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에 놓인 박종철 열사 영정사진
경찰이 과거 고문과 간첩 조작에 관여한 공로로 수여했던 '빛바랜 훈장' 등을 대거 박탈했습니다.
군사정권 시절 '고문 기술자' 이근안,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발표한 박처원 전 치안본부 대공수사처장 등이 대상입니다.
경찰청은 과거 대공 사건 관련자 20명의 정부포상 총 36점을 취소했다고 오늘(21일) 오후 발표했습니다.
훈장 15점, 포장 3점, 대통령표창 12점, 국무총리표창 6점입니다.
그동안 경찰은 국가폭력 가해자들에게 수여된 훈장과 표창 등을 재검토하지 않고 유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상훈법상 훈·포장 취소는 가능했지만, 대통령·국무총리 표창은 2017년 관련 규정이 마련되기 전까지 취소 근거도 없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근안 전 경감입니다.
이근안은 생전 16개의 상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형이 확정된 뒤에도 옥조근정훈장만 취소됐을 뿐 1980년에 받은 국무총리 표창도 최근까지 유지됐습니다.
박처원 전 치안본부 대공수사처장 역시 보국훈장과 근정훈장, 대통령표창 등 공개된 것만 13개의 포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경찰청은 올해 3월부터 경찰 창설 이래 수여된 정부포상 약 10만 건을 대상으로 첫 전수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불법구금과 가혹행위, 간첩 조작, 민주화운동 탄압 등 국가 공권력의 위법한 행사 자체를 기준으로 포상의 적정성을 다시 따져보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이번에 취소된 정부포상 36점은 그 첫 결과물입니다.
이근안이 받은 국무총리 표창 1점을 비롯해 박처원 전 치안본부 대공수사처장의 대통령표창 2점과 홍조근정훈장·녹조근정훈장 등 4점이 포함됐습니다.
강민창 전 치안본부장이 받은 보국훈장 삼일장·천수장, 홍조근정훈장, 보국훈장 국선장 등 4점과 홍승상, 윤재호, 김수현, 백남은, 권한수 등 당시 간첩 조작 사건 등에 관여한 경찰 관계자들의 포상도 취소됐습니다.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을 비롯해 삼척 고정간첩 사건, 서울대 무림사건, 함주명 간첩사건, 기사연 사건 등 불법수사와 고문이 인정된 경웁니다.
이근안은 올해 3월, 박처원은 2008년 사망했습니다.
이날 경찰 관련 정부포상이 취소된 20명 중에는 이들을 비롯해 사망자들도 포함됐습니다.
경찰은 정부포상 외에 장관표창 51점에 대해서도 관계기관에 취소를 요청하고, 5·18 민주화운동 진압과 삼청교육 관련 포상 박탈도 추가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경찰청은 "과거 경찰의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고통받은 피해자와 유가족께 사죄드린다"며 "인권 보호와 법치주의를 핵심 가치로 삼아 과거의 과오를 성찰하고 신뢰받는 경찰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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