" 이래서 2층을 만들고 이렇게 하신 거예요. (중략) 인테리어 해야 될 돈을 2층 짓는 데 다 써버린 거예요. 그러니까 인테리어 공사비가 없지 않습니까? 준공해야 된다고 하시더니만 또 가서 막 사정하고 어떻게 하셔가지고 20억을 받아내셔서. 그러다 보니까 인테리어가 조금 미진하죠. 처음에는 몇 십 억 잡혔었는데. 그거를 다 외관을 키우는 데 쓰시다 보니까.
전 동화사 관계자
건축비에서 (사업계획서상 금액인) 51억 원이 나올 수가 없어요. 마지막에 50억 원 산정해서 (추가 예산 신청을) 올렸던 게, 우리가 5cm 이상 되는 판석을 바닥에 다 깔아놨거든요. 외부에 그리고 벽을 전부 다 돌로, 판석으로 다 붙였는데 그 돌 비용만 해도 제가 알고 있기로는 한 50억이 넘는 걸로 알고 있어요.
혈세 수십억씩 쓰면서 '절차만 밟으면 문제 없다'?
조계종에 물었습니다. 현재 사명대사 체험관이 사업 목적에 맞게 지어진 것이냐는 질문에 "'VR 및 전시' 관련 콘텐츠는 사업 초기에 검토된 전시 기법 중 하나로, 방문객의 체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업 내용 일부를 변경했다"고 답했습니다. 또 "적법하게 허가를 받아 사업비를 증액하고, 그 안에서 예산 배분을 조정한 것"이라며 "조속한 개관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벽면 글귀에 대해선 "원 사업 취지에 맞지 않아 추후 철거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문체부와 지자체는 '적법 절차를 밟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책임 소재를 떠넘기기 바빴습니다. 대구시와 동구 측은 "현장 여건과 사업 효율성을 고려해 적법한 절차를 통해 사업계획을 변경했다"며 "변경된 범위 안에서 사업이 집행돼 예산 지원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업계획을 바꾸는 건 동화사 소관이고, 지자체는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문체부 담당자는 "사업기간이 올해 말까지인 만큼 사찰에서 자체 비용으로라도 콘텐츠를 마련하면 될 일"이라며 "실패한 사업이라고 단정하긴 이르다"고 말했습니다.
정작 정부와 지자체부터 계획안은 '안'일 뿐이라며, 국회 예산 심사 과정을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처음부터 엄격하게 필요성을 따져야 합니다. 실현 가능한 계획인지, 예산 집행에 효과가 있을지 묻고 또 물어야 합니다. 국회 논의 과정도 투명해야 합니다. 사명대사 체험관 보조금은 사업 도중 두 배 넘게 증액됐지만 국회 회의록에서 관련 논의를 찾을 수 없습니다.
정부가 종교단체를 지원한다는 오해를 피하려면
헌법 제20조 2항은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문체부는 특정 종교가 아닌 일반 국민이 누릴 수 있는 문화에 방점을 두고 사명대사 체험관 같은 '종교문화시설 건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문체부가 자료를 공개한 2013년부터 최근까지의 종교문화시설 건립 보조금 지원 내역에 대해 정보공개를 요청했습니다. 전체 84건 중 불교 시설 지원이 51건을 차지했고, 이어 천주교(16건), 개신교·유교(7건) 등 순이었습니다. 이 기간 투입된 세금만 7606억여 원. 올해는 407억여 원을 지원합니다. 적지 않은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이용자 수요와 기대효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시설을 짓겠다는 종교단체에 대한 역량 평가도 이뤄져야 합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발표한 '2025 회계연도 결산 분석' 보고서에서 "예산을 받아놓고 정작 건축 인허가 같은 사전행정절차가 늦어지거나 자부담 비용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이 중단 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애초에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업이 선정됐을 가능성이 있단 겁니다.
송진호/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종교문화시설이라는 게 진짜 수요가 있어서 짓는 건가. 정말 전국적으로 종교문화가 활성화 돼서 너도 나도 경쟁적으로 짓는 건지 의문이 있습니다. 문체부에서 본예산을 세운 다음 국회 심의 결과를 보면 항상 증액되고, 시설 개수도 늘어나요. 그래서 지역구 의원들이 '예산을 받아왔다'라고 현수막을 걸기 위해서 홍보용으로 쓰이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국회에서도 지적을 했던 게 '막상 왜 안 짓고 있냐' 물어봤더니, '지역에 땅이 없다'거나 '활용할 만한 자원이 없다'면서 예산을 그냥 100% 돌려보내는 거죠. 당초에 사업 계획서를 잘 검토해야 되는데 행정적으로 용인되는 선에서만 검토하고 돈을 내려 보내고, 그것들이 쓰이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돼서 낭비되는 것들이 굉장히 많다. 정부 차원에서는 1년 동안 다른 좋은 사업을 할 수 있는 재정이 쓰이지 못하고 그냥 돌아온 거잖아요.
SBS 보도 이후 조계종은 "한국 불교와 사찰들의 오랜 노력이 폄하되고 왜곡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그러면서도 "문제 제기된 사찰들을 철저히 점검해 조속히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조계종이 밝힌대로 종교문화사업은 국가나 지자체가 직접 하기 어려운 종교문화 복지(국민의 심신 치유 등)를 목적으로 합니다. 국민의 세금을 들여 국민 복지를 위해 짓는 시설인 만큼, 보조금 집행에 더 엄격해야 합니다. 시설 건립 뿐 아니라 운영 과정에 대한 점검을 강화해야 '정교분리의 원칙에 벗어나 종교단체를 지원하다'는 오해를 피할 수 있을 겁니다.
*관련 기사 : 세금 쏟아부었는데 '텅텅'…"큰스님 지시" 220억의 반전 [XR] [SBS 8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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