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인사동에서 출토된 금속활자
약 5년 전 서울 도심에서 무더기로 쏟아져 화제를 모은 조선시대 금속활자 가운데 새로운 종류의 활자가 확인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오늘(8일) 학계에 따르면 이재정 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한국서지학회가 펴내는 학술지 '서지학연구' 최신 호에 펴낸 논문에서 "서울 공평 구역 출토 활자를 고증한 결과, 1493년에 주조한 계축자(癸丑字)를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21년 서울 도심 탑골공원 인근 인사동 일대에서는 15∼16세기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 전기 활자 1천600여 점이 무더기로 나와 관심이 쏠렸습니다.
발견 당시 항아리에 담겨 있었던 활자에서는 1434년 만든 갑인자(甲寅字)를 비롯해 1455년 주조한 을해자(乙亥字), 1465년 제작한 을유자(乙酉字) 등이 확인됐습니다.
금속활자는 보통 주조한 해의 육십갑자를 붙여 부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년 넘게 활자 유물을 정리하고 연구해 온 전문가인 이 전 연구관은 발굴 보고서를 바탕으로 도면, 사진 등을 다시 검토해 활자를 분석했습니다.
이 전 연구관은 우선 형태를 확인할 수 있는 유물을 중심으로 유형, 수량 등을 재검토한 뒤 개별 활자의 수량을 1천650점에서 1천657점으로 수정했습니다.
이 전 연구관은 그간 종류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활자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을해자 또는 을유자, 그리고 경자자(庚子字·1420년 주조)로 추정해온 큰 활자(대자)와 작은 활자(소자) 등 총 54점이 계축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계축자 대자는 평균 가로 2.1㎝, 세로 1.7㎝ 크기이며, 소자는 가로와 세로 길이가 각각 1.0㎝, 1.3㎝ 정도입니다.
이 전 연구관은 "계축자본 '자치통감강목',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과 비교해서 검토한 결과, (인사동 출토) 활자와 같은 글자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통화에서 "계축자는 사용 시기가 짧고 (해당 활자로) 인쇄한 책도 드문 편이며, 지금까지 실물은 확인된 적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계축자로 인쇄한 자료를 보면 대자가 다른 활자에 비해 극단적으로 크고, 대·소자 비율도 다른 활자들과 차이가 있다"며 특징이 분명하다고 부연했습니다.
이 전 연구관은 "공평 구역 출토 금속활자의 주조 시기가 1434년 갑인자부터 1493년 계축자까지 약 60년간에 걸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연구 의의를 밝혔습니다.
이 전 연구관은 금속 활자 형태와 관련해 "갑인자와 갑인자 이후 형태가 뚜렷하게 구분되므로 변화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그는 "갑인자의 뒷면 형태는 사각 홈 형, 십자 홈 형, 세로 터널형 등 다양하지만, 나머지는 대자와 중자는 세로 터널형, 소자는 가로터널형으로 일정한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갑인자의 형태가 조판 속도 향상에는 효과를 발휘했지만, 주조가 어려워 효율이 떨어졌기 때문"에 활자의 형태가 변화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 전 연구관은 활자 실물을 보지 못한 점을 연구의 한계점으로 언급했습니다.
인사동에서 출토된 금속활자는 지난해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이관돼 보관 중입니다.
박물관 측은 지난해 활자 재료와 제작 특성을 분석한 논문을 한국문화유산보존과학회 학술지 '보존과학회지'에 발표했으나, 후속 연구는 본격화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연구진은 "금속활자가 도기호(항아리)에 인위적으로 묻혀있다는 점과 활자 표면에 주조 방울 등을 제거하는 후처리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서 사용 가능성이 낮다"고 봤습니다.
이 전 연구관은 "향후 활자 실물을 고찰하고 인본과 대조함으로써 더 정교한 고증을 시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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