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미국 비평가협회 시상식인 크리스틱 초이스에 이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까지 2관왕에 오르면서 과연 오는 3월 아카데미상까지 받을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케데헌의 아카데미 수상에서 최대 변수가 무엇인지 말해 보려고 합니다.
일단 케데헌은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 2부문에서 아카데미상 예비 후보 명단에 올라가 있는데요, 이달 22일 후보 선정 최종 발표가 있습니다. 이변이 없는 이상 최종 후보에 오를 게 확실합니다.
-주제가상
-장편 애니메이션상
조건 1)
뉴욕, 시카고, LA, 마이애미 등 미국 주요 6개 대도시 지역 중 최소 한 곳에서 하루 3회 이상 7일 이상 연속 상영
조건 2)
극장 개봉 전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등 스트리밍, TV에 먼저 공개되지 않았을 것. 단 스트리밍과 극장 동시 공개는 허용
넷플릭스는 지난해 6월 20일 케데헌을 전 세계 동시 공개했는데 이때 뉴욕과 LA 등 주요 도시의 예술 영화관에서 제한적 개봉도 함께 했습니다. 제한적 개봉이란 전국 모든 극장서 개봉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지역의 소수 극장에서만 먼저 상영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면서 조건 1, 2)를 모두 충족시켰습니다. 어찌 보면 아카데미상 후보 자격을 얻기 위한 꼼수 같아 보이지만 어쨌든 아카데미협회는 눈 감아 줍니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극장 개봉 조건은 더 까다로워 케데헌은 상영 일수 부족으로 영국 아카데미시상식 후보 자격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8월 중순 극장에서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는 케데헌 싱어롱 특별 상영회를 열었고 10월 말에는 전국 2천800여 개 극장에서 대규모 재상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이때는 케데헌의 인기가 전 세계적이어서 케데헌 신드롬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아카데미상을 향한 형식적 요건도 충족했겠다, 인기도 '대박'이었겠다, 이때만 해도 모르긴 몰라도 넷플릭스 측은 케데헌의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 수상 여부를 낙관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말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합니다. 바로 디즈니의 주토피아2입니다. 주토피아2는 지난해 11월 26일 미국과 한국 개봉을 시작으로 전 세계 극장에서 개봉했습니다. 개봉하자마자 엄청난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개봉 17일 만에 전 세계 수익 10억 달러, 우리 돈 1조 4억 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였습니다. 현재까지 16억 5천만 달러 이상, 우리 돈 2조 3천억 원 넘게 벌어들였습니다. 단순 인기작을 넘어 전 세계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수위를 다투는 초대형 히트작이 되었습니다. 만약 16억 달러를 넘어선다면 인사이드아웃2를 넘어 디즈니 애니메이션 억대 최고 흥행작으로 올라설 수 있습니다. 그동안 실사나 애니메이션에서 죽 쑤고 있던 디즈니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나온 초대형 흥행작이자, 사실상 흥행 수익의 99%가 중국 내에서만 발생해서 중국 내수용 작품으로 여겨지는 나타지마동강세2를 제외하고 지난해 전 세계 최고의 흥행작이기도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케데헌과 주토피아2를 간단히 비교해 보겠습니다.
케데헌은 자아 성찰, 동료와의 신뢰와 연대, 한국 문화를 바탕으로 한 다양성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주제 의식과 작품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주토피아2는 시종일관 코믹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사회적 불신과 편견의 문제와 그 극복 방안이란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케데헌보다는 진지한 사회적 주제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두 작품의 주제나 작품성은 우열을 가리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흥행 면에서 비교는 어떨까요?
케데헌은 스트리밍이라 수익을 따지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5억 회가 넘는 시청 횟수로 넷플릭스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케데헌의 지적 재산권 IP 가치를 업계에서는 최소 25억 달러, 우리 돈 4조 원이 넘는 걸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직접적인 극장 개봉 흥행 수익도 약 3억 달러, 우리 돈 4천억원이 넘습니다. 주토피아2에 결코 뒤지는 기록이 아닙니다. 다만 케데헌과 주토피아2의 경제 유발 효과는 일일이 따지기도 어렵고 너무 광범위해서 제외하도록 하겠습니다.
작품성과 흥행 성적으로 봤으니 이제 마지막으로 따져볼 한 가지 변수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 취재파일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바로 아카데미 시상식의 성격입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 아카데미 시상식을 '극장 영화'를 위한 시상식이라고 했던 말 기억하실 겁니다. 아카데미는 영화 산업 발전에 기여한 작품과 사람을 치하하고 더 나은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시상식입니다. 극장 영화가 지금 위기라고 합니다. 한국은 물론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트리밍의 거세 도전에 기존 영화 산업은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100년 역사의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를 넷플릭스가 인수하겠다고 나서서 할리우드 영화계가 큰 충격을 받은 상태입니다.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을 비롯한 많은 미국의 영화인들이 넷플릭스 인수를 반대하고 있지만, 현재 상황은 경쟁자인 파라마운트보다 앞서 인수가 유력합니다.
[관련 취재파일] ▶ 넷플릭스 "천하통일"…파라마운트 "천하삼분지계"
2025년 한국 영화 시장에서 전체 관객 수는 1억 600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가까스로 관객 1억 명 선을 지켜냈습니다. 여기에는 주토피아2의 깜짝 흥행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12월에 개봉한 아바타3가 폭발적인 흥행을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주토피아2가 800만 명을 넘는 흥행을 기록하지 못했다면 1억 명 선을 못 넘겼을 겁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랜만에 극장 영화의 위상을 지켜준 주토피아2가 미국 극장가에 준 활력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관리하는 미국 아카데미협회는 전 세계 영화인 약 1만 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여기에는 극장 관계자들도 들어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주토피아2가 약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아카데미는 속편에 인색한 편입니다. 거의 100년 가까운 역사 속에서 속편에 작품상을 수여한 것은 대부2와 반지의제왕: 왕의 귀환 단 2편에 불과합니다. 2002년에 신설돼 비교적 역사가 짧은 장편 애니메이션상의 경우에는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속편이 수상한 사례는 토이스토리3가 유일합니다.
케데헌이든 주토피아2든 누가 받아도 될 정도로 우수한 작품들이지만 운이 없게도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 수상자는 단 1편 뿐입니다. 그리고 둘 다 유례없을 정도로 서로에게 강력한 경쟁작들입니다. 그리고 각각 넷플릭스와 디즈니라는 거대 기업의 자존심 싸움도 얽혀있습니다. 해외 언론들은 케데헌이 골든글로브 수상으로 기세를 잡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 기세를 몰아 케데헌이 아카데미상까지 수상할지 아니면 극장 영화의 자존심을 지켜준 주토피아2가 반전을 만들어 낼지 기대됩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현지 시간 3월 15일 미국 LA에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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