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교통공사는 11년 전부터 모두 3조 8천억 원의 막대한 예산을 들여 오래된 지하철 전동차를 교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교통공사 측이 전동차 납품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특정한 업체의 건의를 일부 반영해서 평가 기준을 바꾼 걸로 취재됐습니다.
윤나라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서울교통공사는 2천800억 원 규모의 9차 전동차 구매 사업을 시행했습니다.
그런데 입찰 본공고 전, 시의회 교통위원회 전문위원이 주선한 면담이 이뤄졌습니다.
공사 차량본부장과 전동차 제작사인 A사 사장, 시의회 수석전문위원 등이 모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공사 측에 전달된 A사의 건의사항 문건입니다.
'컨소시엄 추진이 어려워 A사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라면서, "A사가 평가 점수를 85점 이상 받게 해달라"고 적혀 있습니다.
85점은 입찰 1단계 커트라인입니다.
또, 유사 물품 실적 점수를 높이고, '트램 포함' 명기가 필요하다는 등 세부 평가 기준 수정을 건의합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 이거는 완전히 자기네를 달라고 명령하는 겁니다. 국가기관에다 이렇게 명령하고 달라고… 무슨 힘이 있기에.]
취재 결과, 실제 평가 기준이 변경됐는데, A사의 건의사항 중 일부가 반영됐습니다.
납품 실적 평가 대상에 '트램'이 명시됐고, 중소기업 가점이 신설됐습니다.
공사 관계자는 입찰 평가 기준에 대해 공고 전 자체 감사를 받는데, 이 과정에서 감사실이 변경을 요구했다고 말합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끔 의견을 많이 제시했습니다. 계약 방법을 계속 바꾸라고 (했었는데), 그 담당이 업체 사장 아들이었습니다.]
입찰 조건을 사전 검토한 감사실 직원 B 씨는 A사 사장의 아들이었고, 기술 분야 검토를 총괄하는 C 씨와 A사 고문 D 씨는 과거 교통공사에서 함께 근무했었습니다.
그런데도 공사 감사실은 입찰 업체들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원이 있느냐는 한 시의원의 질의에 "없다"고 답변하기도 했습니다.
A사는 입찰에 나섰지만 85점에 못 미쳐 9차 사업을 따내지는 못했습니다.
공사 측은 A사의 제안 중 반영이 안 된 것도 있다며, 직원의 가족 관계까지 확인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 :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제기되지 않도록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A사는 신규 업체에도 사업 참여 기회를 확대해달라는 차원에서 조건 변경을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김학모·양지훈, 영상편집 : 이상민)