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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넷플릭스 "천하통일"…파라마운트 "천하삼분지계"

왜 넷플릭스와 파라마운트는 워너브라더스 인수를 노리나?

워너브러더스, 넷플릭스 품으로
▲ 넷플릭스의 워너브라더스 인수 기사

넷플릭스와 파라마운트가 벌이는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인수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지난 5일(현지 시간) 워너브라더스의 케이블 TV 부문을 제외한 영화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서비스 HBO 맥스를 72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불과 3일 뒤 파라마운트는 주당 30달러에 총 1천80억 달러 규모로 워너브라더스 전체를 적대적 인수합병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끝난 듯 하던 워너 인수전이 다시 불타올랐습니다. 적대적 인수합병 방법에는 주식시장에서 공개적으로 주식을 사 모으거나 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 받아 대주주로 올라서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넷플릭스와 파라마운트는 왜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면서 워너를 인수하려고 할까요?

미디어 업계 천하통일을 노리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치열한 비즈니스 승부의 세계를 들여다봤습니다.
 

넷플릭스, 스트리밍과 영화 산업 "천하통일"로

넷플릭스 (사진=게티이미지)

넷플릭스는 현재 구독자 3억 1천만 명대로 이미 스트리밍 시장 부동의 1위입니다. 2위인 디즈니플러스가 1억 2천만대로 디즈니 계열사인 훌루나 ESPN플러스를 합쳐도 구독자 2억 명대로 넷플릭스에는 못 미칩니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구독자 1억 2천만 명을 보유한 HBO맥스까지 품게 된다면 전체 구독자 4억 5천만 명에 육박하는 스트리밍 업계 초거대 공룡으로 올라서게 됩니다.

넷플릭스에게 워너 인수 이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넷플릭스 콘텐츠를 자세히 보면 자체 제작 즉 오리지널 콘텐츠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최고의 히트작인 오징어게임이나 케이팝 데몬 헌터스만 봐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해리포터 시리즈, 반지의 제왕, DC코믹스 계열의 슈퍼맨과 배트맨 시리즈, 왕좌의 게임과 시트콤 프렌즈까지 수많은 히트 콘텐츠 지적재산권 IP를 가진 워너의 인수는 넷플릭스에게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률을 크게 향상 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매물인 것입니다.

DVD 대여에서 시작해 스트리밍 서비스 산업을 키우며 기존 극장 중심의 영화 산업을 몰락 위기로 몰아넣은 장본인으로 여겨지는 넷플릭스가 기존 영화 산업 공룡 워너를 인수하려는 시도 자체가 영상 산업의 무게 중심이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산업 자체 트렌드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상징적을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합니다.

워너 인수 성공 시 넷플릭스는 영화 산업 및 스트리밍 업계에서 과장 좀 보태 천하통일을 눈앞에 두는 셈입니다.

이렇게 되면 넷플릭스는 구독료 조정 역량도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인수 성공 시 구독료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의 보도도 많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넷플릭스가 인수합병전에서 승리한다 해도 독점에 대한 우려와 극장 영화 산업을 망하게 한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넷플릭스가 그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워너브라더스를 인수하게 두면 안 된다고 할리우드 종사자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선 상황이라 인수 합병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파라마운트 "천하삼분지계만이 살 길"

파라마운트 (사진=게티이미지)

파라마운트는 왜 워너 인수에 적극적일까?

우선 지난해 중순 스카이댄스라는 기업이 총 80억 달러에 영화 제작사 파라마운트를 인수했습니다. 그리고 이 스카이댄스의 CEO이자 의결권 100%를 가진 사람은 데이비드 앨리슨입니다.

앨리슨이라는 이름 어디서 들어보시지 않았나요?

래리 앨리슨과 데이비드 앨리슨

바로 기업 오라클의 창업자이자 억만장자 래리 앨리슨의 아들입니다. 래리 앨리슨의 재산은 2천790억 달러, 우리 돈으로 대략 340조 원에 이르고, 트럼프 미 대통령과 직접 연락할 수 있을 정도로 친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와 래리 앨리슨

데이비스 앨리슨은 파라마운트를 인수한 뒤 회사 내부적으로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사이에서 파라마운트가 살 길은 워너브라더스 인수라고 강조해 왔다고 합니다.

파라마운트의 현재 스트리밍 구독자 8천만 명대로 넷플릭스는 물론 디즈니플러스와도 경쟁이 안 됩니다.

하지만 워너 인수 성공 시 HBO 맥스 구독자 1억 2천만 명을 더하면 총 구독자 규모가 2억 명에 이르게 됩니다.

이럴 경우 파라마운트가 스트리밍 서비스 업계 1위와 2위인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에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됩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파라마운트 3자가 스트리밍 서비스 업계를 지배하게 되는 겁니다.

절대 강자인 조조에 맞서 제갈량이 유비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로 제시한 이른바 천하삼분지계가 떠오릅니다.

파라마운트의 막대한 워너 인수 자금에는 래리 앨리슨과 사모펀드 레드버드 캐피털 파트너스와 어피니티 파트너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부 펀드 등이 내놓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사모펀드 어피티니 파트너스,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이 사모펀드의 주인이 재러드 쿠슈너입니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 딸 이방카 트럼프의 남편입니다.

이방카와 쿠슈너

게다가 워너브라더스 케이블 TV 부문에는 CNN이 속해 있습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차례 충돌한 적이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공공연히 CNN을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친트럼프 성향으로 여겨지는 파라마운트가 CNN을 인수할 경우 CNN의 보도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됩니다. 파라마운트의 워너 인수 시도가 단순히 산업적,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성격으로 읽혀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워너 인수합병과 관련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정적인 국면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파라마운트는 미국 정부가 자신들의 인수합병에 우호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든 파라마운트든 누가 워너브라더스 인수합병에 성공하든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이 거대한 규모의 기업들로 재편되는 상황은 명확하기 때문에 한국의 스트리밍 업체들의 생존을 위한 고민도 한층 깊어질 전망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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